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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엄마도 아닙니다.


BY .... 2001-11-02

우리 딸..
이번이 두번째.. 자기머리를 홀랑 다 짤라버렸습니다.
....
처음 삭발승처럼 잘랐을때가 5월..
오늘은 삭발승까지는 아니었지만 대머리처럼 앞부분을 정수리부터 잘라놨네요.
마치 한때 유행한 개그맨 빛나리처럼...
지난 5월 이후..제가 이 머리를 기를려고 얼마나 미용실을 들락날락..
처음 삭발승머리가 얼추 둥근커트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오늘..급기야 이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

눈앞에 뵈는게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제가 엄마 맞을까 싶을정도였습니다.
사정없이 두들겨팼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애가 겁에 질렸더군요.
그래도 전 눈에 불꽃이 튀겼습니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보니 눈물콧물로 얼룩진 우리딸 얼굴이 보이더군요.
....................

그래요.
제가 정신이 나갔더랬습니다.
시어머니에대한 미움때문에 잠시 정신이 나갔더랬습니다.
걷잡을수 없는 시어머니에 대한 미움때문에 한동안 새끼고 뭐고 정신을 놓고 사는 바람에 울 딸이 저를 친겁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울 딸 이름을 부르니 딸애가 대답을 안합니다.
엄마미워라고만 연발합니다.
그래서 울딸 붙잡고 같이 울었습니다.
엄마의 정성 한순간에 물거품 만들어버리는 철없는 울이딸의 야속함에 울고.. 나를 둘러싼 이 현실에 울고... 정말이지 엄마자격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내 품에 안겨있는 우리딸에 대한 미안함에 울었습니다.
자고있는 울딸얼굴을 보고 미안함과 죄스러움에 자리를 뜰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