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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2


BY 큰딸 2001-08-04

두어달 전 '친정어머니'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적이 한번있다.
연일 35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무더위가 벌써 열흘 가까이 되었다.
몇일후가 시아버님 생신이시다.
부산에서 작은 아버님이며 고모님이 오셨다.
짐을 꾸리다 말고 눈물이 펑펑 흘렀다.
갑자기 복받이는 설움이 가슴에 떡하니 숨통을 조인다.
난 딸만 다섯인 친정에 가난한 어부의 큰딸로 태어났다.
큰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신 이유로 내 부모님이 시골에서 벌써 아흔을 바라보시는 시모를 모시고 살고계신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고기 잡이가는 아버지를 배웅하고,밭에가서 일하고 아침짓고 ,바다에 잠역질 하러가고 또 돌아와서 저녁짓고...
우리 부모에게는 할머니가 없는 휴가는 큰벌이며,피서는 사치이다.
숯처럼 검게 그을은 얼굴이 내눈을 스친다.
요즘은 맞벌이 하는 동생네 조카까지 봐주고 계신다.
어린이집이 방학인 관계로...
우리 친정엄마는 부유한 만석군 농부집에서 가난한 어부인 아버지 에게 시집와서,진절머리나게 고생을 하셨다.
이제 곧 몇해후이면 환갑이건만 아흔 노모앞에서 환갑은 말도 안된다고 얼음장을 놓으신다.
벌써 사위늘 4명이나 보신분이...
내 친정엄나는 '아니오'라는 말을 못하시는 분이다.
할머니께서 터무니 없는 억척을 부리시고 터집을 잡아도 잘못했다.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모르시는 분이다.
지금도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바닷가에서 멸치를 말리고 계시는 우리엄마,등에는 손녀를 업고....
내어릴때 우리엄마 내가 가끔
"엄마 할머니께 왜 맨날 잘못했다고 그래"
하면
"그래야 가정이 평화로우니까.그래야 할머니가 좋아하시고,아버지가
덜 속상해 하니까"
30년 넘게 시집을 살아오신분이 우리친정엄마다.
내가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된 지금은 측은하고 가여운 우리친정엄마가 너무나 불쌍하다.
그러나 엄마는 행복하단다.
우리가 이렇게 잘 자라줘서
비록 아들을 못낳아 그 원망을 늘 작은 두어깨에 짊어지고,죄인처럼 살지만,그래도 행복하단다.
늙고 혼자되신 시엄니를 가엽게 여기고,혹시 더위라도 먹고 기운 잃지나 않으실까 걱정하는 우리 엄마....
꾸리던 짐을 다시 꺼낸다.
"아이 속상해"
시원한 에어콘 밑에서 가끔 이곳에 들러 엄마를 생각하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해줄수 있는것이 안타까워서 속상하다.
누군가에게 원망이나 하소연좀 했으면 좋겠다.
님들 제 심정 조금만,아주 조금만 위로해 주신다면,시댁으로 떠나는 제 심정이 조금은 위로받을수 있을것 같네요.
돌아와서 또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