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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 복 없는 내 남편


BY aunt 2001-08-16

자주 여기에 들어오지만 글은 처음 쓴답니다.
저와 제 남편에 대해 얘기를 할까 해서요.
우리 남편은 서울대 출신에 집안도 좋고 외모도 호감이 가고 사고방식도 건강한 33세 남자입니다.
그런데 저는 고졸에다 집안도 찢어지게 가난했고 외모도 그렇게 호감이 가는 편이 아닙니다. 결혼 당시 나와 친했던 남편 친구들조차 결혼을 반대할 정도였어요.
우리는 우연히 만나 지겹게도 싸워서 연애 6년만에 결혼했어요.
그런데 결혼하고나서도 역시 많이 싸우고 사는 편입니다.
저는 화가 나면 통제가 잘 안돼는 성격이예요.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막 소리소리 지르고, 물건을 탕탕 소리나게 들었다 놓았다 하고, 울기도 잘하고, 밤새 남편을 자지 못하고 들들 볶는 타입니다.
좀 피곤한 성격이지요.
하지만 내 남편은 좀 다릅니다.
저의 그 히스테리를 온몸을 떨면서 참지요.
저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것을 대화로 해결해야 하는 성격입니다. 다음에가 없죠. 피터지게 싸움을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하지만 내 남편은 그런 상황에서는 더욱 더 싸움이 커질뿐이라며 다음에 얘기하자며 그 자리를 피하거나 아예 대화 자체를 포기하고 입을 다물거나 잠을 잡니다.
그러나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내일로 연기되면 더이상 싸우자고 덤벼들수도 없고 잊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저는 그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제 마음속에는 풀어내지 못한 문제들이 차곡차곡 마음에 쌓여있다가 싸움이 시작되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예전의 문제까지 폭발하고 맙니다.
남편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오늘의 문제만 가지고 얘기하지 왜 예전에 있었던 일까지 끄집어 내냐며 구제불능이니, 성격파탄자 취급하며 아예 상종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 남편 약간 냉정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사람 자체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죠.
그런 싸움을 7년여 넘게 하다보니 나는 에너지가 다 소모되는 것 같고, 바보 같고, 싸울때마다 정작 남편이 잘못했어도 피해자가 되기 일쑤더군요. 그런 내가 너무 싫어 다음엔 이성적으로 얘기하리라 결심하지만 항상 감정적이고, 히스테리를 일으키다 제가 망가져 버리더군요.
피해의식일까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우리 아들(6살)은 싸움이 있으면 아빠옆에 꼭 붙여서 내 눈치를 슬슬 살핍니다.
나는 너무 슬픕니다.
아이까지 어쩔땐 밉습니다.
오늘은 사소한 일때문에 저는 하루종일 신경질을 부리고 남편과 아이는 하루종일 내 눈치를 살피며 슬슬 피해다닙니다.
오늘은 복날이고 해서 외식이나 할까 했는데 마침 친정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어요. 가까이 사니 같이 점심이나 먹자 했습니다.
제가 나가는 길에 엄마랑 남동생 모시러가자 하니 남편은 집앞 고기집에서 먹을건데 어머님보러 택시타고 오시라고 하라는 겁니다.
우리 남편 엄청한 효자라 자기 부모한테는 절대 그렇게 말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당신 부모한테도 그렇게 하시라고 할 수 있느냐 했더니 버럭 화를 내며 별걸 다 가지고 그런다고 하더군요.그러다 언성이 높아지고 나는 따지려 들고 남편은 또 싸우는 게 지겹다고 하며 자러 들어가더군요.
저는 잔뜩 독이 올라있는데 남편은 항상 그런 식이었어요./
저는 그런 행동이 가장 싫은데 말입니다.
풀지 못하면 답답증이 있는 저의 더러운 성질때문에 저는 또 혼자 식씩거리다가 그릇을 탕탕 집어던지고 한마디로 별 지랄을 다 했죠.
그러다 그냥 지쳐버리고 말죠.
우리 남편 나 아니면 성격좋고, 집안좋고, 학벌좋은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했을 텐데 나 같은 여자 만나서 고생이죠.
제 성격 참 더럽거든요.
이젠 남편도 지치고 나도 지쳤어요.
저는 종종 이혼을 생각합니다.
남편을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 앞에서 싸우는 모습, 이상한 엄마의 모습, 더이상 보이고 싶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