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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마나한 사람


BY 사추기 아줌마 2001-07-21


우리집 다섯형제중 나는 막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 죽어도 그만

내가 낳은 자식은 시댁의 둘째 손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나와 내 아들
친정이나 시댁에서
그리 비중이 약한 존재다.
없어도 상관없는. ㅎㅎㅎ

울 부모, 내게 아무런 역할인식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도, 공들여 정성껏 키우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이름없는 잡초처럼 자라났다.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다.
"너는 뭐가 되고 싶니?"
그냥 되는 대로 막 살았다.
어차피 나의 정체성이란 그리 중요하지 않은 존재니까.
ㅎㅎㅎ

울남편, 나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산다.
울부모, 나 따위엔 관심도 없다.
왜 생겨났지?
내 스스로 물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태어난 이유를 암만 생각해도 모르겠다.

단, 지금 못 죽는 것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 내 자식.
그 애때문에 살고 있다.

나는 있으나마나한 사람이지만'
자식에겐 소중한 엄마이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