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89

밥값 계산 현장에선 매번 사라지는 그 애


BY 치사빤츄 2001-09-04

내 친한 친구의 얘기를
속상해 방에서 쓰게 되어 마음이 좋지는 않다.

20 년 지기인 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인정 많고 경우 바른 아이였다.
결혼은 내가 1년 정도 먼저 했고
서로 세 시간 거리의 타지방에 살지만
한 두어 달에 한 번 씩은 보면서 살고 있다.

근데 친구가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살면서
알뜰함이 지나쳐 너무 얌체짓을 하는 것이
요즘 들어 너무나 보기 싫다.

나는 자기네 집에 간 적이 없고(오라는 소릴 전혀 안 함)
올해 들어 친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5 번이다.
우리 아이 눈깔 사탕 하나 사 온 적이 없다.
내가 뭘 바라는 게 아니다.
우리 집에 오면 자기 아기 베지밀까지 내 돈으로 사 먹이고
지난 번엔 은근슬쩍 기저귀를 안 갖고 왔다고 하면서
사흘동안 쓸 기저귀 32개짜리도 나한테 사다 달라고 하고선
계산을 안 한다.
그것뿐이 아니다.
치사해서 말로 다 쓸 수가 없다.
용건이 있을 땐
내 직장으로 전화를 한다.
가장 바쁜 시간이라고 전화 하지 말라고 한
꼭 그 시간에 전화를 해서는
참, 너 바쁘지? 니가 나중에 전화 다시 하라면서
30초도 안 되어 전화를 얼른 끊는다.
한 두번이 아니라 번번히 그러기에
별 것 아니지만
나도 화가 나서 전화를 안 했다.

그 시간은 바쁘다고 통화 못 하는 걸
알면서 자꾸 하느냐고 했더니
요즘엔 또 딴 수법이다.
내가 전화를 걸면 온갖 얘기를 다 하고선
지가 전화를 걸 때는
어머, 아기가 똥을 쌌네..
어머, 누가 온 것 같아..
어머, 가스에 물이 끓네 하면서
전화비가 아까워 3분 이내로 끊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무리 친구지만
상대방으로서는 굉장히 불쾌하다.
한 두 번이 아니다 늘 그렇다..

또 친구 네명이서 만난 지난 주에도
정말 밥값 안 내려고
신발끈 매는 흉내까지 내었다.
자기를 제외한 셋이서 돌아가면서 한 번씩
팥빙수 값도 내고 간식 값도 내고 밥값도 내고
했는데 그 친구는 그럴 때 마다 딴청을 피우며
자기 애 뒤꽁무니를 따라
얼른 계산 현장에서 사라져 버리는 걸 목격했다.
나는 너무 씁쓸했다
다 사는 건 비슷비슷한데
저렇게까지 치사하게 구는 게 아끼는 거라고 생각하나?
그러면서 지남편은 올여름에 알마니 선글라스 장만했다고
자랑하는 게 내 눈엔 너무나 이상했다.
날이 갈수록 내 친구의 뻔뻔함은 도를 넘고 있다.
정말 이젠 만나기도 연락하기도 싫을 정도다.

사소한 일들이었지만
연속적으로 치사하게 행동하니
마음이 너무 상해서 그냥 적어 본 글입니다.
그 친구가 너무 소중하고 친하지만
진짜 짜증은 더 해 가네요..
이런 말 할 데라곤 여기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