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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렇게 사나요?


BY 갈바람 2001-08-27

늘 그렇듯이 그 친구랑 통화를 끝내고 나면 기분이 씁스레진다.
속내를 드러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내 하소연을 하게되고
그러면 친구의 반응은 울 남편은 천하에 재수없는 놈이고
울 시가는 세상에 둘도 없는 무지랭이 집안으로 찍히게 된다.
학교때 잘나가던 니가 어떻게 그런 남자를 골랐니?
참 불쌍하다, 네가 너무 불쌍해서 내가 다 눈물이 난다...등등
그리고 이야기의 결론은 늘 자기 남편 자랑으로 끝난다.
한두번도 아니고 똑같은 레퍼토리.
명문대를 나오고 자상하고 시부모도 능력있고
자기는 귀한 대접받는 며느리고...
학교때 늘 뒤에 처진 못난이도 이렇게 시집잘가 호강하는데
너는 왜 그모양으로 궁상이냐고 동정을 하는 건지 비웃는 건지...
하긴 친구는 끼리끼리 만난다고 했던가?
상종을 안하면 그만인데 외롭다고 보고싶다고 오는 전화를 냉정하게 끊지 못하는 내가 바보인가?
결혼생활, 어느 집이건 크고작은 잡음과 불만은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렇게 사는 여자는 나말고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한두마디의 위로를 기대했다가 친구의 행복한 비명을 듣고나면 결국은 더 비참해지고 초라해진다. 덕분에 동창들 사이에서 나는 영원히 결혼 잘못한 헛똑똑이로 소문이 나 있다.
친구 말처럼 정말 나만 이렇게 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