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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할 편지


BY 저주에서 희망으 2001-10-27

엄마.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것도 아닌데 이젠 엄마 얼굴도 기억이 안나네.
엄마 뒷모습이 찍힌 사진 간직하고 있다가 새엄마였던 여자한테 들켜서 그자리에서 찢긴 이후로는 꿈에서조차 엄마를 만나보지 못했어.
엄마.
나 결혼했어. 이쁜 딸도 하나있고.
결혼식날.신부측 부모자리에 엄마아닌 다른 여자가 앉아있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솔직히 나 엄마 너무 원망스러워.
우릴 봐서라도 조금만 참고 살지.
부모의 이혼이 평생 약점이되서 시엄니한테 무시나 받게하고.
며칠전 우리엄니가 그러대.
네가 볼게 뭐있냐고.그런식으로 할려면 니네집으로 보따리 싸서 가버리라고. 그러더니 조금 가라앉은 후엔 친정아버지한테 자기가 그런말했다고 말하지말래.
속상하실꺼라나? 고양이 쥐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앞서대.
엄마.
나 애기 날때 엄마 너무 보고싶더라.
다른 산모들. 친정엄마 붙들고 고통호소 하는데 나열손가락 피나도록 벽 긁으며 소리한번 안지르고 이악물고 애낳았어.
시엄니가 나보고 독하다네.
시엄니가 몸조리를 해준다길래 그때는 엄니가 시동생 새벽장사 도와주던때라 힘들것같아서 그냥 친정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삐져서 병실에 혼자 놔두고 가버리더라구.
그날 기어가서 밥타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몰라.
그다음날 오시더니 애낳고 누워있는 사람한테 나 너보러 안왔다.애기보러 왔다.나 그날 이후로 시부모한테 정떼었어.
엄마랑 아빠싸울때마다 맞는 엄마보며 난그렇게 안살거라고 다짐했었는데 그게 뜻대로 안되더라고.
결혼한지 얼마 안되서 신랑한테 맞았는데 이불위로 코피가 쏟아지대.
엄마도 알지.내어렸을때 소원이 코피한번 나보는 거였잖아.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면서 엄마 나이제 소원풀이 했네.하고 웃었어.
한번이 어렵지 그뒤로는 손올라가는게 쉽더라구.
남편이라는 그사람이 무서워.
눈보라치는 한겨울에 옷하나 걸치고 쫓겨나서 이웃집 아줌마네 골방에서 하룻밤을 울며보내고 송곳보다 날카로운 폭언으로 내가슴이 찢어져도 나 훌훌털고 벗어날수 없어 아니 벗어나지 않아.
내딸 내소중한딸.
나처럼 키울수 없어. 그러고 싶지 않아.
오늘밤엔 엄마를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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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에게 저주가 라는 글올린 사람입니다.
저에게 답글 주신분들 고개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글들읽고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님들의 화이팅에 힘입어 저도 화이팅 할겁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