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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의 편지


BY 징글징글 2001-08-13

<시부모 용돈을 드리는게 당연한것 아니냐네요>라는 제목의 글썼던
징글징글 아뒤여요.

얼마전 시조부모님 제사가 있어 시가에 다녀왔는데
시부가 제삿날 술드시고 오셔서 잔소리,듣기싫은 소리를
늘어놓으셔서 친척들이 모여있어도 제가 시동생 방에서 나가지를
않았습니다. 무난하지 못했던 제 행동이 잘못되기도 했지만, 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러시기를 원하지않았기때문에 행동으로 보여드린겁니다.
작은어머니 저있는 방으로 들어와서 다들 모였는데 이집며늘은 방에 쳐박혀 뭐하나 살폈지만 아랑곳않고 컴퓨터하고 있었지요.

남편의 바른성품,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상 일등만 해왔고 자기가 남들보다 잘났다 하여 다른사람 조금이라도 업수이여기기는 커녕 사회 약자의 편이되려하고 겸손하기만 했던 남편이 좋았고 또한 그런 남편의 능력만보고 결혼했는데...
결혼하고나니 시아버지가 거의 매일 술드시는것이 너무 끔찍하게 싫더군요.
제사 끝나고 제가 시가를 떠나올때 안좋은 표정으로 떠나왔거든요.
와서 전화도 한통 안드렸어요.

그런데 시아버지가 어제 편지를 보내셨더군요.
앞으로 술 드시는거 줄이시겠다고.. 매번 술마시는 모습을
보여서 우리 며느리한테 미안하다고..
힘든 병원생활(저는 치과에서 페이닥터로 일합니다)와중에도
논문쓴다고 정신없는 남편건사시키고 살까지 찌게 만들어 고마우시다고..
시간내어 제사에 참석해주고 그런며느리 더 귀하게 생각하신다고..
아버지는 항상 남편과 저를 잘되기를 기도하시고 너무 사랑하신다고..

남편은 시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라네요.
저는 아직 망설이고 있어요.
술드시고 여러사람 괴롭히는 시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앞으로 술 적게 드신다는말이 믿어지지도 않구요.
하지만 편지까지 주셨으니 전화는 드려야겠죠.
우리 시아버지,시어머니 사람은 좋은 분들인데 왜 제가 살아온 방식과 잘 안맞는지 그래서 피하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친정부모님 교육자셨기에 남한테 피해되는 언행은 일체 하지 않으려 하셨고 저 또한 그게 당연한 생활방식이 되어놔서 시아버지의 술드시고 그러시는 모습이 적응이 안되는것 같습니다.
적응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울남편만 생각하면 괜히 애틋해지고 남편한테 더 잘해야하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데 시부모님께는 도무지 정이 안갑니다.
저도 앞으로 저의 태도를 어찌해야할런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시아버지 술 지나치게 드시는걸 바꿀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