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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그리고 동서 ....맏이가 무능해서 죄송합니다.


BY 무능한맏이 2001-08-30

어머니!
그리고 아랫동서님!
맏이인 우리가 능력없고 무능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옛날부터 그 집안이 잘되려면 맏이가 잘살아야 한다던 말이
정말 실감나네요.

맏이가 잘살아야 형제간의
위계질서도 생기고
형은 형으로서 아랫사람을 바르게 이끌고
아랫사람은 형님을 형님답게 대접해 줄것인데

우리집은 정말 엉망진창이지요.

무슨일이든 맏며늘인 저보고만 나무라는 어머니!
그리고 형님 알기를 자기집 파출부보다 무시하듯
행동하는 아랫동서님!

맏이가 능력없어 정말 죄송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아가씨,아이둘.. 까지
일곱식구 생활비에 행사는 어찌나 많은지
제가 옷을 사입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과자값까지 아끼는데도
도무지 여유를 낼 수가 없어서
어머니 그 좋아하는 용돈 많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행사때마다 시장보고 음식 장만하는 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지 모르시나요?
명절, 제사, 생신, 회갑...
저도 돈으로 어머니께 드리면
동서보다 더 많이 드릴 수 있는데
그러면 어머니와 동서께서
시장봐서 하실라나요?

동서끼리 서로 모아서 행사를 치르면
저도 부담이 덜할텐데
동서는 맏이인 나에게 한번의 의논도 없이
항상 어머니께 봉투만 드리지요.

동서는 시댁일 전혀 하지 않아도
그 용돈으로 모든 것이 이해되고
손님처럼, 공주처럼 다녀가지요.

맏이라고 동생보다 항상 돈을 더 많이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와 동서.
빠듯한 살림에 너무나 힘이 드네요.

시장보고 음식장만하고 손님접대하고 뒷처리하고...
그런데 어머님은 그건 맏이니까 당연하다 여기시고

맏이가 무슨 죄인인가요?

동서가 챙겨주는 그 용돈이 좋아서
동네방네 우리 맏며늘은 못된년이고
작은며늘은 천하제일의 이쁜며늘이라 자랑하시고...

어머니!
한번이라도 맏며늘인 저도 이뻐해 주세요.

10년동안 어머니 모시고 따뜻한 식사 해드리고
알뜰하게 살아보려고 애써는 제마음.
당신의 아들이 무능해서 동생보다 못사는데
왜 맏며느리인 제가 그렇게 못마땅하세요?

그리고 서방님,동서님!
맏이인 우리 너무 무시하지마세요.
존대는 못해줄 망정 빈정거리지 말고
시누들, 어머니께 나를 나쁜년으로 이간질 하지마세요!

모든책임은 맏이에게 있다고
동서에게 한마디 야단도 못치게 하는 어머니,

어머니도 아무말씀 안하시는데
형님이 왜 '이래라, 저래라'하느냐고
두눈 치켜뜨고 대드는 ?H지못할 무서운 동서.
여우짓으로 무엇이든 어머니께 일러바치고
이간질시키려는 이해할 수 없는 우리 동서!

동서사이가 안좋아도 맏며늘 탓이라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이 중요한 건 알지만
인간의 도리가 더 중요한거 아니겠어요?

10년을 넘게 주눅들어 살아온 맏며늘
몸도 마음도 약해서
당신들 앞에서는 말한마디 못하고 주눅들어지내는데...

사람의 앞 일 아무도 모르는 법,
저희도 잘살면 어머니 용돈 많이 드리고
동서네처럼 좋은 차 사서 어머니 모실게요.

동서에게 주는 사랑
100개 중에서 저에게 1개만 주세요.

그리고 동서님!
맏이가 둘째보다 꼭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왔는지요?
동생이지만 형편이 나은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하면 안될까요?

동서님은 아주 잘산다고 어머니께서
동네방네 자랑이 대단하시던데

내가 어머니도 모시고 살림도 어려운데
목걸이, 귀걸이 하나 덜사고
옷한벌 덜사고
행사때 비용좀 같이 나눠서 부담해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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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눈물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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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못난 여자인가봐!
그냥 무능력한 맏며늘 넋두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