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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


BY 울트라 공룡 2001-09-17

오늘은 나도 큰 맘 먹고 얘기좀 해야겠다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지 않는 남편,아직 어린 애 둘
친정이나 시집이나 비빌 언덕이 돼 주지 않는 내 신세야
하두 신경을 써서 그런지 뒷목이 너무 뻐근하다 거기다 허리까지
끊어지는 것 같다
남편은 지금 실직 상태나 마찬가지다
월급이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출근은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천만원이나 되는 돈을 회사 빚 갚는데다 현금 서비스 받아 빌려 주었는데 그 돈도 떼이게 생겼다
다음 달엔 우리 아버지 회갑이 있다
말 그대로 죽고 싶다
죽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들 아닌가
어린 자식이 눈에 밟혀 아마 난 죽지도 못할거다
내 신세가 왜 이렇게 됐나 모르겠다
아무도 내 사정이 이런지 모른다
잘난 남편은 의논도 하지 않는다
물어 봐도 묵묵부답
차라리 남편 없이 아이들 데리고 사는게 더 나을 것 같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제대로 가장 구실을 해야 믿고 따를 거 아니겠는가
첫 애 낳고 10개월 동안 놀고 - 바로 연년생으로 동생을 낳아 참 힘든 시간이었다 - 아는 선배가 회사 차려 도와달라고 이 곳(시골)에 왔더니 결국 빚만 지고 쪽박 차게 생겼으니
결론은 하나다
내가 가장 노릇을 해야 된다는 거
그러면 따라오기라도 해야지
소죽은 귀신처럼 암 말 안하고 있으면 장땡이냐
나보고 돈을 왜 벌라 그러냔다
왜 벌긴
자식이라고 낳기만 하면 다 돼냐
최소한의 것은 해 줘야 할 거 아냐
내가 언제 사치하는거 봤냐
잠도 안오고 자고 일어나도 머리가 무겁다
누구 말처럼 좋은 일이 생길라고 먼저 이런 시련이 온 건지
그렇다면 오죽 좋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