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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서 죄송하지만....


BY Na65 2001-08-20

너무 답답하고 하소연 할때도 없어서 몇번이고 글 올리려다 지우고
했었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지고 넋두리 처럼 여겨지는거 같아서
오늘은 길어지더라도 용기를 갖고 써보렵니다
지루하시더라도 끝까지 읽어 주시고 현명하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결혼 12년차 초등 4년 아들 하나 있습니다
생활력 없고 술주정이 심하신 친정 아버지 영향으로
성실하고 술안먹는 사람이 배우자의 조건이었습니다
사랑 그런거 뭔지도 모르고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25살 잠시 직장을 잃고 마냥 놀고 있을 형편이 못되어 임시로 들어간
보잘것 없는 직장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열악한 환경의 직장에서도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고 무엇보다
술을 먹지 못한다는 그가 호감을 갖고 다가오는걸 받아들이고 보니
그는 서울에서 결혼한 형님네에서 그것도 형과 형수와 한방에서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내가 너무 놀라는 반응에 그도 느낀게 있었던지 방을 알아보고 다니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부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양가 부모님 허락하에

동거 처음부터 서로 아껴주고 이해해주고 할 겨를도 없이
그는 놀음수준은 아니더라도 친분있는 사람들과 틈만 나면 모여
낄낄대면서 그야말로 고스톱 치는게 유일무일의 그의 취미라는걸
알았지만 월급엔 손안되고 가져오는거 보고 그나마 넘어갔습니다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건 서로가 너무 맞는게 없고 무엇보다
남편은 대화가 되질 않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거였습니다
많이 후회되고 식올리기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친정식구들의 실망과 아버지의 폭언 술주정 그런게 더 무서웠고
내가 어리석어서 선택한길 나 혼자 내 발등찍으면서 나 혼자 힘들면
된다는 생각을 했었던거 같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그야말로 바보같은 짓이었지요

동거 6개월후 정식으로 식을 올리고 그래도 자기일 열심히 하는거
하나 보고 아이도 낳고 금전적인거라도 빨리 안정되고 싶어서
정말이지 수입의 80-90%를 저축하면서 악착같이 아끼면서 살았습니다

어느정도 목돈이 되니 남편은 직장을 나오고 가게를 하고 싶어해서
전세보증금까지 톡톡 털어 제과점을 열었습니다
저는 머리털 나고 장사라는것도 처음해보고 친정식구나 주위에 장사
하는 사람을 못봐서 그런지 '어서오세요'소리도 못할만큼 쑥쓰러웠고
그런 저를 이해해주기는 커녕 온갖 구박을 하면서 면박을 주고
도와주러 온 시아주버님과 웃으면서 비웃기까지 하여
정말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지요 그때

어쨌든 제가 성격이 내성적이라 처음 겪는일엔 적응이 느려서 그렇지
막상 닥치면 적극적이고 확실한걸 좋하하는 면도 있어
버스로 두 세정거장 거리를 애 들쳐없고 하루 세끼 식사 꼬박 해다 바치며 가게는 가게대로 보면서 정말이지 힘든줄도 모르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때 내 나이 28세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많지 않은 나이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디서 그 힘이 났는지 그렇게 살았습니다
둘이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동네에 대형 제과점이 그것도 우리가게 바로 근처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가게를 정리하고 부터

