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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맘에..


BY 답답한여자 2001-10-05

시부모님 모시고 시동생들과 사는 둘째 며느립니다.
돈문제로 우리와 딱 2년만 살겠다며 들어오라고 성화하시는
시부모님때문에 시댁에 들어왔죠.

당시 아버님 말씀, 내가 맏아들 맏며느리 없는 사람도 아니고
있는데 왜 너희랑 계속 살겠냐. 빌려간 돈도 주기 어렵고,
너희 전세금좀 써야겠으니 들어와라.

전 제가 둘째 자리라고해서 시댁문제에 안일하게 생각해본적도 없고
같은 형제들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중에 제사도 형님과 같이
돌아가며 모실 생각이었고 명절도 돌아가며 이집 저집에서 하자고
하기도 했었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맏이가 시부모님 모셔야한다는 부분이
아니니 맏며느리분들은 흥분하지 말아주세요.

어제 한잔하신 어머님, 우리야 길어야 20년후면 죽을 목숨이고
그동안 니가 우리 모시고 잘 살면 너한테는 영화가 없어도
네 자손들이 복받아 잘될꺼다... 사실 모른척하고 싶어
묵묵이 밥만 먹고 있었죠.
잠시후 줄줄이 평소와 같은 형님 흉보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평소에는 어머님이 형님 흉보면 저도 어머니와 같은 생각이지만서도
같은 동서라는 입장에서 형님편들면서 말해왔었지만 어제는
시작부터 짜증나는 소리라 입다물고 있었죠.
걔한테 밥얻어 먹고 살면 속이 터져 죽을꺼라고 하시면서
공주니, 걔 엄마가(사돈이란 소리는 거의 못들어 봤어요.)
애를 그모양으로 키워서 시집을 보냈느니 어쩌니하는
평소와 같은 욕이었죠.
형님은 제가 봐도 공주에요. 자기 핸드백도 놓고 갈 정도로
아주버님을 의지하고 살죠. 하나에서 열까지 아주버님이 전부를
대변해주고 챙겨주고 위해주니깐, 핸드백까지도 챙겨 다니질
않는거죠.
본인 말로도 그래요. 엄마가 전부 다 챙겨주다가 결혼하면 어쩌나
걱정됐는데 아주버님이 엄마처럼 챙겨준다고...
이번 명절에도 예외없이 오후 늦게서야 왔고, 명절 아침에도 늦잠잤고,
담날 점심에는 낮잠자느라 밥상 다 차려놓으면 일어나죠.
그문제는 사실 이제 아무 감정없이 받아 들일 정도가 되었어요.
형님은 원래가 그런 사람인데 기분 상해봤자 저만 손해고
제가 기분 상해서 인상쓰면 남편은 형님땜에도 짜증나고
짜증내는 저땜에도 짜증나니 가족들 분위기만 썰렁해진다는걸
알았거든요.

어머님 말이 끝나자 한잔하신 아버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어요.
우리 들어오기전에 맏아들, 맏며느리 불러 앉혀놓고
우리랑 계속 살겠다고 확실하게 못을 박아 말씀을 하셨다는...
정작 당사자인 우리에겐 말한마디 안하신 얘기를 왜 형님네
말씀을 하셨을까, 황당하더라구요.

결혼한지 3년밖에 안됐지만 그동안 티셔츠 몇장이나 사입었을까
싶게 맞벌이해서 아끼고 아껴 모은돈은 전부 시댁에 다 들어갔어요.
이젠 저희보고 부모님 모시고 평생 살면서 시아버지 빚까지
갚으라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지금 사는 집이 빚덩이거든요.
저희가 살면서 빚갚고, 형제들 몫으로 십프로씩 떼어 주라고
전에한번 말씀하신적이 있는데 말도 안된다는 생각에 무시하고
넘겼죠. 왜냐, 이집 빚만 갚는데도 이 집의 시세와 맞먹거든요.
그걸 다 갚고도 형제들 몫을 떼어 주라는 것은 우리가 부모님도
모시고, 부모님 빚도 갚아주고, 형제들 뒷바라지까지 하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냥 들어도 말같잖은 소리를, 두분은 아예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거에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남의 자식 데려다가 먹이고 재우고 입혔어도, 이렇게 짐을 지우지는
못할꺼란 생각이요. 제가 자라면서 우리 시부모님 사준 과자
한봉지 받아 먹어본적도 없었고, 내 죄라면 멍청한 둘째아들하고
결혼한 죄밖에 없는데 왜 저한테 이렇게 굴레를 씌우는지 모르겠어요.
형님네는 집도 있고, 살고 있는 전세도 있는데
가져갈데로 가져가 이제 남은건 돈천만원밖에 없는 저희한테
뭣이 저토록 당당한건지 알수가 없어요.
남편이 결혼전 10년동안 직장다니면서 자기 앞으로 받을수 있는
한도까지 대출까지 받아서 부모님께 다 해드리고
퇴직금까지 미리 받아서 다 드리고 하면서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면서 해왔던게 문제인거 같아요.
다른 자식들에게는 돈몇백 빌려와도 어찌해서든 돌려주시면서
우리한테 가져간 돈은 '요즘 어려워 너희돈 못준다'하면 땡.
당뇨로 고생하는 아빠 병원비 15만원은 못내드리면서, 시어머니
수술비 150만원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속풀이할겸 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