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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니 사는게 힘든다...


BY 맥빠진 사이다. 2001-08-02

아, 정말 죽고 싶구나, 아니 이혼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한 하루였다.
어제 저녁 우리 아버님 또 집안을 뒤집어 놓으셨다. 수중에 돈이 없으
니 눈에 보이는 사람만 볶아대고 있다.
본인 퇴직금 받아서 쓰고 6남매나 되는 자식들에게 의논 한마디 없이 국회의원 선거 나서고, 여기 저기 빚내어 아무 연고지도 없는 지방에다 집 사 놓고, 나이 들어도 벌어서 먹고 산다고, 자식들 힘들게 안하려고 노력한다는 입에 발린 말씀만 하셨던 분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여기 저기에 대출금은 연체되어 있고, 수중에 돈 한푼 없으니 자식들이 먹여 살려야 한다고 큰소리다.
다른 집은 자식들이 한달에 용돈을 삼십만원씩 준단다. 그런 집 부모들이 자식에게 쏟은 정성에 대해서는 안들었나 보다.
우리 아버님 6남매 결혼시키면서도 1원 한푼 안내고, 예단으로 들어온 양복 입고 결혼식날 와서 식사하고 가시고 축의금 챙기신 분이다. 그런분이 이제는 용돈을 안 준다고 밥상을 던지셨다. 칠십이 넘어서 어디서 힘은 그렇게 나는지, 아무래도 자식중에 누구 하나가 아버님 보다 먼저 죽을 것 같다. 워낙 정정하셔서.
본인은 자식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자식들에게 좀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훈련시키려고 하고 있단다.
정말 수중에 돈이 있다면 다 드리고 싶었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 다른 자식들은 떨어져 사니 이꼴 저꼴 안보니 좋다. 하지만 신랑 능력 없어서 막내인데도 같이 사는 나는 뭔가.
죄가 있다면 능력 없는 신랑 만난 죄밖에 없지 싶다. 고함치고 상집어던지는 그 광경에 우리 19개월된 아가 놀라서 부들 부들 떤다.
우리는 죽어도 그럴 능력이 안되니 아버님 그런 말씀 하시지 말라고 했다. 우리 들으라고 하는 소리 아니란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그래서 능력없어 아버님 그런 말씀하시면 가슴에 비수로 꽂인다고 했다. 해줄 능력있는 자식들에게 그 말씀 하시라고 했더니 부모는 논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말에는 무조건 복종밖에 없단다.
순 못된 것을 배웠단다. 악에 받아서 저 원래 그렇게 못된 사람이라고 했다. 아버님 맨날 말씀하시는 양반 조상 없어도 우리 친정부모 자식들이 말대답할 정도로 억지쓰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님 성질 못이겨 속된 말로 입에 거품 무셨다. 하지만 나 눈하나 깜짝 안했다. 그땐 정말 우리 아가 데리고 이혼하면 끝이다 싶은 생각 뿐이었다.
본인이 양반 행실을 못하면서 아직도 양반 상놈 따지고 산다. 신문에 낼 거라단다. 모박사네 집에 자식들이 이렇게 불효하고 집안이 망조가 들었다고. 박사면 뭘하나. 인격 형성이 덜 되었는데, 한 평생을 자신만을 위해서 살았으면 끝까질 책임을 져야지 왜 돈이 없으니 자식들 타령인지. 말로 해서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
자식이 됐으면 일년에 삼백이면 삼백, 천만원이면 천만원 부모에게 탁 드리며 아버지 용돈쓰세요 해야 한단다.
능력되는 우리 아버님 자식있으면 어서 아버지 돈좀 같다 주오 막내 동생 아버지 때문에 이혼하는 꼴 안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