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89

웬쑤랑 사는 거지..


BY 나도 한마디 2001-09-08

인간성 하나 보고 결혼 했다

나보다 학벌 낮은 거, 저거 집 지지리 가진 거 없는 거,
그런 거 문제 된다고 손톱만큼도 안여기며 사랑에 눈 멀어 좋아라 결혼 시켜 달라고 했다

우리집 잘난 집안 아니지만 나 외동딸이라고 우리 부모님 소문 날 정도로 애지중지 나 키워 주셨다

나 남한테 따 안 당할 정도는 되는 성격에 밉지 않게 생긴 얼굴 덕 보며 비교적 신나는 청춘을 보냈다

사윗감이라며 데려 왔는데 생긴 것이 볼 게 있나 학벌이 있나 집안이 그럭저럭은 되나
우리 부모님 땅이 꺼지는 실망 속에서도 내색은 안 하셨다

우리 부모님 정말 헤어질 수 없겠냐고 내게 묻고는 하셨다
나는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저렇게 괜찮은 사람 어디가 아빠 엄마 마음에 안 드는 걸까....

결혼 했다
먹고 산다고 바빠서 모은 돈 없다길래 우리집에서 이거저거 보태고 받는 거 없이 결혼 준비를 했다

으휴...
그것도 그때는 문제가 안되었다

그토록 나를 눈 멀게 했던 그의 인간미는 이제 어디로 사라진 걸까

결혼 하고 나서부터 그는 아내와 있기보다는 친구와 있는 걸 더 좋아하고 저녁 밥 같이 먹기보다는 친구들과 술상을 마주하기를 더 좋아했다
열두시 이전에는 그를 볼 수 없었다

우리 애 백일때 그때 저 웬쑤가 처음으로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 왔다
거짓말 같은 사실이다

아버지 없이 자라서인지 부모 역할에 관심 없고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개념이 없다
가끔씩 보면 잠깐 예뻐해 주다 치운다

요즘은 저 인간이 웬쑤 같다

왜 가정 환경이 중요한지 저 인간이 교과서이다

집은 잠만 자는 곳이다

우리집 가족이 둘러 앉아 밥 먹는 그런 풍경 없다
오죽하면 앞집 아줌마 우리집 놀러 와서 우리집 식탁 가리키며 이집은 이거 필요 없잖아 했을까

도무지 말이 안 통한다
삼십년을 먹고 살기 급급한 집안에서 알아서 자라다 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내말 뜻을 못 알아 듣는다

우리 애..
두번쯤 아빠가 잡아 주는 목욕 해 보고 한달 삼십일 중 이십오일은 아빠 없는 밤에 잠 들었다

나도 저 인간이 지겹다

차라리 뚝 떨어져서 살고 싶다

아 다시 결혼 한다면 부모 계신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란 남자와 결혼 할 거다
가족 소중한 줄 알고 아버지가 어머니 위하는 모습 보며 자식들 앞날 걱정하는 모습 보며 자란 남자와 결혼 할 거다

우리 딸은 꼭 그렇게 일러 주고 결혼 하라 할 거다

갈 수록 저 인간이 이렇게 싫어져도 되는 걸까

혼자 있을때 저 웬쑤를 욕한다

나..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