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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2년,그리고...


BY 아줌마 2001-08-23

결혼 12년째

그 사람 참 착한 사람이다 (남들이 말하길)
바람은 아마 한두번정도 피운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퇴근시간 6시에 나 지금 들어갈께 전화하면
나도 아줌마인지라 또닥또닥 저녁을 준비해서
상을 차린다.

밤12시가 넘어도 소식이 없다.
밥상의 밥은 이제 굳어가고...
야속했다, 걱정이 됐다.
오는 길목길목 병원 응급실에 혹시하고
전화를 해보기조차 했다.
그렇게 저녁도 굶은채 속을 태우고 있는데
인사불성 들어서는 남편!
걱정이 화로 변하고....

직장다닌 마누라위해 자진해서 청소는 안해줘도
술자리란 술자리는 다 찾아가 끝까지 자리 채워주고
친구 술먹자는 전화오면
지 마누라 안고 있다가도 튀어 나간다.
술에 취해서는
욕실에 샤워하러 들어가서 자고 있다,
새벽에 화장실간 어린 아들
"엄마! 아빠가 죽었어!"하고 소리친다.

참 많이 싸우고
참 많이도 울었다.

임신했을때
나는 탈이나서 사흘을 굶고 기어서 화장실에 가는데
우리 위대하신 서방님 소식 두절!

참 한심한 세월을 보냈다

살기 위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나 무지 열심히 살았다
아픈 아이 안고 울기도 많이 했다
남자들보다 못하지 않으려고 공부도 엄청했다.
우리 직장 사람들은
내 취미가 공부인줄 안단다
우리 아이는
"엄마는 무슨 재미로 살아?
엄마 자신을 위한 재미 말이야?"하고 묻는다.

결혼한 여자가 직장에 다니며 공부하다가
이혼의 위기까지 가기도 했다.

70만원 월세방에서 살다가
이제 강남에 아파트까지 장만하고
'우리 부자다아~'하고 장날칠만큼
안정도 되었는데...

남편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막 풀어대고
지금 나는 엄청 후회한다
우리 아이 정서불안으로
대인관계 부적합, 우울증, 자신감부족 기타등등...으로
신경정신과 치료 받는다.
의사 말이
"엄마가 더 우울한것 같네요"
나도 예전에 신경정신과 치료 받았다

어제도 병원에 갔다
죄없는 아이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건지...

내가 아이에게 맹세를 했다.
"절대로, 결코
너를 두고 아빠랑 이혼하지 않을꺼야"
그러니 불안해 하지 말라고
엄마랑 아빠는 너 사랑한다고

........

그런데 요즘
아이를 데리고 병원 다니는게 마음에 걸리는지
우리 남편 조금 변한듯하다
술을 자제하겠다고 스스로 말하고
가사일을 도우려고 애쓰고
애한테도 신경을 쓰는 눈치다

다시는
"너때문에 외롭지 않을거다
너로인해 울지 않을거다" 맹세를 하고
믿지도 의지 하지도 말자고 다짐을 했는데
슬며시 '다시 믿어볼까?'싶어질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어쩐 일인지 내 맘이
남편을 거부한다.
그손이 닿으면 속에 열이 확 올라
더워진다.
아들이랑은 잘도 안고 뒹구는데 이상도하지
남편 손은
왜 그런지 거북하다
꼭 남같다
몸도 예전같지 않다
이제 30후반인데 생리가 끊길것 같고
통증도 엄청 심해졌다.
폐경 징후 같기도 하다.

이러지 말자고 번번히 다짐하는데
꼭 닥치면 나도 모르게 튕겨 버리게 된다.

아마 이제
우리 부부는 새로운 국면에 접한것 같다.

어찌해야 하나.....
결혼 12년째
상처가 너무 많아
후유증이 크다.

아이와의 약속처럼 끝까지 살아낼지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