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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이 쓰는 글


BY koong 2001-09-08

엊그제부터 보게되어 그동안 남편이 올린 글과 답글들 모두 읽었습니다.
대부분 분가를 하여 독립적인 삶을 살라 하셨더군요.
하지만 남편은 이혼을 선택했습니다.
어제 저녁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울며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니, 남편이 후회할 것 같다며 저보고 아들을 봐서라도 좀더 참고 살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남편은 변할 사람이 아닙니다.
시부모님의 빗나간 자식사랑으로 그렇게 키워져 부모품을 떠나 혼자서 세상을 헤쳐나갈 능력이 없는 사람.
어찌보면 불쌍한 사람입니다.
전 이제 제가 쥐고 있던 인연의 끈을 모두 놓아버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맞지 않는 옷을 내 몸에 맞추려고 했던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이제야 깨닫고, 내 자신을 귀중하고 소중하게 아끼며 살아가려 다짐합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했나요?
전 너무나도 크고 소중한 것을 두고 갑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
유난히 웃는 얼굴이 이쁘고, 미피를 많이 좋아하던 내 아들.
할머니 곁에서 자다가도 새벽에 깨면 꼭 엄마품에서 잠들었던 내 아들.
동화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던 내 아들.
내 아들이 엄마를 이해해줄 날이 오기나 할런지...
엄마가 없어도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기만 바랄 뿐입니다.
제발 아빠를 닮지 않기를 바라며...
한동안 아들때문에 힘들것 같습니다.

이제 퇴근을 하면 바로 대전으로 올라갑니다.
취직하고 방을 구한후 내 살림들을 가지러 다시한번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금산땅을 밟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 게시판에 힘들고 속상한 일로 글 올리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