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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월요일??...


BY 후시딘 2001-08-20

정말 즐겁고 행복한 월요일입니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집에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행복하네요.
이렇게 즐거운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나는걸까요?

반공일이라는 토요일과, 일요일인 어제 저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이 간만에 몸살이 났다네요. 며칠전부터...
병명은 몸살인데 전 남편이 암이라도 걸린 줄 알았습니다.
을매나 *랄을 떨던지...

누가 그러대요.
남편이 아프면 반나절만 지나도 동네 개까지 알구,
아내가 아프면 사흘이 지나도 동네 약사도 모른다구...
정말 그 말이 따악 맞습니다.
저랑 세 살난 제 딸도 감깁니다.
아이가 열이 올라 밤잠을 설치며 간호할 때도
코 드르렁 곯면서 잠만 잘 자던 것이 우리들 감기 끝무렵에
자기 감기걸렸다구 뒹굴고 짜증내고 정말 두 눈 뜨고 못 봐주겠대요.

아이는 오랜만에 집에 있는 아빠 앞에서 온갖 재롱 다 부리며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아빠!!"하고 목이 터져라 부르는 데도
헤벌레 하고 tv만 보고 있더만 아이 좀 봐 주랬더니
피곤하다고 짜증만 내네요.
내가 애 재롱 보랬지 놀아 주랬나?

어쨌거나 지도 피곤해서 저러겠지 싶어 꾸욱 참고 있다가
저녁을 차렸죠. 사골국에 뜨신 밥...
아침에 먹던 찬밥도 있길래 올려 놨더니 뭐냐고 묻더군요.
애교 섞인 목소리로
"국이 넘 뜨거우니까 찬밥 쬐금씩 나눠 먹자~"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 지는 새 밥 달랍니다.
세 살난 아이가 넘 부실해 언제든지 밥 좀 먹여 볼 생각으로
밥을 준비하다보니 찬밥이 늘 한공기 정도 냉장고에 여분으로 있고
때가 되면 전 늘 그 밥부터 먹어 버릇했더만
이젠 마누라는 찬밥이나 먹어 치우는 개쯤으로 보이나 보죠?
요즈음 개는 찬밥도 안 먹더만...

이만한 것이 올라오는 걸 꾸욱 참고 저만 찬밥 말아 먹었습니다.
제 성격도 고분고분한 편은 아니라
이쯤 참는 걸 보면 태풍전야다 생각하고 꼬리 내려야 할텐데
이 남자 눈치가 없어서 더 기고만장해 지더군요.
저녁 먹고 나서 괜히 섭섭한 마음에 밤참을 준비했습니다.
남편이 넘 기운없어 하니까 맵고 새콤한 음식으로
입맛이라도 찾으라고 골뱅이 무침!!
골뱅이 썰고 오이랑 청양 고추, 대파가 없길래 양파 송송 썰어서리
고추장도 넣구 식초 넣구 통깨 살살 얹어서...
이 쯤되면 맥주 한 잔 생각나지만
감기약도 먹었구 술 안 마시는 날보다 술 마시는 날이 더 많은 남자인지라
오늘만큼은 참으소서 하고, 대신 국수 사리 삶아서 대령했더만
이 남자 왕건인지 뭔지 틀어 놓고 큰 대자로 누워 있다가 하는 말
"밤에 속 거북하게 이 딴건 왜 했어?"
여러분~ 정말 한 대 치고 싶지 않습니까?
쳐 먹기 싫으면 도마 소리 날 때부터 노우~하던지
코딱지만한 집에서 마누라 밤참 준비하는 거 뻔히 알았을 텐데...

참을 인 석자면 살인도 면한다구 다시 한 번 꾸욱 참고
이쁜 접시에 놓인 골뱅이 무침을 자꾸만 권했죠.
국수 한 그릇 뚝딱 비벼 먹은 울 웬수, 짜증스런 표정으로
골뱅이 먹기 싫답니다. 이유인즉슨 너무 크답니다.
으악~~!!
다시 생각해 봐도 화가 나는군요.
내가 그 당시 왜 골뱅이 접시로 면상을 후려치지 못했는지...

다 먹고 나서 담배 피러 밖으로 나갑니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던 울 딸 "아빠, 나두~"하고 따라 나갑니다.
울 딸 아빠 옆에서서 담배 피는 흉내 내는 게 요즘
아이의 낙(?)입니다.
이 인간, 애 더러 따라 다니지 말라며
목욕탕 문 모질게 닫고 들어 가 거기서 담배 핍니다.
참고로 우리 집 목욕탕엔 창문이 없습니다.
자기 담배 필 때 옆에 애 서 있는 것도 싫다는 인간이
바로 나와서 컴 켜 놓고 게임합니다.
참다 못해 "아파 죽는다는 사람이 게임은 어떻게 하니?"하고 물으니
약을 바삭바삭 올리며 "게임은 기분이 또 틀리지~"합니다.

넘 화가 나서 아이만 때렸습니다.

이 인간, 코방귀 끼며 이불 펴고 잡니다.
살의라는 걸 느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누라에게 투정부리고 자기하고 싶은대로 하는 남자...
올 초에 있었던 외도...
중학교 여동창, 대학교 여동창등 쉴 새 없는 여자들과의 연락...
그래도 애 애비라고 참고 살려 했드만...
저더러 에미 노릇이나 잘 하라네요.

오늘 아침 화가 나서 출근하는 거 보지도 않구 잤습니다.
낮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언제나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전화했더군요.
밥 먹었냐구...
야, 이 웬수야 사람이 밥만 묵고 사냐?
울 시엄니처럼 한 끼 굶으면 난리 나는 것처럼 맨날 밥, 밥!!

흔히 남편을 말 안 듣는 사내 아이 키우는데 비유하죠?
그래요. 보너스 없이 월 180만원 받구 애 하나 보는 셈 치자 생각하면서도
애라면 말 안 들을 때 두들겨 패기라도하지, 이거야 원...

엄마 기분 엉망인 거 아이도 눈치 챘는지
하루종일 말없이 비디오만 보내요.
그래서 맘이 더 아파요.
엄마, 아빠 땜에 눈치 보는 아이...
날씨는 왜 이리 더운지 이럴 때 시원한 캔맥주라도 하나 마시고 싶지만
한 낮의 엄마 음주라... 아이 교육상 안 좋을 거 같구...

정말이지 철없는 남편 어떻게 하면 참고 봐 줄 수 있는 건가요?
선배님들 조언 좀 해 주셔요.
남자도 가끔은 투정 부리고 싶은건가요?
그것이 너무나 터무니 없어도 봐 줘야만 하는건가요?


그 인간 오늘은 야근이라 쬐금 늦는답니다.
저녁은 해결하고 오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 면상 맞대고 밥 먹으면 저 체합니다.

얼렁 가서 집 안일 해야 합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집 정리 안되어 있으면 또 무슨 일 날지 모르니까요.
정말 피곤한 하루하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