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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눈물이 ... ...


BY mag74 2001-08-28

8월27일 오전 '남편이 무슨생각으로 이러는지'를 올렸습니다.
'관계정립'이라는 답변을 듣고 이혼할게 아니라면 다시 노력해 보자고 마음먹고 집안청소도 하고 저녁도 지어놓고 (사실 식사는 다른사연으로 인해 며칠간 파업상태 였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아기 재우고 깜빡 잠이 들었다가 초인종 소리에 일어나 보니 3시가 다 되어 갑니다. 옷만 벗고 거실에 쓰러져 자는 남편.옷을 보니 화운데이션과 립스틱이 어깨와 가슴에 뭉개져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분하고 억울해서.

모든것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내뜻대로 되는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직장때문에 아빠와 단둘이 (다른 식구들은 원래 집에)시골 중에서도 더시골.오지에서 화장실도 없는 사택에서 5개월쯤 살았습니다.그전엔 그렇게 무뚝뚝하시던 아빠가 너무도 잘해 주셨습니다.식사,빨래,청소 저는 손도 못대게 하시고. 저도 차가 있었는데 아빠차로 직장까지 데려다 주시고 퇴근시간엔 데리러 오시고... ...
아빠가 승진교육으로 일주일 본집에 가셨을때 혼자 있을 내 걱정에 날마다 전화하셨지요.사고전날 늦은 밤에도 "삼일만 기다려.아빠 갈께"
그게 마지막 통화 였습니다.
갑작스레 아빠는 돌아가셨고 너무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그때 옆에서 많이 위로해 주었던 사람이 직장동료였던 남편이었습니다.

그전엔 하루에 한마디도 않고 지내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결혼얘기도 오갈때쯤 직장생활이 힘들어 다시 학교에 다니려고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입학이 얼마 남지않았을 무렵 몸이 이상해서 가봤더니 믿을 수 없게도 임신이었습니다.
많이 고민했지만 아이를 지울수도 없고,내게는 그때 도망갈 구석이 필요했으며 무엇보다 이사람이 나를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했습니다.
그사람은 자기가 위로해줬기 때문이라거나 아이때문이라면 결혼하고싶지 않다며 아이를 지우라고 했지만 그럴수 없었고 그때는 아이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고싶었습니다.

그렇게해서 하게된 결혼식.너무너무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같은 직장에 나 이전에 사귀던 여자가 있었는지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남의 남자 꼬셔서 애까지 만들어 놓고 학교다닐거라고 거짓말하고 그만둔 x'이라는 전 직장사람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고.
결혼전에는 시댁이 그래도 살 만은 하고 자기도 모아둔 돈이 조금 있다며 나를 속였지만 알고보니 시아버님은 많지않은 연세에 집에 계셨고 그사람에게는 대출금도 있었습니다.
나는 이미 아기를 가진 죄인이었고 그사실들은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엄마눈치까지 보면서 말이죠.
돈문제에 자존심 상할까봐 혼수외로 1000만원을 보냈습니다.그돈으로 나,남편 옷한벌씩,시계 하나씩,15만원짜리 커플링한쌍,내 한복 한벌,신혼여행 경비-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내역입니다.나머지는 어떻게 썼는지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맞폐백이라고 하나요? 다른거 말고 보통 돈으로 몇백만원 보내면 그반을 친정으로 다시 보내는 그거 말이에요.그것도 없더라구요.아무리 기다려도.함같은 것은 생략했다지만 남들하는 최소는 해야되는거 아닌지.저만 며칠을 조마조마해 하다가 엄마몰래 내돈 모아서 200만원 그사람이 줬다고 거짓말하고 내놓았습니다.더하고 싶었지만 가진돈 전부라서.

그후 배는 불러왔고 그사람,시댁에서 내가 받은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남들은 임신했다고 밤에 뭐 사와라 뭐 먹고 싶다 한다지만 저에겐 과분한 일이었는지.딱 한번 저녁 10시에 빵 먹고 싶댔더니 지금 문 닫았을 거라는 남편.내가 민망해서 말았습니다.애기낳으러 들어 갔는데도 남들은 주무르고 난리났더구만 옆에 안있으려고 자꾸만 나가 있고 간호사가 계속 혼자있는 내가 안되보였던지 "000씨 보호자님" 부르면 소설책 갖고 들어와서 5분 읽다가 나갑니다.그러더니 하는말이 "나도 내일 출근해야 하잖냐?"치사해서 집에 보냈습니다.그리고 밤새 링거액 내가 들고 화장실 들락거렸습니다.어렵게 애기를 낳고 나왔더니 보이는 남편얼굴 얼마나 얄밉던지.하혈이 오랬동안 계속됐고 간호사가 배 주물러서 뭉치게 해야한다고 주무르라고 해서 하다가, 내가 아프다고 신경질부렸다고 안해주고, 하랬더니 안한다고 하더라구요.남이야 아프건 말건 자기 기분이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아기 가졌을때,낳을때 서운한건 평생간다던데 그 말 맞나봅니다.

한동안 서로 사이 안좋게 지내다가 며칠전 둘이 소주를 마셨습니다.거기서 나온 얘기가 시아버님 사무실내시면 거기가서 전화받고 심부름하라는 말이었습니다.싫다고 했더니 그러면 다른데라도 다니라고.그래야 핑계가 된다고.결혼하고 처음으로 소리내서 엉엉 울었습니다.분하고 억울해서.
공짜로 결혼하고 한 일없이 아들까지 낳아 주니까 이제는 나가서 일까지 하라고.그것도 다니던 좋은 직장도 그만둔 나한테 그런데나가서 쪼그리고 앉아서 전화받고 심부름하라고.너무너무 서러웠습니다.
평소에는 참고마는 나였지만 그렇게는 못한다며 대들고 그동안 얘기좀 했더니 이혼하고 싶으면 말하라고.언제든지 해 준다고.

며칠동안 밥을 못 먹었습니다.살고 싶지 않아서.너무 고민이 되서.

그 과정에서 또 한가지 알게 된 것이 남편이 그런곳에 출입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기가 막힙니다.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은지

눈물도 이제 안나오는 걸 보니 제가 안되는 워드실력으로 오래쓰긴 쓴 모양입니다.
남의 자질구레하고 지루한 얘기 지금까지 읽느라 고생하셨어요.
지금껏 혼자 갖고 있던 답답함. 털어놓으니 반이 된것 같이 가볍네요
이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