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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해서.....


BY 딸 2001-10-27


어두컴컴한 새벽에 일어나 우유배달을 하는데 내 머리속엔 온통

친정집 생각에 가득차 있었다

성실한 우리 신랑 만나서 결혼한지 12년이 지났다

결혼 전에 난 특별히 다른 형제들에 비하여 부모님 사랑을 차지하지

못했다

딸 많은 집 네째로 태어나 늘 구박 받는 대상이었고

어려운 형편으로 내 몫으로 돌아오는 건 항상 바로 밑 남동생에게

양보해야 했었다

결혼하기전 모은 돈도 모두 한 푼 안쓰고 모아서 어렵게 집 한채

사드리고 빈털털이로 시집왔건만 울 친정 내가 사준 집마저 모두 날리

고 결국 난 친정 부모님을 한 2년 정도 모시고 살기도 했었다

결혼생활 12년 동안 친정 동생이며 부모님 시동생 시아주버니 이렇게

해서 8년 가까운 생활은 늘 누군가와 함께 살아갔었다

그래도 성실하고 착한 남편덕에 살림은 조금씩 늘어났고 나도 살림하

는 재미를 키울 수 있었다

남편과 빈털털이로 시작했지만 어렵게 장만한 스무평 남짓한 인천의

아파트는 친정식구들 살라고 비어주고 남편과 나는 지금 전라도

땅까지 려와 있다



부지런 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사는

까닭에 이곳에서의 생활도 어렵진 않다

하지만 매달 한 번씩 친정 엄마가 다녀 가실 적마다 속이 상한다

한 번씩 오실 적마다 당신 차비며 용돈으로 약15만원 정도 드리는데

우리 집 오실때 마다 반찬투정을 하시는 거다

밥상에 김치뿐이라고.....

내 딴엔 엄마가 좋아하는 밑반찬도 마련하느라 하는데

엄마가 원하는 육류반찬이 없어서 그러는지 온통 여기저기에 대고

투정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우유배달하는 딸이 눈에 밟히지도 않는지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기나 하시고....

막내 남동생 결혼식때도 울 엄마 절값없다고 내게 달라고 해서

몰래 해드렸다

동생 결혼도 엄마 십원 한장 없다고 안쓰셨다

십원 한 푼 벌지도 못하고 장가가는 남동생은 우리들에게 미안해 하는

마음이라도 가진 것 같지만 아들 장가가는데 울 엄마 십원 한장

내놓지 안으면서 우리 5남매가 각자 부담해서 막내 결혼 시킨거

자랑삼아 이야기 하고 다니신다

집 주고 용돈드리고 이러느라고 내 새벽부터 우유배달을 해야 하나?

울 신랑 벌어오는 돈으로 내 친정에 갔다 바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거 엄만 아실까?

왜 날씨가 구물거려 이런 못된 생각이 드는 걸까?

아님 내 맘속에 은연중 들어있는 심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