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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아이에게


BY 가을이 2001-08-31

오늘 아이가 별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아이에게
매를 들고 화를 냈다.
아마도 큰 형님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었나 보다. 아인 잘못이 없으면서 빌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 울었다.
울 큰 형님,
너무 밉다. 이젠 쳐다 보는 것 조차 두렵다.
또 무슨 말을 할까? 또 내가 뭘 잘못했을까?
눈치부터 살펴야 한다.
어제 제사때 아침 일찍 전화하지 않았다고 내 동생같으면
맞아 죽었을 거라고 했다. 그 말 듣고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전화 하지 않은게 큰 잘못인가.
그렇다고 울 큰 형님에게 모든 일을 미루고 하지 않은 적 없다.
명절 때도 울 큰 형님 제일 늦게 내려 오신다.
며느리 6명이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금방 후닥닥 해치운다.
모여서 오손도손 이야기하면서 일을 하고 싶은데.
남편 흉도 보고 내 속내를 이야기 하고 싶은데,
울 큰 형님 모든일에 트집이기 때문에 입을 꾹 다물고 한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또 야단 맞을까봐...
조카들 보는 앞에서 고함치며 야단친다.
큰 조카들 숙모들 어떻게 생각할까?

동서들 살림 살이 간섭 다하고 아이들 학원 보내는 거며
유치원 보내는 거며 옷입는 거며 심지어 이사가는 것 까지
간섭을 다 한다. 기가 차도 대꾸 한 마디 하지 않았다.
큰 형님이니까......
동서들 허물이 있으며 지적해 주고 덮어주고 타일러야 할
큰 형님이 사사건건 파 해치서 시끄럽게 만든다.

결혼할 때 혼전 임신을 해서 했다.
그게 그렇게 잘못인양 이야기해서 10년 넘게 숨죽이고 살고
있다. 한 마디하고 싶어도 행실이 나쁘다고 할까봐..
자신은 아무런 생각없이 하는 말일지라도
상대방은 상처가 될 수 있는데.
한 번쯤 생각하고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을텐데 야속하기만 하다.

아마 나도 형님에게 쌓인게 많은가 보다.
가만히 있다가도 괜히 생각나 화가 나고 눈물이 나니까.

아마 오늘도 그래서 아이에게 고함을 질렀던 것 같다.

"미안하다. 내 아들아....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
너가 받을 상처 생각지도 않고 온갖 말을 했구나,
눈물을 흘리면서 엄마 얼굴 쳐다 볼때
그만 해야지 하면서 계속 화를 내고 말았구나.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