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59

에구.


BY 가을바람 2001-09-27

에구.....
또 명절이 다가 오나 봅니다.
온 종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온 몸이 쑤십니다.
명절 증후군인지 아님 몸살인지 잘 모르겠지만
몸과 마음이 아픕니다.
에구....
시댁가서 큰 형님 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철렁철렁합니다.
시어머니의 잔소리와 억지 소리는 노인네니까 하면서 이해합니다.
하지만, 울 큰 형님.
정말 이해하기 싫습니다.
맏며느리로써 권리만 있지 의무는 없습니다.
시아버지 돌아가시기전 병원에 계실 때 6개월 동안 병문안 2~3번 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시아버지 마지막이 될 줄도 모르는 생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물었더니,
나는 모르겠다. 내 일도 골치 아픈데 너거들 알아서 해라.
하더군요. 아버님 장례 치룬 뒤 형님 왈
자기에게 큰 며느리로써의 대접을 해 주지 않았다고 섭섭하다고
하더군요. 식구들이 큰 며느리 대접 하지 않은게 없는데 뭐가 섭섭
했는지...... 온 식구들이 자기 눈치 보고 있는데.....

시집와서 고생않고 사는 동서들 보면 질투가 난다는 형님.
시동생들 아무 탈 없이 형님께 손 벌리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으면 고마워 해야 할텐데....
시어머니께 용돈 한 번 드리지 않는 형님,
꼭 맏이가 시어머니 모시라는 법이 없지만
울 형님 모시지 않으려고 온갖 머리 굴리는게 눈에 보입니다.

에구.....
자신은 집안 대소사에 가끔 빠지지만
우리 동서들 빠지면 온갖 욕을 해댑니다.
자신은 제사 준비 끝내 놓으면 올 때도 있지만
우리 동서들이 조금 이라도 늦으면 음식 소화 되지 않을 만큼
잔소리를 해댑니다. 자기 형제 같으면 그냥 두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울 동서들 한 마디 대꾸 않습니다.
큰 형님이니까..... 집 안 시끄러울까봐,,,
늦어서 죄송하다고 하면 왜 일찍 나서지 너거 잘못아니냐 하십니다.
고속도로가 예상보다 많이 막혀 애 먹는데 말입니다.
차 속에서 또 야단 맞을까봐 불안, 초조, 긴장 속에 가는데 말입니다.

에구.....
울 큰 형님 친정에서 하는 것 다 바른 것이고
시댁에서 하는 것 정말 이상한 것이라고 씹어댑니다.
정말 듣기 싫습니다.
집 안마다 하는 풍습이 다른데 말입니다.

에구....
울 친정 아버지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어떻냐고 물어 본 적 한 번 없습니다.
울 친정 아버지 돌아 가셨을 때도
얼마나 마음의 상심이 크냐고 물어 본적 없습니다.
적어도 한 마디의 위로라도 해 줄지 알았는데.....
그 때 난 형님과 나는 형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자 형제들끼리 형제니까
비록 피는 나누지 않았더라도
우리 동서들 형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서로 보고 싶은
형제로 지내고 싶었습니다. 언니가 없는 나는 언니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아닙니다... 남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형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이상하게 시리 다정스럽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10년 동안 우리 아이 안부 물어 본적이 없던 형님이
아이는 잘 있냐고...
웬지 불안합니다.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 예상지 않게 화를 내기도
하니까요... 항상 긴장 속에 만나야 하니까요..
이러다 심장병에 걸리지 않을 지....


에구...
오늘 백화점에 선물을 사러 갔습니다.
10년동안 형님에게 양말 한짝 받아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형님이니까
내 할 도리는 해야지 하면서 말입니다.
웬지 모르는 서글픔과 짜증이 밀려 옵니다.

에구...
명절 때 만나면 또 무슨 일로 야단 맞으려나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