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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뭐지? 남의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인가......


BY 난 뭐지? 2001-08-20

난 어쩔수 없이 시부모 모시고 살고 있다. 내가 원한봐도 아니고 강제도 아니고 정말 어쩔수 없이 살수밖에 없는 상황....
이제 1년반이 넘었다. 며느린 나와 우리 둘째 형님.
위에 장남이신 큰 아주버님은 아직 미혼.....
어쩌다 보니 장남을 앞질러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만약 위에 맏며느리가 있었다면 내가 이리 파출부 노릇하고 살고 있진 않을 거다.우리 시엄니 이제 50대 중반... 나이상으론 아직 젊다. 외모에도 신경많이 쓰시고 옷도 그렇고 하여튼 젊게 하고 사신다.
어찌보면 나보다 더.....글쎄, 내 친구들도 우리 시엄니 보면 놀란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우리 시엄니 내가 시댁에 애 데리고 들어와 몸 조리한지 얼마안되서 나에게 살림을 맡기고 일하러 다니신다는 거다.
어찌보면 계획하고 계셨던것 같기도 하고.... 내가 들어오자 마자 아직 낯선 생활환경에 적응도 안된내게 아직 몸조리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모든게 낯설고 불안했던 나에게 아무런 살림돌아가는 사정에 대한 설명도 없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식으로 나에게 맡기고 나가신게 벌써 1년반이 넘었다. 지금도 그렇다. 뭐든지 나보고 알아서 하겠지아니면 뭐좀 해놓으라는 식의 말뿐이다. 그래도 챙길건 다챙긴다.
제사도 그렇고 식구 생일도 그렇고 시부모 모시고 사는 죄로 뭐든지 장보고 음식 준비하고... 그렇다고 부엌에 들어와 별로 하시는것도 없다. 그저 잘하나 아니면 조금의 잔소리뿐....
그렇다고 며느리가 나뿐인것도 아니고 맏형님뻘인 형님이 계시지만 시댁과 좀 떨어져 산다는 이유로 일찍와서 나와 같이 도와주고 준비하지도 않고 내가 대충해놓고 나면 뒤늦게 오셔서 그저 상차리고 그릇 나르고 그냥 간단히 할수있는 일만 형님에게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시엄니 뭐라 말씀도 않하신다. 나도 그렇다.
손 아래인 내가 형님한테 일찍오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염치도 없고 그저 내속만 탄다. 하여튼 모든일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형님이야 가면 그만이지만 그 뒤치닥거린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식구가 적은것도 아니고 설거지도 장난이 아니다.
가끔 형님이 설거지도하시지만 가고 나면 다시 내가 다 정리하기 바쁘다. 요즘은 내 자신이 서글프다. 전부 생활하는 시간이 달라 아주버님은 밤에 아버님 공장일 도와 주신다고 밤에 일하고 새벽에 오고 그렇다고 새벽에 내가 일어나 밥처려주진 않지만 알아서 챙겨드시지만
한숨주무시고 일정하게 일어나시는것도 아니고 ... 밥통에 밥은 항상 있어야 하고 아버님도 집에 오셨다가 공장가셨다가 하여튼 일정하지도 않아 언제 집에 오실지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하고 오시면 밥챙겨드려야하기에 난 사실 외출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우리 시엄니 항상 나에게 끼니 이야기 매번 하신다. 절대 아버님, 아주버님 , 남편 ...
끼니 거르는걸 용납못하시기에 항상 하는말이 밥먹어야지...
밥먹었나? 꼭 무슨 내가 밥안차려주고 굶기는가 싶어서 그러신지
그리고 실컷 밥차려놓으면 안먹는다고 그러실땐 정말이지 너무나 짜증이 난다. 아니면 미리 안먹는다고 이야기하면 이런 헛수고는 하지 않을건데... 괜히설거지그릇만 늘고.
정말 하루라도 손에 물 마를날 없다. 그래서 없던 주부습진이 생겨 손이 엉망이다. 정말 시댁식구 비위맞추기가 힘들다.