남편은 직장에 다시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사업을 한다고
알아보러 다니고 그런 와중에 포커라는 도박을 하여 보름만에
천만원 이상을 날리고 다신 도박은 안한다는 말에 난 그냥 한번이란
단서아래 용서해주고 동업을 한다던 사람한텐 두달만에 삼천만원을
사기 당하고 그래도 남편이 받을 상처를 이해하겠기에 난 뭐라
하지도 못하고 가슴만 앓았지요
그때라도 일자리가 있어 와 달라는데도 있고 하여 월급생활을 했으면
했지만 남편은 한번 실패 했으니 이번에는 잘 할수 있을거 같다고
하여 벌여논 사업이 자리도 못잡고 IMF가 터지는 바람에 또 많은
손해를 봤구요
전 그동안 고생해서 벌은돈 그런식으로 다 없어지는게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마냥 보고만 있을수 없어 텔레마케터란 이름도 생소한
직업에 뛰어들어 다행히 한달 평균 150 이상씩 2년 넘게 벌면서
또 그렇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문제는 남편은 하는일마다 안풀리고 벌어논 돈을 다 까먹은건 고사하고 제가 그나마 벌지 않으면 빚까지 지는 그런 처지가 된것도
모자라 이제는 일년에 평균 3개월을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일하기 싫어서 안 하냐 일이 없으니 안하지
나도 식구들 먹여살리기 위해서 골치가 아프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
한게 벌써 3년째 입니다
그동안 저도 많이 지치고 힘들고 오로지 아들 하나 있는거 보고
내 맘을 다스리려 무던히 애써 봤지만 그런세월이 일 이년도 아니고
삼년째가 되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최종적으로 남편에게 전세빼서 대출금 있는거 다 청산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단칸방에서 살고 당신은 지금이라도 직장에
들어가면 나도 예전처럼 다시 직장 구하고 안되면 식당에라도 다니면서 이자 내는돈으로 저축을 하면 일년에 천만원씩 모을수 있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년만 그렇게 하자고 애원한게 지난 5월초의
일입니다
남편은 일언지하에 월급 150만원도 안되는거 받자고 미쳤다고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을 하냐고 하면서 기다린김에 더 기다리면 되지
말이 많다고 화를내는데는 ....
그러면서 하루 24시간을 방에서 꼼짝을 안하고 TV 드라마나 오락프로
보면서 뒹구는데
이미 한 가정의 가장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이고 인간으로서도
도저히 이해하고 싶은맘이 생기질 않더군요
남편을 이해하고 용기를 줘야하고 그런 지당한 모습을 취하기엔
나도 그동안 혼자 애정도 없는 사람과 살면서 한번도 진정으로
남편을 사랑할수 없었다는 죄책감에 참으로 많이 그의 실수와
말도 안돼는 핑계와 그나마 하나 믿었던 그의 성실함을 잃고 점점
나태해지고 무책임해져 가는 남편을 무던히도 이해해주려 애썼고
용서해주고 그러느라
사실은 그 누구보다가 아닌 저 자신이 많이 지치고 힘들고 정말이지
아이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차에 뛰어 들어 죽고만 싶은거 억누르면서
그렇게 나도 서서히 남편을 포기하면서 하루하루를 말 그대로
죽이면서 살았습니다

남편은 제가 다시 열심히 해보자고 말할 즈음인 5월부터
그동한 제가 너무 돈 돈 그래서 저 한테 정이 다 떨어지고
자기도 결혼생활을 더이상 하기 싫었다고 하면서
아이도 주고 원하는데로 해줄테니 헤어지자고 하대요 7월 말쯤
사실은 남편의 손이라도 잡고 고맙다고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맘이었지만 불안했죠
남편은 아침에 자기가 한말도 저녁에 내가 언제 그랬냐고 하는 사람이고 뭐든지 깊게 생각하고 말을하는게 아니고 무슨말이든
그때의 자기 기분에 따라 좋은말을 할때도 있고 막말을 할때도 있는
그러면서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할줄 모르고 변명만 많은 사람
이거든요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는데요
어쨌든 저는 더이상 이런사람 옆에서 버텨낼 자신도 용기도 의욕도
없습니다
요즘은 자기가 헤어지자고 한말에 대해서 차라리 후회한다고 인정을
하면 그나마 이해라도 해주겠지만 엉뚱하게 저보고 만나는 남자없냐
남자랑 전화하는거 들었다는등
정말 술먹는 사람이 술김에 그런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맨정신에도 자기가 한말을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하는데는 ...
저 어쩌면 좋죠
이 인간 이혼은 절대 해줄 인간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