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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쥐가 난다.


BY 짜증이 2001-08-31

며칠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동생이 카드를 긁어 2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안갚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카드회사에서 전화가 왔단다.
속상해서 미치겠다고...

동생은 imf때 감원대상자가 되어 퇴직하고 여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혼까지 하게 되어 조카를 맡았다.
엄마하고 남동생, 조카 이렇게 셋이 사는데, 엄마가 간간이 성에 안차는 액수이긴해도 용돈도 주고..그랬다는데, 웬 카드?

그래도 난 내 동생을 믿었다.
성실하고 거짓이 없는 아이니까..그런데, 이번 카드건은 좀 납득이 안가면서 서서히 동생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거다.
정신도 없지, 자식까지 있는 녀석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정신에 카드를 그렇게 긁어대고 살았는지..

일단, 내가 돈을 빌려주겠다고...기간을 넉넉히 주고 갚으라고 했다.
그런데, 것도 잘하는 짓인가 회의가 들고.

사실 그 돈, 줄 수도 있는데 버릇될까봐 안준다.

친정일만 생각하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엄마는 속이 상하면 나에게 하소연을 하는데, 그 맘은 이해가 가지만, 엄마가 노인네다보니 별거 아닌일도 아주 큰 일처럼 이야기를 해서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든다.
나중에 알고보면 나 혼자만 미쳐있고,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엄마 맘대로 추측하고 부풀려서 이야기 해 놓은 거고 정작 나중엔 엄마는 멀쩡하고 나만 혼자 미치고 있었던거다.
별일도 아닌 것을 마치 세상이 천지개벽이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 해서...엄마가 안그랬는데, 나이가 드셔서 그렇게 된건지...요즘은 엄마 생각하면 참, 이상하고...원래 나이 먹으면 사람이 저렇게 변하는건가...아니면 엄마가 원래 그랬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건가..하여간 참 히안한 느낌이다.

남동생 때문에 속상한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얼마나 한심한 넘이라고 욕을 해대는지, 엄마말만 들으면 세상에 내 동생처럼 한심하고 생각없는 넘은 없는거 같다.
때때로 엄마가 하는 말이지만, 듣기 싫다.
그러니, 자라면서 내 이야기도 얼마나 그렇게 하고 다니셨을까.. 친척들이 나만보면 엄마한테 잘해라...엄마한테 잘해라...너 엄마한테 못하면 내가 가만히 안둔다...
이유없이 친척들이 날 미워하고 혼내고...
나 엄마한테 살가운 딸도 아니었지만, 하지말라는 짓 한번 하지 않는 그야말로 범생이었는데도 친척들이 나만보면 그러는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 동생일로 엄마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 들어보니, 이제야 친척들이 왜 날 그렇게 못된* 취급했는지 알거 같다.

엄마말만 들으면 동생이 너무 밉고, 이러다가는 둘밖에 없는 남매사이 금가겠다.
엄마가 처신을 잘못하는거 같다.

하여간 이제는 엄마말을 100% 믿지 못한다.


문제는 내가 결혼전에 벌어놓았던 돈을 엄마에게 맡겨놓았는데, 이제는 그 돈이 무사할까..하는 의심이 서서히 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태껏 우리 엄마하고 동생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 돈에 손댈 사람들은 아니지...하고 생각했고, 의심의 여지도 없었는데, 요즘 친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있자니, 그 돈을 도로 가지고 와야 하나...은근히 걱정이 되더라는거다.

그리고 친정의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내 돈이 얼만지 엄마가 알고 있는것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 돈에서 꽤 많은 돈이 친정으로 들어간다.
돈없다고 하면 돈도 드리고 엄마 용돈도 드리고, 보약도 해 드리고, 놀고 있는 동생 용돈도 주고, 조카 옷도 사주고...
하여간 1년사이 몇백만원이 들어갔는지 모른다.

그런데, 엄마가 죽는 소리 할 때마다 난 내 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라도 그 돈을 좀 주었으면 하는건 아닌가...혼자 생각하게 되고,
얼마쯤 떼 드려야 하는거 아닌가...타진해 보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식으로 돈을 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잘 사는거 아닌데, 그 돈을 남편이 모르고 있으니 친정에다 맡긴거 뿐이고...
내가 잘산다면 반쯤 떼 드려도 되겠지만, 하여간 그럴 형편이 못되니..

게다가 엄마말이 동생이 은근히 나에게 기대고 있는듯 하다는 것이다.
급할 때 돈도 빌려주고, 돈없다고 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용돈도 주고, .. 그래도 지 입으로 고맙다는 말 한번 안한다.
어제는 돈 빌려주마..전화해놓고, 고맙단 말 안하는거 보니까 속이 확 뒤집히는게 ..... 이건 뭐이리 잘났노? 싶은게..

조카앞으로 몇백 넣어서 통장을 하나 만들어 줘야겠다...싶은데도 때가 아니다 싶다.
저카앞으로 넣어줬는데, 카드 긁고 급하면 그 돈 홀랑 쓸거 아닌가.

친정 돌아가는 일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그래서 머리에 쥐가 나고 있는데, 남편 회사 마누라들 모임이 있다고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 모임, 진절머리가 나서 나가고 싶지 않은데 남편한테 안좋을까봐 할 수 없이 나가는데...어떻게든 무슨핑계를 대고서라도 안나가고픈 생각이 드니까 또 머리에 쥐가 나는거다.

무슨 핑계를 대면 될까....먹고 남 흉보고 하는데, 정말 그 모임 딱 질색이다.

하여간 좋은 핑계가 있더라도 안가면 욕 먹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고..
내 욕먹는건 상관없지만, 남편이 괴로와 질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 들어 있는거 같다.

아니, 집에서 노는 사람이 5개월동안 뭘하면 200만원을 쓸까?
그렇다고 옷을 사입은 것도 아니고, 물건을 산것도 아닌데..월 평균 40만원을 썼다는 이야긴데...겁도 없는 넘.
우리 애 아빠는 용돈 20만원 가지고 쓰는구만..

얼마전 나한테 용돈 좀 달라고, 자기가 잘되면 갚겠다고 하는데...정말 한심해서.
얼마를 줄까 물으니까, 될 수 있는대로 좀 많이 달란다.
처음엔 50만원을 줄까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10만원만 줬다.
당연히 고맙단 말 안하고, 돈 찾아서 써라 하니까...시큰둥해가지고 대답도 잘 안하고.
10만원은 맘에 안든다 이건데...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 귀하게 생각했는데 요즘 하고 사는 꼴 보면 한심해서 말이 안나온다.
직장도 없으니 돈도 못벌고, 그나마 엄마가 적금 들어놓은거 해약해서 야금야금 빼먹고 살고 있고, 조카는 유치원도 돈이 없어서 못다니는데, 애비라는 넘이 카드나 긁어서 월평균 40만원을 나가서 먹는데 쓰다니...이거이거 제 정신인가.

거기에 나서서 돈주고 빌려주고 하는 나는 또 뭐하는 짓인지..
엄마도 나보고 다시는 돈주지 말라고 그러면서도 한 이천만원쯤 한몫에 떼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고...내 돈이 있다는걸 모르면 편한데, 빤히 다 알고 계시니......환장하겠다 정말.

그 돈, 집살때 보태려고 하는데...

하여간 왜 그모양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