아버님은 아버님대로 고집, 아주버님은 아주버님대러 고집...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고집.... 정말이지 이젠 내살림도 아닌 시집살림에,
우리 친정부모아닌 남편의 시부모와 시댁 식구들.... 모두에게 지친다. 정말이지 내가 이런 파출부 노릇할려고 시댁에 들어왔는지 삶에 회의를 느낀다. 너무나 내자신이 처량해진다.
빨리 분가하고 싶다. 내자신이 아직 너무나 부족하기에 앞으로 얼마나 시부모 비위맞추고 눈치보고 지긋한 살림살이들... 매일 밥이나 차리고 설거지 하고 청소나 하고 ... 시댁 뒤차닥거리나 하고
내 자신의 사생활을 상실해가며 구속아닌 구속에 얽매여 살아야하는지
정말 넘 답답하고 지긋지긋하고 당장이라도 집을 나가고 싶다.
지금으로선 삶의 즐거움을 모르겠다. 그저 하루하루의 반복된 나의 생활들.... 눈뜨면 또다시 시작되는 나의 파출부 같은 생활들...
주인이 하라면 하고 하지마라하면 않하고 억울해도 참아야하고 싫은 소리들어도 그저 굽혀야하고 ...
어쩌자고 내가 이런 헛고생하며 사는지....
다른 사람들은나에게 모두 용하다고 나보고 천사표라한다.
어째 어린나이에 시부모 모시고 집안 살림 맡아살고 결혼도 안한큰아주버님 뒤차닥거리하고 사냐고....
게다가 며느린 집에서 살림하고 시엄니는 일하러 간다고 밖으로 돌고
외출한번 마음놓고 못하고 ..... 어찌 그리사냐고??
그러면 난 할말이 없다. 그저 웃음뿐.....
그리고 나보고 빨리 분가하라고 한다. 시부모가 늙어서 생계유지 못하는것도 아니고 병든것도 아니고 각자 생활유지하는데 머하러 그리 힘들게자신의 삶 희생하면서 사냐고...
어차피 자기자신만 손해라고.. 시부모가 그 고마움 알아주겠냐고 당연히 며느리니까 해야한다는 고정관념뿐이라며....
그렇다.이젠 나도 지친다. 남편과 아이 그리고 나... 이렇게 알콩달콩 새살림차려 내 마음껏 예쁘게 집꾸미고 내 방식대로 살림꾸려나가고 정말 독립적으러 내 소신껏 내살림갖고살고 싶고 방해안받고 내 취미생활도 하고 남편과 오붓한 신혼 분위기도 내고 싶고 가족 여행도 하고 정말이지 해보고 싶은거 못해보고 좁은 남편방에서 내 물건하나 없이 그저 기본적인 생활에.. 아이가 놀만한 놀이방도 제대로 없고 시부모 방에서 아이가 편하게 놀 분위기적 환경도 주어지지 않는 곳에서 부부생활까지 보장되지않는 이런곳에서 1년반을 어찌 보냈는지 내 자신도 참 모르겠다. 그냥 살다보니 지금까지 왔지만...
이젠 정말 참을수가 없다. 내 자신의 한계가 오고 있고,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견뎌낼지 나도 모르겠다.
소원이라면 시댁에서 독립하는거.... 그거 하나다.
여기들어와 살면서 난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언성도 많이 높아졌고 스트레스와 피곤함...짜증과 불만들.
그리고 낙관적 보단 부정적인 말과 생각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남편과도 가끔 트러블이 생기기도 했고 남편에게 지적도 당하고 잔소리도 들었고 화를 잘 안내던 남편도 나에게 불만을 토로 한다.
내 입장이 힘들고 어려운걸 알면서도 .....그렇다고 남편이 나를 막대하진 않지만 자기도 잘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내가 대하는 태도에 가끔 화를 내니 서로간에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 내감정을 지배하기가 힘들다.
너무나 달라져 버린 내 인생과 가치관들....
이젠 조금씩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해야할것같다.....
그리고 파출부 같은 지금의 내모습을 조금씩 지우개로 지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