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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쌀에는 좀약이 들어있습니다...


BY 김명숙 2001-09-21

우리집엔 상하지 않는 밥이 있습니다.
어떻게 만드냐구요? 간단하답니다. 농협에서 쌀을 사다가 밥을하면 되니까요.
저는 천안에서 작은 분식집을 하고 있습니다.
한 2년전쯤 가게를 시작하면서 계속 농협에서 쌀을 사다 먹었죠.
손님들에게 나가는 밥을 포함해 우리 부부와 아이 둘이 그 쌀로 식사를 했구요.
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도 그냥 묵은 쌀이라 그런가 했고,
쌀뜨물에 죽은 벌레가 떠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8월 26일 이었습니다.
쌀을 씻으려는데 하얀 덩어리가 보이더군요.
전 그냥 왜 조약돌이 들어있을까 의아해하며 밥을 지었습니다.
밥솥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온 좀약 냄새.
제가 본 하얀 조약돌은 바로 나프탈린 덩어리였습니다.
정말로 참을 수 없었던 건 40kg 쌀을 거의 다 먹고 바닥쯤에서...
숨이 꽉 막히더군요. 손이 덜덜 떨려서 일을 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우선은 소비자 보호원에 고발 접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밥을 비닐봉지에 담아 내놓았지요.

월요일..
농협에 쌀과 좀약 덩어리를 가지고 갔습니다.
판매했던 여직원이 아마도 실수였을거라며 알아보고 연락을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집에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떠한 경위로 나프탈린이 들어갔는지 변명이든 해명이든 하겠지....
한참후 우강농협의 과장이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또 하루가 지나고 분노가 극에 달했을때 쌀을 판매한 농협에서 전화가 오고
오후에 차장님이란 분과 판매했던 여직원, 그리고 다른 한 분이
쌀과 포도상자를 들고 찾아 오셨습니다.
죄송하다고 사죄를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바란 건 그 분들의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바란건 우강농협의 사죄와 해명이었으니까요/

또다시 하루가 지나고 우강농협에서 과장이란 분이 쌀 10Kg을 들고 찾아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말씀이 가관이셨습니다.
천정에 달아놨던 좀약이 실수로 들어간거고, 고의도 아니고 실수인데 사과하러 찾아온 사람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그리구 서울에서도 두군데서 좀약이 나왔는데 왜 너희만 유독 그러냐구
오히려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실수요! 실수도 여러가지가 있죠..
용서받을수 있는 실수도 있지만, 절대로 용서받을수 없는 실수도 있으니까요.
너무나 기가 막혀 쌀을 가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분 말씀이 성의로 가지고 온 거니 쌀은 그냥 먹으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그쌀을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2년 동안 먹은 것도 가슴이 떨리는데 또 먹으라니요.
더구나 남을 줄 수는 더더욱이 없었습니다.
나 안 먹는다구 남 주나요??

여름철이니 벌레가 생기는게 당연하지요.
벌레가 생기면 상품가치가 떨어질테니 어느정도의 약물처리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골 화장실 벽에 걸려있거나 옷장속에 들어있어야 할 좀약이
쌀속에 들어있다는 건 절대로 이해도 용서도 안되는군요.
더더욱이 아직까지 건재(?)한 비닐봉지 속의 밥을 보니,
절.대.로.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나만 안먹으면 그만이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가슴이 떨립니다.

제가 2년동안 먹은 쌀은 당진 '우강농업협동조합' 쌀입니다.
주소는 충남 당진군 우강면 송산리 404-14
전화번호는 041 382-1670 입니다.

아직까지 전 그 쌀과 좀약, 그리고 밥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쩐지 버려서는 안 될 것 같아서요.

모르는게 약이라고 했나요.
그걸 알고나니 내내 배가 아프고 식욕이 없네요.
한동안은 밥을 못먹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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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웃긴얘기 아닌가요?
신토불이.... 신뢰의 상징이라는 농협이.

너무나 화가나구 억울해서 농협중앙회 홈피 민원란에 글을 올렸습니다. 아무 반응도 없더니 10여일이 지난 후 답글이 올랐네요..

우리 아이들이 그 밥을 먹었는데 "불쾌감을 드려서 죄송.. 어쩌구,"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한번 방문해 주십사고, 그 밥으로 식사 한번 대접해 드리겠다구요.
전자렌지에 데우면 아직은 먹을만 하니 한번 오시라구요..

밑에 글은 농협 홈피에 올라 온 답변입니다.



작성자 윤재혁 연락처 02-397-6434
제목 쌀에서 나프탈린이.... [답변]


안녕하십니까?

저희 농협에서 구입하신 쌀에 좀약이 들어가 불쾌감을 드리고 농협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고객님의 심정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위로의 말씀을 드리기가 어려우며, 해당농협에
위와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미곡관리로 손상된 이미지가 개선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 할 것을 주의 촉구하였습니다.

다시한번 고객님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일을 기화로 고객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농협이 될 수 있도록 지도관리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