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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이 우리차를 빌려서 사고를...


BY 바다소녀 2001-09-11

시동생 얘기좀 할께요.
보면 속상하고, 마주앉아 있어도 반갑지 않으니...

저랑 신랑은 오래 연애를 했습니다. 첫사랑이죠.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저랑 같이 월급 탄 걸로 둘이서 꼬박꼬박 저축해서 중고차 한 대 살 정도 돈 모아놓고 군대 갔어요.
그 동안 저는 몇 푼 안 되는 이자 불린다고 회사신협에 맡겼다가 은행에 맡겼다가 그랬죠. 그래서 꽤 이자도 받았답니다.

3년 기다려서 제대 후 바로 직장 잡은 신랑은 몇 달 후 결혼했어요.
물론 중고차 한 대 샀습니다.
어찌나 마음 뿌듯하고 행복하던지.. 우리 힘으로 샀다는게 말이예요.
저랑 신랑한테는 보물이었죠. 둘이 탄 첫월급부터 모은거니까요.
나중에 아기 낳아도 잘 쓸려고 상당히 애정을 들였습니다.

문제는요. 그 사랑스런 차를요.
시동생이 시댁에 가서 자기 여자친구 태우고 온다고 차를 빌려가더니 그만 사고를 낸 거예요.
거긴 시골이거든요. 마주오는 차를 만나면 피하기도 어려운 좁은 도로 입니다. 그래서 항상 조심조심 천천히 달려야 하거든요.

시동생이 여자친구 태우고 속도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경운기랑 사고가 났어요.
저희는 보험료 아낀다고 가족한정 보험을 들었습니다.
직계 가족이 아니면 사고가 나도 보상을 하나도 받을 수 없어요.
우린 나이가 어려서 가족한정을 들었는데도 백만원이 넘더군요.
그래서 무사고로 잘 타서 보험료 낮춰야지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경운기(얼마나 단단합니까?)랑 사고났으니 우리차는 폐차가 됐습니다.
또 그 아저씨 다리를 다쳤어요. 시동생 책임이 더 크다는군요.
인사사고라 합의도 해야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든 보험중에 책임보험은 그 아저씨 치료비로 다 나갔구요.
우리차는 자차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동생이 운전한거라 폐차를 하고도 단 한 푼도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남은 보험료 돌려주는데 백만원 넘는 보험료 중에 십분의 일 주더군요. 기가 막혔습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어요.

시동생요? 미안하단 말 한 마디 없습니다.
그 말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나요? 그게 더 서운합니다.
돈이야 없어서 못 주는걸 달라고 멱살 잡을수는 없잖아요?
저는 돈 보다도 우리의 첫 재산이자 보물이 없어진게 더욱 슬픕니다.

작은 아버님께서 시동생에게 돈 벌면 형 차 살때 보태드려라. 하니까
시동생 아무말 없구요.
더 가관인건 시어머님. 얘가 돈이 어디있니? 너희가 나중에 돈 벌어서 차 사면 돼지. 하시는 거예요.
말씀이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되는거 아닌가요? 어머님이 더 밉더라구요. 그래 보태드려라 한다고 해도 우리가 덜컥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잊어버릴려고 했습니다. 속상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요.

1년 후 다시 중고차를 사야 했습니다. 남편의 직장이 차가 없으면 도저히 출퇴근을 할 수 없는 지역이거든요.

할 수 없이 차를 사고 모자라는 돈은 대출을 받았습니다.
시댁요? 시동생요? 말 한마디 없습니다. 원망스럽습니다.
친정엄마가 대출 받은 걸 아시고 돈을 주시더군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시동생이 더욱 더 미웠습니다.

그 일을 잊어버리려는 저를 더욱 힘들게 하는건요.
안 그래도 보험료 비싼 저희들인데.
시동생이 낸 사고때문에 3년을 보험료 할증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인사사고라 더욱 높은 할증을요. 억울합니다.
우리도 애 키우랴 먹고살기 힘든데 정말 짜증나요..

아는지 모르는지 여태 미안하단말 없습니다.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로 말 한 마디 없어요. 더욱 미워요.
아무일 없다는 듯 언니~~~ 하면서 말 붙이면 더욱 싫습니다.

남이라면 돈 받아내면 그만 입니다.
아니 돈 없다면 차라리 안 보면 잊혀지기나 할 것을요.
그러나 시동생. 평생 안 보고 살 수 없는 시동생...
그 여자친구 동서 되면 더욱 싫을 것 같네요.
자기 태우고 오다가 사고 난 거, 제게 미안하단말 하면 안 되나요?

보기 싫지만 봐야만 하고,
그렇다고 계속 속상해 하면 저만 힘들것 같고...
잊자고 하니 보험료 갱신때마다 화만 나고..
얼굴 보면 반갑지 않으니 이를 어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