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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남편과 어리석은 나?


BY 좋은하루 2001-10-27

난 맞벌이로 결혼 9년차다. 신혼은 단칸방에서 매일 싸우며 시작했다. 좋은날도 있긴했지만...

울신랑 말 잘한다. 나 감정이 복받쳐서 말을할려하면 눈물부터 나오고 머리속이 텅비는 느낌으로 말도 제대로 못한다.

울신랑 술 입에도 못댄다. 퇴근시간 칼이다. (일이 없을때만)
나 술 좋아하고 잘 마신다. 노는거 좋아해 나가면 12시다.

겉으로 보기엔 자상하고 배려?해 주는 남편 모습에 나보고 시집잘갔다 한다.

어제 내가 말 잘못했다고 꼬투리 잡고 늘어지더니 화를 낸다. 우습다. 이젠 남편이 화를내도 느낌이 없다. 지금껏 이렇게 지냈으니까.

신혼때부터 시댁에 가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의 감시원에 말한마디 잘못하면 집에 돌아와 날 쥐잡듯이 했다.
저녁먹을때 시모께서 물이라도 들고 들어오시면 난리난다. TV를 보다가 시부의 말에 즉시 대답안하면 난리나고, 말이 공손하지 못해도 난리나고.

난 남편때문에 시댁에 가기 싫었고 말도하기 싫었다.

남편은 기억도 잘한다. 내가 못한거에 대해서...
다른 아내처럼 옷도 챙겨주고, 따스한 밥도 해주고, 반찬도 신경쓰고, 영양제도 챙겨 먹도록 해주고, 옷도 빨았으면 다려놓고, 나보고 다하란다. 내가 수퍼우먼이 되기를 바라는거다.

어젠 남편이 이대로 살수 없다며 이혼얘기를 했다. 나 그러자고 했다. 절차 밟으라고, 이런싸움 이런말 계속이다.

나 남편이 내게 잘해줘도 기쁘지 않다. 언제 또 소리지르고 리모콘이 날아갈지 모르니깐...

30분 전까지도 사랑한다던 남편의 웃는 얼굴이 저렇게 험하게 변할수 있을까.

나 이젠 똑똑한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