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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현실이 보이네요.


BY 식모의 착각 2001-09-27

전 전업주부입니다.
경제권을 쥐고 있는 주부...

그런데 요즘 그 경제권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가 생긱기 시작합니다.

결혼하고 남편은 경제권을 저에게 넘겼죠.
그래봐야 쥐꼬리만한 월급에 대출통장이었습니다.
열심히 아끼며, 돈 쬐금 대출받아서 겁없이 주식을 해서 돈을 불려 대출을 모두 갚았죠.
그때 남편은 저에게 돈이 어디 어떻게 쓰이는지 물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자기도 자기 월급으로 대출 갚으며 살기가 어렵다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겠죠.
로션하나 못사고 과일 한번 안사다먹고 그렇게 살았어요.

대출 다 갚고, 어떤 행운이 생겨 월급이 그 전보다 두배정도 늘었거든요.
그래서 조그만 아파트도 대출 조금 받아 분양받고, 지금은 통장에 적지만, 얼마간 저축도 있고 아파트 대출도 내년안에 갚을거 같은데...

이마당에 갑자기 모든게 다 싫어지네요.
저는 아끼며 아끼며 정말 헛돈 하나 안쓰고 알뜰하게 살었거든요.
남편도 그 점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헌데, 이 남자가 월급이 는 다음부터 어느곳에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 하더군요.
처음에 기분이 너무 나빴지만, 대충 이야기를 해 주었거든요.

그러면 한달 있다가 또 묻고 한달 있다가 또묻고...그걸 한 세번쯤 반목하길래 통장을 집어던지면서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네가 관리 하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어쨌든 그러다가 제가 또 맡게 되었는데요.
분양 받은 아파트 공동명의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전세주고 받은 전세금이 누구 통장에 들어가냐고...묻더라구요.
저축을 해도 모두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에 꼬박꼬박 적금 붓고, 모든 통장이 다 자기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관리만 내가 할 뿐이지 제가 그 통장에 대한 권리가 있는건 아니잖아요.
전세금 받은거 제 통장에 넣었거든요.
왜냐면, 제가 인터넷 뱅킹을 하기 때문에 은행 가기 싫어서 대출 갚는거랑 섀시 값이랑, 니스칠 한거랑...기타등등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하려구요.

그리고 남는 돈은 다시 남편 통장에 넣으려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그 돈이 누구 통장에 들어가 있냐고 묻는데....
부쩍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 통장에 얼마가 들어가 있는지 묻네요.

사실 요즘 남편과도 사이가 좋질 않아요.
남편이 짜증도 좀 많고, 화가 나면 밤이고 낮이고 동네 챙피한줄 모르고 소리소리 지르고 물건 던지고 벽 쳐서 구멍내고 ... 성질 더럽거든요.
얼마전에 한번 싸웠는데, 정말 남편 그러는거 그날은 정이 다 떨어지고.. 지금까지 그 정이 도로 붙질 않고 그저 싫기만 하거든요.
게다가 무슨 해결이 있지 않고서야 이 상태대로는 정상적인 행복한 생활을 할 수가 없으리라는 생각이 맘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올라오더라고요.

이혼도 많이 생각해 봤지만, 쉬운일도 아니고..
그냥 얼굴 안보고 잠시 떨어져 있으면 좋겠다 싶거든요.
남편이 오랜동안 출장을 가던지, 아니면 내가 아이 데리고 다른 곳에 가 있던지..
사실 이 부분에서도 많이 속상해요.
친정도 못살아서 제가 아이 데리고 얼마쯤 가 있어도 생활비를 드려야 하거든요.
물론 생활비를 달라곤 안하시겠지만, 엄마가 짜증 부릴 일 생각하면 차라리 돈을 드려야 속이 편해요.
친정도 저한텐 쉼터가 못되고, 어지간해선 가 있을 생각도 안하게 되고요.
시집은 더 가관이라...더 말이 필요 없구요.


내 남편.. 이라는 사람이 그냥 끔찍하네요.
그런와중에 남편이 자꾸 돈을 챙기니까, 더 정 떨어지고.
나도 최악의 경우 이혼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돈도 다 남편 명의로 되어 있고...

경제권이 저에게 있다고 큰소리 땅땅치고, 마음이 든든했었는데.... 요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 아무것도 아니었더라고요.

난 갖다 주는돈 열심히 계산해서 아껴 살고, 남편 이름으로 저축해 주고... 한마디로 이런 성실한 식모, 비서....도 찾기 힘들겠더군요.

남편하고 끝나면 한마디로 난 빈 털털이고 그 재산 조금 먹겠다고 남편하고 더럽게 싸워야 되더라고요.

기운이 탁 풀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네요.
돈관리도 억척스럽게 하고 싶지 않고, 저축도 하기 싫네요.
남편이 싫어지니까, 그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게 더더욱 분명해 지네요.

어제 남편이 여느 달과 마찬가지로 월급 명세서를 저에게 줍디다.
다른 달 같았으면 그 돈을 제가 통째로 넘겨받은것 같이 좋았을 텐데...열어보고 싶지도 않더라구요.

남편은 자기는 돈 벌어다 다 나 갖다 준다고 자기는 머슴이라고 이야기 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제가 식모고 그 사람의 머슴이 었네요.
자기 이름으로 통장 만들고 다 거기다 넣어 주고, 내꺼 하나 못사고 벌벌 떨면서 사는데...

내 이름으로 통장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니까 싫어서 얼굴빛이 틀려 지더군요. 차마 싫다고 말하면 자기 쪼잔한 남편 될까봐 싫다 소리는 직설적으로 못하는데, 변명이 많더라구요.
더 저축할 돈이 어디있냐... 네 통장이 무에 필요하냐...저 비상금 통장 있잖냐..(제가 결혼전에 모아두었던 돈이 조금있는데, 그걸 남편이 알거든요. 액수도..내가 미쳤지..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건데..)
돈 다 갖다주는데 거기서 쓰면 되지 네 통장에 따로 돈 넣을 필요가 있겠냐.....등등.

생활비도 얼마나 드는지 알고 싶어하고..
이제는 시장 볼때도 항상 같이 가려고만 하네요. 주말에.
처음엔 같이 다니니까 좋았는데, 싸우고 나서 한집에 있다는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데, 그 와중에도 쇼핑은 같이 다니겠다고 따라 붙으니까 감시당하는거 같고 기분이 아주아주 더럽습니다.
물론 같이 다니는것도 싫구요.

복권이라도 한장 맞으면 너혼자 다 먹으라고 다 100원짜리 동전으로 바꿔서 입에서 쳐넣어주고 싶네요.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구와도 통화도 하기 싫고, 모든게 허무하고 나자신을 돌아보니 사회생활을 할 능력도 없고, 돈도 없고, ... 빌붙어 살지 않으면 빈털털이로 쫓겨나야 할 신세더군요.
아이에 대한 권리도 없고..

것도 모르고 지금까지 그 돈이 마치 내 돈인양 큰소리 치면서 살았다니.
남편은 속으로 얼마나 웃겼을까요.

요즘은 말도 하기 싫어 안하고, 남편이라는 사람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나네요.

기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