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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열받어서


BY 답답이 2001-09-11

꼭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를 해야하는건지.
이 시간이면 다른 사람들 애 학교 보내고 어쩌구하느라 바쁜걸 전혀 개의치 않는 시아버지.
아침부터 또 열받게 해서 몇 자 올립니다.


이번 추석부터 큰 며느리가 제사를 모시게 되었죠.
근데 하시는 말씀.
"애들 데리고 혼자 못 가니까 9월 30일에 내랑 같이 갈거다."
그럼 우리 애들은 애도 아닌가?추석이 언젠데 그 날 온단 말인가?
당신 손주들 아닌가?

태어난지 한 달 된 애를 데리고 당신들 생일 상 차리러 오라고 하시던 분들이 동서네는 어지간히도 챙기네.
울형님이랑 전 애들 한 달도 안 되서 기차타고 몇 시간씩 걸려서,
명절이면 10시간씩 걸려서
내려가선 노동에 가까운 일을 하고 옵니다.
돈이면 돈, 일이면 일 모든 게 형님과 제 차지였죠.
울형님은 저보다 더 많이 일하고 돈 더 많이 내고.
급기야 일주일간 입원하기도 했지요.시누 결혼 시키느라.
저요?
그 때 형님 애들 둘 데리고 6개월 된 작은 애랑 넷을 일주일 간 돌봤습니다.
아무도 수고했다고 하지않더군요.-그런 말 들을려고 데려 온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섭섭하더군요.
당연하다고 하지.
울형님두요.
그래도 그냥 넘겼어요.
좋은게 좋은거니까.

세째아들이 버는게 시원찮은게 우리 탓입니까?
왜 우리들에게 동서의 짐까지 지웁니까?
생활비 보내달래서 보내주면 그거 동서네 애들 우유값, 기저귀값으로 들어가고(우리 애들한테 양말 한짝 사 준적 없습니다), 또 모자란다고 달라그러고.
동서는 자기가 공과금 내고 있다고 우리한테 큰소리치고.아버님은 당신이 내고 있다 그러고.
누구 말이 맞는건지.

이제 좀 나아질려나 하고 지낸 시간이 십년입니다.
물론 제사 가져오면서 저나 형님이나 동서에게 바라는거 없었습니다.
오히려 안오는게 돕는거고 우리 둘이서 하는게 빠르고 속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런식으로 하다니.
정말 속상합니다.
우리 애들 백일이고 돌이고 전혀 모르고 전화 한 통 없는 사람들이.
물론 같이 사니까(동서네가 전세비 까 먹어서 얹혀 사는거지요-우린 그런 돈 받은 적도 없어요. 울 힘으로 살았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겠지만 그래도 멀리 있는 자식들은 섭섭합니다.

이제 추석지나면서 제사가 좌악~
그러면 다시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형님도 한 번은 열 받아서 동서한테
"니도 애들 데리고 함 와 봐라. 얼마나 힘든지 알거다."
그 때 전 통쾌해 했지요.

지난번엔 형님집에서 아버님 생일을 하는데
물론 전 가까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일찍 가서 일 했지요.
밤 8시에 들어오시면서
"기차를 네시간이나 타니 애들이 지겨워해서 영 못 다니겠네."
하시는 겁니다.
신발을 벗으면서.
울동서 입 다물고 있음 밉지나 않지 덩달아" 아이구 힘들어"
한 대 팍 패주고 싶었습니다.

제사다 명절이다 해서 우리가 내려가면 밥도 안 해 놓고 우리를 기다리는 년이 무슨 할 말이 있는지.
형님이랑 절 일꾼으로 아는거지.
지 신랑이 못 벌면 지라도 나가서 벌든가.
아예 배 째라는 식입니다.
아주버님들이 우리 먹여 살리라는 식으로.
지가 우리한테 밥을 한 끼 해 줘 봤어, 애들을 안아 줘 봤어.

아침부터 열 받어서 두서없이 주절였습니다.
정말 속상합니다.
울형님은 더 속상하겠죠.
전 이제 체념하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씩 열 받습니다.
제가 나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