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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말 철없는 아내일까요?


BY 아이스크림 2001-09-29

저의 남편은 34살이고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그런데 신혼초부터 술로 속을 썩입니다.
맨날 감기며 설사며 달고 다니면서 담배끊는다고 이제까지 5번은 약속하고 안끊고 술끊는다고 수없이 얘기했습니다. (절대 제가 강요한 것 아님)

물론 전혀 안끊었지요. 술만 먹었다하면 2-3시는 기본이요, 보통 4-5시, 때론 외박도 했습니다. 일주일에 1-2번씩요.

그러다가 작년에 정말 도가 지나치더군요. 일주일에 3-4번 술먹고 늦게 오는 겁니다. 토요일은 원래 일찍 끝나니 빼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찍 오는날은 1-2일에 불과한 겁니다.

거기다 작년엔 제가 둘째를 임신해서 무거운 몸으로 큰애돌보느라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애한테 시달리며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무슨 술자리가 그렇게 많은지..

그러더니 둘째가 태어나니 좀 나아지더군요. 웬걸 일주일동안 한번도 안마시는 때도 있고 많이 먹어봐야 일주일에 한번정도 마시고 그것도 12시 정도면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취하지도 않구요.

정말 살것 같더군요. 남들은 애 있으면 힘들어 죽겠다는데 저는 별로 힘들줄 몰랐습니다. 애도 순하고 늦어도 8시안에는 들어와 애도 봐주니 정말 너무너무 좋더군요.

그런데 요즈음 갑자기 또 술먹고 늦게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일주일에 두번쯤, 그것도 만취해서요.
그래서 바가지를 긁었지요. 그랬더니 회사직원들이 모두 부인이 너무 심하다며 사회생활하는데 그정도도 이해못해주냐 그랬다는 겁니다.
여직원들까지도요. 그회사 여직원은 모두 가정이 있는 유부녀들인데 모두 그렇게 술을 잘 먹는답니다.

그 여직원들 하는 말이 (이건 우리남편이 전한 얘기니까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자기들은 직장다니랴, 애돌보랴, 시집살이까지 하느라 고생인데 저는 집에서 살림만 하면 되는데 왜 남편의 사회생활(술)을 이해 못하냐 그랬다는 겁니다.

술마시는게 왜 사회생활입니까? 전체회식도 아니고 맞는 사람끼리 끼리끼리 어울리는게 회사생활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아버지는 7시 땡하면 집에 오는 분이셔도 친구분들 무지 많습니다. 지금 내년이 칠순인데도 인맥 무지 넓어서 제 결혼식때 아버지 친구분들만 수백명 오셔서 때아닌 경로잔치같은 결혼식 했습니다.

술로 인맥만들어 공이 사가 되고 사가 공이 되는 시대는 이제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술 잘마십니다. 술마실 친구도 쌔고쌨습니다. 하지만 가정생활을 잘 꾸리기 위해 참는겁니다. 그런데 왜 남편들은 친구만날거 다 만나고 마시고 싶은 술 다 마십니까?

오늘도 일찍 온다고 전화하더니 금방 다시 전화해서 밥만 먹고 간다는 겁니다. 신경질이 나서 막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예 들어오지마 그러구요. 밥먹으며 반주로 소주 몇병 걸치고 입가심으로 맥주마시러 가고 기분도 좋은데 나이트(아줌마, 아저씨들만 가는 물안좋은 나이트가 있답니다.)도 가고 그게 순섭니다.

그래도 오늘은 웬일로 12시쯤 들어왔데요. 문열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저는 저의 딸(4살)을 꼬셔서 아빠를 때려주라고 그랬더니 우리딸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빠를 보자 엄마가 때리라고 그랬다고 다 일러바치고 저를 가리키며 쟤는 친구엄마야 그러더군요. 엄마가 신경질 좀 부렸다고 그럴수 있습니까.

저는 내일 오후에 남편퇴근하면 저도 나갈껍니다. 친구만나서 술 실컷마시고 기분내키면 친구집에 가서 잘겁니다. 생각만 해도 속시원하네!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