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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중인 사람입니다


BY 스크랩 2001-09-21


무슨말부터 써야될지 모르겠네요.

지금 제 상황은 1년넘어 별거중입니다.
남편과는 가끔씩 연락하고 아들도 한달에 한번정도 보고있죠.
친정언니의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느라 아직까지 직장을 구하지않고
있어요.
오래전으로 거슬러가보면, 친정아버지가 심한 폭력을 쓰시는 분이라
그게 지겨워서 도망치듯 결혼했지요.
제가 결혼하고 난뒤 두분은 이혼하셨고 어머니는 미국으로 가셨어요.
가장 힘들었던건 이해할수 없는 시어머니의 구박이었어요.
변변치못한 집에서 자란 며느리라 조건없이 미우셨나봐요.
신경쇠약에 걸릴만큼 참 많이 시달렸어요.
처음엔 그런 저를 감싸주던 남편도 시어머니가 자꾸 그러니까 덩달아
내가 미워졌는지 어쨋는지 한번씩 옛날에 친정아버지가 하던 행동을
하더군요.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도 놀란다고나 할까요?
옛날 친정아버지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정도의 남편행동이지만 저에겐
너무나 큰 상처로 다가왔어요.
그런저런 모든 일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어 작년 여름 시어머니의
뜬금없는 심술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짐을 싸서 나와버렸죠.

네, 혼자있으니 참 편하더군요.
물론 아이생각에 잠못들고 밤새도록 괴로워 술도 마셨죠.
생각해보면 저에게도 문제가 있었어요.
워낙에 아빠에게 입은 상처가 컸기에 침한번 삼키면 넘어갈수도 있는
일을 저는 가슴속에 박아두고 괴로워한거죠.
그러다보니 남편에게 사랑도 느끼지못했고 시댁식구들의 행동들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더군요.
특히나 시어머니의 친정어머니를 빗대는 빈정거림은 저를 미치게했어요.
저는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시누이 시동생내외 등등 조카를 포함한
열명이상의 식구들과 부대끼며 살았어요.
남편역시 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데리고 왔으면서도 현실이란게
그렇게 되지 못하니까 스스로 자격지심에 휩싸여 매일매일 인상쓰며
온 집안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더군요.
어릴적 아빠때문에 숨도제대로 못쉬었던 기억이 그런 상황에 너무나
민감하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살고싶지 않았었는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들이 현실로서
나타나더군요.

요즘은 남편이 많이 뉘우친거 같아요.
아이도 너무 보고싶구요.
초등학교 2학년인데 혼자서 밥먹고 옷입고 학교가는걸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져요.
담임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준비물을 못챙겨온다고 하더군요.
그날저녁 눈이 퉁퉁붓도록 울었어요.
나더러 아이간수 못한다며 자신이 하겠다고 나가라던 시어머니는
말과는 달리 잘안챙겨주나봐요.
너무 속상해요.
이대로 이혼을 하고 혼자서 삶을 개척해나간다면 아이가 눈에밟혀
평생 지울수없는 상처를 입겠지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시작할 또다른 나만의 새삶이라는 것도 무시
못할 유혹이예요.
그 반대로 다시 남편과 아이에게 돌아가는 것도 저에게는 정말이지
바라는 것중에 하나거든요.
어쩔수없는 한국여자니까요.

요즘은 너무 정신적으로 힘드네요
두개의 떡이될지 독약이될지 먹어보지않고선 알수없는 일들이 저를
너무 지치게해요.
조언주실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