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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인생의 항로를 바꾸렵니다.


BY 예비이혼녀 2001-09-16

결혼 10년차
죽도록 사랑했다고 생각이 들어 가진것 없고 보잘것 없는 남자의
아내로 살았습니다.

결혼 9년동안 시집에서 받은 설움에 몸이 망가지고
정신도 병원신세를 질 만큼 되었지요.

제가 정신과 병원에 다니면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남편이
시댁과 저의 인연끊는걸 묵인하고 (그래도 남편은 자식노릇 했습니다.)
한 1년 그동안 제게 못 해 준걸 해 준다며 사람대접 해 주더군요.

바보같이 그 1년동안 모자란 저는 꿈을 꾸며 살았습니다.

결혼이후 언제나 내 울타리가 아닌 시댁의 울타리로 살아온
남편이기에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소리내지 못했던 나를 이해해 주고
이 사람 정말로 변했구나... 생각하면서 한동안 행복한 아낙이었습니다.

결혼생활 하면서 시집문제로 이 사람에게 구타 몇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무수히 당하면서 살았더랬습니다.

왜 그러고 살았냐구요?

토끼같은 내 새끼들 눈을 보면서 조금만 참으면 예전에 연애하던
시절의 그로 다시 변할수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지요.

그 조금만이 이년이 되고 삼년이 되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을
지경에 이를 때까지 9년이 되었습니다.

며칠전 남편과 다퉜습니다.
한 1년간 욕을 입에 담지 않던 남편이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10살, 7살 입니다.) 18* 좇같은 * 욕을 하더군요.
아이는 멀뚱멀뚱 쳐다보고요.

죽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도 아이들 앞에서 피터지게 구타당했던 기억이 확 몰려오더군요.

안되겠다. 생각하고 이혼요구 했습니다.
한번 하기가 어렵지 하고 나면 두번 세번은 너무도 쉽다는걸
저는 경험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제는 스스로 판단할 줄 아이들 앞에서
이런 엄마의 모습.. 창피하고.. 뭐라 말 할 수 없이 착찹해져갔습니다

이게 내 복인가 보다..
1년의 행복... 그게 이 사람에게서 받을 수 있는 행복의 모든 분량이
었나보다..

이혼을 다짐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래도 애아빠가 있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갈팡질팡했습니다.

그래서 용서를 구한다면 다시 한번... 하는 생각도 사실은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러더군요.
속시원하다며 너같은* 다시는 보고싶지 않다고..
똑똑하려면 아주 똑똑하던지 너같이 설똑똑이는 필요없는 여자라고

오늘 이혼서류를 갖다주고 작성하라 했습니다.
흔쾌히 쓰면서 지저분하게 놀지 말라고 그러더군요.
그 뜻은 자기를 다시 잡으려 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저... 그럴 생각 없습니다.

단호히 내가 써야할 인적사항등등을 기재해 줬습니다.
나 아무 미련 없으니 그런 자존심 상하는 얘기 하지 말라고..
대신 협의 이혼인 만큼 자식들은 내가 키우겠다고 했죠.

순순히 그러라 하대요.

그러더니 같이 잘 것을 요구하네요.
마지막이니 같이 옆에 누워 있으라구요.

싫다고 몇번을 거절하다가 새벽이라 큰 소리 날 것 같아
그냥 옆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러다 또 실랑이

결국은 제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방을 뛰쳐 나왔습니다.

첨엔 이 사람 사과하는 듯한 제스추어를 했고 무슨 미련이 있는지
저도 맘이 흔들렸었습니다.

그런데 뒤이어 얘기하자며 나를 끌어앉혀 놓고 얘기하다가
자기분에 못이겨 자존심 건드리는 얘기를 하대요.

너까짓게 뭐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냐면서
이세상에 잘난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말로만 똑똑하다 하지말고
정말로 능력있는 여자가 되라구요.

결혼 10년동안 항상 자기사업에 같이 참여해서 일하라고 해 놓고
(자영업을 하지요.)내 능력 다 깡그리 깔아뭉개고 살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능력 운운 하다니...
서럽다는 생각에 또 울어버렸습니다.

저요...
처녀때 나름대로 자칭 타칭 똑똑하다고 얘기들었었습니다.
대학교때도 잘 나갔었습니다.
그 이후 여 학생은 어렵다는 회사에 당당히 실력으로 들어갔고
인정받았었습니다.

그러다 결혼하고 열심히 남편일 도우며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헤어진다고 이리도 가슴에 못박는 소리를 해 대니//

결국 종착역은 이혼일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사랑했었던 기억이 때론 아파오겠지만
그 아픔을 딛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부부사이에는 서로 건너지 말아야할 강이 있습니다.

우리 둘은 그동안 서로 숯하게 많은 강들을 건너고 말았네요.

다시 건널 수 없는 강은 유리조각처럼 가슴에 박혀

선홍색피를 흘리게 하고 그 아픔으로 서로 껴안지 못하는

두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한다면 지킬건 지켜줘야 하는데 서로의 이기심에

여기까지 오고 말았네요.

다시 건너갈 수 없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