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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이 슬픕니다.


BY 답답 2001-07-27

남들은 여름이 좋다고 하지만, 찾아오는 휴가로 가슴이 설렌다고 하지만 전 여름이 정말 싫습니다.
서울에 있는 터라 여름이면 까맣게 익어가는 포도 따러 시골 시댁에 내려가야 하거든요.
물론, 힘들게 농사지어 결실을 맺는지라 기쁜 일이기도 하고, 홀로 농사짓는 어머님이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 싶어요.

헌데, 문제는 우리 아가씨와의 문제 인거 같아요.
우리 아가씨는 전문대 나와 서른이 된 지금까지 버는 재주보다는 쓰는 재주가 뛰어나거든요. 9월에 결혼하는데도 저축해 놓은 것도 없고,있는 것이라고는 화장대 가득한 향수와 외제화장품, 장농 가득한 유명브랜드 옷. 그게 전부지요.

울 아가씨가 결혼도 하기전에 아이부터 가진지라 그 뒷치닥거리가 만만치 않다는거죠.
전 신랑이랑 같이 맞벌이를 하거든요. 정말 힘이 듭니다. 딸아이 챙기기도 힘들고, 신랑 챙기기도 힘들고.... 아침에 일어나 전장터에 나가는 사람마냥 사는게 저한테는 투쟁입니다.

얼마전 사돈되시는 분들 점심식사 대접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집에서 했으면 한다구,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날씨도 덥고,음식 하는 것도 힘들고, 해 놓아고 그분들이 자리가 어색해 잘드시겠냐구요.
단번에 우리 아가씨한테 욕먹었습니다. 내려와서 하라면 하는거지 무0슨 말이 많냐구요.

내려가서 아침 7시부터 장보고,부침개 굽고,국 끓이고.....
입덫 심하다고 그렇게 난리치던 아가씨 옆에서 하나 해놓으면 얼른 집어먹고, 또 하나 해놓으면 음식 홀라당 까 놓고.....
제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눈물을 삼키는데, 우리 아가씨 대뜸 "난 자꾸 고기가 땡기더라, 언니 불고기 잘하니까 그것도 해요"

이럴수 있습니까?
우리 어머님, 아들 며느리 보고 싶다고 배가 남산만한 며느리 차로 몇시간 걸리는 그런 거리인데도 1주일이 멀다 부르셨습니다.
임신 8개월 , 구정 때 몸살과 체기가 있어 병원도 못간채 방안에서 뒹굴던 며느리 외가댁식구들에게 절까지 시키셨던 분이십니다.

불쌍하다고 하십니다.
임신해서 제일 신랑 사랑 많이 받아야 하는데 식도 올리기 전에 배부터 불러서 같이 있지도 못하고.....그래서 불쌍하답니다.
입덫이 심해 걱정이다, 삐적 마른다,
물론, 그런 아가씨를 집에서 보고 있는 어머님 속이 많이 상하시겠지요? 압니다.
하지만,너무나 당연히 며느리를 마당쇠 취급한다는게 기분이 안좋습니다. 누워서 해주는거 받아먹는 아가씨도 싫고,그런 아가씨가 불쌍하다면 해달라는거 다 해주는 시댁분위기도 싫습니다.

2일부터 휴가인데..... 정말 답답합니다.
내려는 가야하는데, 정말 얼굴도 보기 싫은 아가씨 그 뒷치닥거리 내가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하면 맘이 편하겠지만...... 난 그저 날 아무런 미안함없이 당연히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런게 싫습니다.
왜 며느리는 당연히 시댁식구들 뒷치닷거리 하는 사람입니까?

전 당당합니다.
신랑이 받은 교육 나도 다 받았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 다 친정에서 해줬습니다. 신랑만큼 벌고, 신랑이 아는 것만큼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근데 그 당당함이 시댁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전 단지 당신들의 잘난 아들이 데리고 살아주는 그런 존재로 아나봅니다. 전 그게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