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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친정 가면 안될까요?


BY 맏딸 2001-09-14


추석이 다가오니... 아컴동지님들 글에.. 추석, 제사, 시집, 친정... 과 같은 단어들이 들어가는 글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기야 그러고보니 평범한 주부의 고민, 이곳에서 털어놓는 고민의 대부분은 결국 시집에 관련된 것인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추석을 어찌 지내야 되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작년 12월에 결혼햇는데.. 원래 그렇게 서두를 맘은 없엇습니다.


그런데 저의 시어머님이 워낙에 점을 믿는 분이라... 작년이 아니면 몇 년간 신랑이 장가갈 운이 없다고 해서 그 쪽에서 서둘러서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우리 부모님은 굉장히 서운해 했지요.


여하튼 제가 작년에 갑작스레 결혼하고 올해에 바로 얼마 전에 막내가 군에 입대햇습니다.


부모님은 애 셋 낳아서.. 힘들게 키웠는데 어느새 하나하나 여기저기 떼어주다 보니... 하나 남았다고 웃으시더군요. 그래서 여동생과 부모님 셋이 사나보다 햇는데...


여동생의 학과는 취직할때 어학연수를 갔다왔나 아니냐에 따라 연봉이 300-400차이가 난다더군요. 물론 어느 회사든 어학연수 갔다온 사람을 좀더 우대하기는 마찬가지이고.. 요즘엔 워낙들 많이 갔다오니까 갔다온 사람에게 프리미엄이 붙는다기 보다는 않갔다온사람이 불리하더군요.


그래서 제 여동생은 황급히 알아본 결과 추석지나고 바로 10월 7일에 캐나다로 떠나기로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황당하시죠... 1년 새에 자식 세명이 모두다 품을 떠나니까요. 주저리 주저리 말이 길었는데...


조언 좀 부탁드리겟습니다. 이번 추석에 신랑이 비상근무가 있어서 어차피 신랑은 시집에 갈 수가 없습니다. 저 혼자만이라도 가야 겟지요. 추석 당일 아침에 퇴근을 하거든요.


시집은 멀기때문에.. 경상남도 양산이구요.. 전 지금 서울에 살고 잇구요. 어차피 신랑은 못가고 저혼자 가야되겠지만.. 친정은 가깝거든요.


그리고.. 2주 후에 아버님 생신이라... 그 먼길을 짧은 기간내에 두번이나... 명절은 명절이고 생신은 생신이지만.. 아... 어째야 하나.


그런데 신랑이... "이번에 처남이 군대도 가고 처제도 곧 외국가는데... 장인장모가 섭섭하시지 않겠냐, 어차피 근무땜에 집에(시집에)는 못가니 처가에서 추석을 지내자." 고 하는 겁니다.


저도.. 동생이 연수가기 전에 못만날 것 같기도 하고.. 명절에 엄마 아버지 쓸쓸하실텐데.. 제가 가면 좀 덜 쓸쓸하실 것 같고..추석 당일에 가서 하루밤 자고 다음날 올라오기로.. 차표는 끊엇는데..


지금 이걸 어째야 하나.. 어머님하고 형님에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고민입니다.


결혼하고 첫 명절인 설은 시집에서 보냈으니까... 두번째인 추석쯤은 봐주시겠지.. 싶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실까 싶고 그렇습니다.


까다롭고 무서운 분은 아니고 제게 참 잘해주시는데, 그렇기 때문에 명절에 않가겟단 말을 못하겟어요.


그리고... 형님의 경우엔.. 제가 들어와서 형님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잇는 상태거든요. 음식도 못하고... 그런데.. 힘든 명절에 동서가 자기집 일로 쏙 빠져나간다면 밉지 않을까요..


얘기는 해야하는데 얘길 못하고 잇습니다. 혼자 끙끙 앓고 있지요. 신랑은 사정이 그런데 어쩔수 없지 않느냐.. 고 얘기하지만 잘 모르겟습니다.


그런 한편.. 내가 농땡이 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딸자식의 부모도 부모인데.. 추석에 딸 좀 만나면 안되나 싶습니다.


인생경험 많으신 선배님들!! 제 사정이 이렇습니다.


남동생 군에 가잇고 여동생 1년 동안 못만날 건데.. 외롭고 쓸쓸하실 부모님과 명절 보내고 싶어서 친정에 가고 싶어하는 제 마음, 잘못된 걸까요? 2주후엔 어차피 시집에 가야하는데... 추석 한 번 건너뛰면 안될까요?


추석엔 시집에 가야지 어딜!하고 혼내지 마시옵고..

어머님과 형님 맘 상하지 않게 전달할 방법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