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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말아?


BY 한숨 2001-09-16

어제도 외박하고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란 놈
오늘은 초저녁에 들어와 밥숟갈놓자마자
지 좋아하는 왕건이도 다 못보고 졸더니
지금은 드르렁~ 코까지 골아대네.
남들은 일년에 한 번만 외박해도 사네, 못사네
난리굿이라는데 우리는 사나흘에 한 번꼴로 외박이라네.
이사가는 곳마다 그 집 아저씨 혹시 유흥업소 나가냐고
야리꾸리하게 쳐다보고,
그래도 찍소리없이 조용하게 사니
내가 무슨 대단하게 이해심넓고 아량있는 예편네인줄 아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네.
술처먹고 기집질하고 카드빚에 휘청거려
이 인간 가진 거라곤 달랑 그거 두 쪽과
반반하게 생긴 낯짝밖에 없다네.
그래도 세상에서 지가 젤 잘난 놈인줄 아네.
결혼 십년이 넘어도 싹수가 노란 인간은
죽을때까지도 그 타령이라는 걸 이제사 깨달았네.
나도 새끼들이랑 살 궁리 해야겠네.
젊어서 지 몸 함부로 굴리며 사니
저 인간 제대로 오래살기는 애초에 글러먹은 일.
알콩달콩 서로 위해주며 해로하고 싶어도
내 팔자가 이것밖에 안되네.
만약을 대비해서 각서받았네. 것도 피터지게 싸워서 받은 것이네.
그날을 위해서 딴주머니 차고 있네.
명분을 두기 위해서 내 자식들에게
애비의 실상을 그대로 보면서 자라게 하네.
나는 처음에는 착한 나라였으나
동맹을 잘못 맺는 바람에 내가 더 나쁜 나라가 되고 있네.
짧은 인생 이렇게 살기 싫다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도 잘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