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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댁...이렇습니다..


BY 며느리 2001-10-29

결혼 3년차 주부입니다.
저희 신랑 중매로 만나..성실한거 하나 보고 결혼 결심했습니다.
요즘세상에 중매라 하니..이상하시죠..
인연이 그렇다보니..그렇게 만나지더라구요..
중매결혼이라 그런지...시댁 사정을 잘 파악하지 못한채 결혼했습니다.
물론 저희 신랑이 대충은 예기해주며..
이런집안에 시집오게 해서 미안하다며..제가 싫다고 돌아선다 해도
할말 없다고 하더라구요

문제는..
저희 시부모님들에게 있었어요
아버님 세대에도 열렬한 연애를 하시고..양가 집안 반대 무릎쓰고
결혼하셨다니..
두분의 역사도 꽤나 깊을듯 하죠..?
근데..결혼초부터 삐그덕 꺼리는 두분의 관계가
자식들이 다 장성하고 클때까지도 도를 넘어설듯한 싸움을 계속하셨다는군요
처음엔 다들 하는 부부싸움..거기에서 좀더 심한경우겠거니..했어요
제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요..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쌍스러운 욕지거리가 오가고..집기들이 부숴지고
심지어 마당언저리에서 멱살붙잡고 엎어지고 뒤집어지면서 싸우시는데..
그거 안본사람은 상상도 못할겁니다.
어찌나 무섭고..살벌하던지..
두분이 싸우고난뒤 집안을 돌아다보면..남아난게 없고..
두분은 온몸에 상처투성이고..
어머님은 사네마네 대성통곡하시고..
저요..그때 정말 결혼한거 후외가 되더군요
그래도 우리신랑만 할까 싶어서..
묵묵히 그흔적들을 치우고 있었답니다.
우리 신랑 그일 있은뒤..저에게 너무 챙피하고 미안하다며
저를 붙잡고 한참을 울더군요
자긴 그런집안에서 불행하게 자랐다구요
제가본 그광경은 자기가 어린시절부터 내내 봐왔던 모습이라며
제가본건 양호한 편이라는말까지 하면서..
그때부터 우리신랑한테 잘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계속되는 싸움속에서..
제가 결혼하고 딱 일년이 되던해에
결국 이혼을 하시더군요
그것도 홧김에..
자식들도 그동안 지칠대로 지치고..포기할만큼 포기한터라..
그냥 받아들이게 되더라구요
그런데두..웃긴건..
우리 어머님..자식들한테 배신감 느끼신다며
이혼하는 부모님 쳐다만 봤다고 온갖 욕 다하십니다
자식말 들을 부모님 같았으면..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을것을..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느끼던 부모의 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분들이었어요..
그래도 전..며느리이기에..그냥 지켜만 봤습니다.
그런데..우리 시어머님..
이번엔 절 붙잡고 늘어지십니다.
"네가 우리집에 시집와서 이런일이 생겼다며..
집안에 여자가 잘들어와야 일이 풀리는데.."
너무 억울합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그렇게 이혼하시고..모든게 다 풀리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그뒤로도 우리 시어머님..술만 드시면
한바탕 집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한번은 부엌칼을 든채 아버님 죽여버리겠다고 오셨더랬어요
그거 말리느라 우리 아주버님..손에 상처도 남았고..
아버님도 잘한거 하나 없으시지만..
현재로썬 어머님이 더 원망스럽고..무섭습니다.

혼자 계시는 아버님..
이유야 어찌되었든
좀 불쌍한 생각도 들더군요
야윈 몸이며..식사도 거의 거르시고..
그에 반해 우리 어머님..
너무도 잘 지내시는듯 보입니다.
저도 눈으로 보진 못했어도
형님이나 동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들어보면
화장도 짙게 하고다니시고..
아저씨들하고 술도 마시러 다니신다고 하고..
동거도 하시고 있는것 같은데..
이런 시댁이 너무도 부담스럽고 싫습니다
추석이나 제사때..생신때 찾아가뵈도
늘 초상집 분위기가 나고..
아버님 한숨 쉬실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을거 같고..
지금도 몸이 많이 안좋으신데..
혼자 그러고 사시는것도 맘에 걸리고..
형님네하고 합치자 해도..자식들하곤 살지 않겠다 고집피우시니..
옆에 사시는 형님이나
멀리사는 저나..정말 답답할뿐이랍니다.

우리 시댁을 흉보고자 쓴글은 아닙니다.
며느리인 제가 어찌해야 할지 몰라..답답해서 올린글입니다
그렇게 악연으로 만나 서로에게 못할짓 해가며
상처받고 사셨을 두분 생각하니..그저 안타까울 뿐이랍니다.

아버님 혼자 계시니까 전화도 자주 드려야 하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되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