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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다..


BY 살기 싫어 2001-09-13

속이 너무 상해서 잘려고 누웠다가 눈물을 닦고 여기로 왔다.

울남편이 그렇게 못 벌어 오는 것은 아니다.
그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주변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직장 변동이 심하고 보너스, 상여금, 퇴직금
등등은 없는 직장이다.
결혼 6년 째인데 작년에 4 개월 쉰데다가
수입은 작년보다 줄었고 전세금을 올려 주느라
대출이자도 있다.

알뜰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그래도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아는 집 아이들 숙제 정도를
돌보아 주고 학원도 챙겨 보내 주고 하면서 5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다.
절친한 이웃 아이들에다
성의를 다 해서 간식도 넉넉하게 해서 주고
아이들 고민도 들어 주고 이모처럼 엄마처럼 그렇게 대하다 보니
조금 소문이 나서 네명의 아이를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나도 4살된 딸이 있고 하니
힘에 부칠 때도 많고 그 아이들을 챙기느라 외출도 잘 못한다.
또 사소하게 오해거리가 생길까 봐
그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
관리해 주려고 마음도 많이 쓰면서 얻는 수익이 50만원이다

이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는 너무 소중한 부수입이고 뿌듯할 때도 많다

근데 어제 외박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술국까지 끓여 주고 나니
태연하게 얘기한다
어제 초등 동창들을 만났는데 술값은 자기가 냈단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잘 했다고 했더니
엘지카드로 긁었단다
얼마길래 했더니 50만원이란다

이렇게 속이 상하고 허탈할 수가 없다
가계에 도움이 되어 보려고
한 달간 노력해서 버는 액수인데 다 도로아미타불인 셈이다.

남편의 하룻밤 술값밖에 안 되는 돈을 위해
우리 아기랑 나는
매일 우리의 오후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남편이 미울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50이란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너무너무밉다.

아까도 아이들 숙제 시키고 수학도 좀 가르쳐 주고서
다 보내고 나니 목이 아프고 힘이 빠진데다
딸아이가 고집을 써서
밥 차려 먹을 힘도 없었다
짜장면이나 하나 시켜 먹고 싶었지만
그 돈이 아까워서 짜파게티를
끓여먹고 뿌듯해 한 내가 아니었던가.

이렇게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편이 너무 너무 밉다
지난 주엔 또 멀쩡한 핸폰을 잃어 버려서
또 최신형을 53만원이나 들여서 사더니..

너무너무 속 상하고 미워서 견딜 수가 없다.

나만 이렇게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