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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마음


BY 마음찬 2001-09-09


어떻게 이야길할까 따질려고 말을 시작하면 서로 입장만 내세우고
고함을 지르는 쳇바퀴 도는 대화에서 싸움으로만 이어진다.
그래서 설겆이를 하다가 도저히 화가나서 그릇을 던지고 그냥
나와버렸다. 엄마하고 우는 아이의 소리를 뒤로하고.

회사에 아이에 혼자 시간이라고는 가진 적이 별로 없어 막상 나오니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겠고, 급하게 나오느라 주머니엔 딸랑
5천원 한장. PC방이라는게 보여 생전처음 들어와봤더니 세상에
이런데도 있네요.

마음을 달래려고 글을 씁니다. 뭔가 준비를 한다고 직장을 나온지
벌써 몇년인지. 아무것도 잘 되지 않고 지금은 막다른 골목에
서있는 느낌. 집안일 하나 도울줄 모르고, 아이를 볼 줄도 모르고
돈 한푼 벌어와본적 없고, 그냥 사람좋고 순수하고 하지만
자기밖에 모르고 자존심이 너무나 센 남편. 그런면이 좋아
결혼했지만 지금은 그런면이 힘들기만 합니다.

회사가 끝나면 마라톤을 해서 아이를 데려와 씻기고 놀아주고
재우고, 그렇게 지내도 좀 도움을 구할라치면 얼마안가 불평의 소리.
속에선 불이 납니다. 종일 근무하다 집에와도
혼자 식사 준비하고 아이보고 분주하게 상 차려놓아도 숟가락 하나
안 챙겨주는 사람, 다 먹고 과일 씻어주면 먹은 껍데기도 그자리에
두는 사람,

시간이 갈수록 이런 사소한 것들이 사람을 갈라놓습니다. 그렇지요.
사람의 정이나 행복이란 대단한데서 생기는게 아니니까요. 남편의
어려운 처지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부부란 그래서 남남인지, 나를
힘들게 하는게 억울하고 밉습니다. 결혼을 현실인줄 모르고 철없었
던 내가 한심합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두렵습니다.

그래도 나를 포기할수 없어, 내가 잘 할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한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이런 일이 있는 날은 너무
힘듭니다. 남편이란 의지해야 하는 존재라는건 한갖 허상과 같은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나봅니다.

조금만 있다가 집에 들어가야지요. 아이가 자고 있을겁니다. 며칠간
냉랭하게 서로를 미워하겠지요. 아줌마라고 불리는 여인들,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