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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바람을 폈다


BY 속상해 2001-11-02

우리 남편이 바람을 폈다.
그동안 의심이 갔었는데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기에 믿었었다.
그런데 어제 내가 증거를 확보했다.
우리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음성메세지를 들은것이다.
전화를 걸어서 당장 집으로 오라고 소리를 쳤다.
시댁에 알리겠다고 했더니 그냥 넘어가잔다.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생각하고 한번만 봐달란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짓을 한것도 아니고, 그냥 슬쩍 지나가는 바람같이 다른 생각이 들었던거란다.
앞으로 잘 할테니까 자기 한번만 믿어 달란다.
평생 나에게 커다란 빚을 졌다고 생각하면서 잘 살겠단다...

그 여자랑 통화를 했다.
죄송하다고 그러면서 잘못된 만남이란거 알았기에 자기도 힘들었다구 그런다.
그래서 많이 자제했다고 그런다.
마음으로만 사랑하는 사이란다.
아무 일 없었단다.
외람된 소리지만 자기를 보고서라도 용서를 해 달란다.
그 여자한테 뭐라고 욕지꺼리를 할 생각은 없었다.
알았다고 그러고 통화를 끊었다.

저녁에 남편이 집에 왔다.
맘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이건 표면적인 것 뿐이지 그동안 결혼생활에 회의가 많았단다.
적반화장도 유분수지.. 나한테 지금 이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는가..?
자기가 잘 한다고 해도 이제 내가 자기를 자꾸 의심을 할텐데..
그럼 서로가 힘드니 헤어지자고 한다.. 글쎄 이 남자가..
결혼 생활중 가장 힘든 부분이 뭐였냐고 하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것을 나의 제지때문에 못한것과 고부갈등이 주요인이란다.
나 나름대로 욕먹지 않을만큼 한다고 했다.
시어머니, 시누이한테 맘 상하는 일 많았지만 남편 보면서 참았었다.
시어머니는 자기 성질에 많이 아픈 사람이다.
뭔가 걱정이 있으면 잠도 못자고, 가슴도 벌렁거리고, 손도 떨려서 아무것도 못하신다.
모두 당신 뜻대로 안되면 속이 많이 상하시는 분이다.
결혼전부터 보통 시어머니가 아니라는 소리 들어가면서도 내가 우겨가면서 했다.
우리 엄마 너무 속상해하는것 보면서 결혼을 했다.

내가 아들때문에 절대 이혼 못한다고 했다.
우리 욕심때문에 아들에게 핸디켑을 만들어 줄 수 없다고 그랬다.
솔직히.. 이혼을 하면 아들을 그쪽에 빼앗길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좀 더 우리 서로 노력을 하자고 했다.
남편이 바람핀 일.. 잊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말을 했다.
그대신 빨리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알았다고 대답은 잘 한다.

남편이.. 시댁에 들어가서 살자고 한다.
시어머니가 전화해서 매일 아프다고 하신단다.
자기가 외아들로서 마음이 아프단다. 모시고 살지 못하는게..
시아버지 주사가 있으시다.
술만 드시면 사람 앉혀놓고 한소리 또하고, 또하구.. 화내고..
그것도 한두번이지.. 신혼때 시댁 가까이 살다가 나 미치는줄 알았었다.
시댁 갔다가 와서 청심환 먹고 잤었다.
시어머니 홧병도 스트레스 받아서 생긴것 같다.

어제 밤에 3시간이 넘게 얘기를 했다.
난.. 남편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이해를 해 주고, 사랑을 해 준다면.. 그런 확신이 들어야 부모님 모실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은.. 들어가서 살면 자기가 많이 잘하겠다고 한다.
물론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믿을 수도 없다.
영락없는 경상도 사람이 어찌 그렇게 쉽게 변하겠는가..

바람핀 남편이 싹싹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상하게 말이 돌려져 내가 시댁 들어가서 살기 싫어하는 며느리가 됐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남편은 완전히 자기 부모님 편이다.

난 아들때문에 쉽게 결혼 생활을 포기할 수 없다고 그랬다.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우리 좀 더 노력하자고 했다.
자기도 날 사랑하고 있고, 노력할 의사는 있다고 한다.
내가 그랬다...
만약 지금 이혼하게 된다면..
둘이 간통죄로 고소할꺼라고..
언젠가 티브이에서 보니까 마음의 바람도 간통죄 성립된다고 그랬다.
주고받은 메일이 증거가 되서 그런 판결이 났다는걸 봤었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쎄게 나갔다.
그 상대방 여자.. 소녀 가장이다.
지금 당장 회사 그만두면 집안에 비상이 걸린다.
게다가.. 우리 남편이랑 같은 회사에 다니니까..
아무래도 그 여자가 짤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혼을 한다면..
우리 양가 집안에 그 여자 집안까지 풍지박산 난다.
날 그렇게까지 하는 나쁜 여자 만들지 말라고 했다.

우리 남편과 나.. 한참 전부터 잠자리가 안좋았다.
남편이 발기에 어려움이 생겼다.
처음엔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것 같았다.
남자들.. 특히 그런것에 민감하고 자존심 상해한다.
난 그냥 손이나 잡고 자도 괜찮다고 그래도 항상 등 돌리고 자버린다.
나 그것때문에 마음의 상처 많이 받았다.
나를 거부하는것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내가 싫어서 그런게 아니란다.
자기가 안되니까.. 그게 넘 수치스럽고 속상해서 그런다고 한다.
그것때문에 많이 싸웠다.
서로의 생각이 이렇게 달라서야....

우리 시댁에서 둘째 아이를 많이 바라신다.
그것으로 나한테 많은 스트레스를 주신다.
우리 부부는 하나로만 만족한다.. 그동안 그렇게 말을 해 왔었다.
남편이 하나 더 키울 자신 없다고 그랬었다.
남편.. 하두 발기가 안되니까 나 몰래 병원에 갔다가 왔었단다.
검사를 해 봤더니 2차성 불임이라고 그랬단다.
그걸 몇개월이나 혼자 끙끙 앓고 있더니 어제 말을 한다.
내가 어머님한테 말씀 드리자고 했다. 포기하실건 빨리 하셔야 더욱 마음의 상처가 덜하다고 했다.
남편은.. 아들 입장에서 자기 부모님한테 말을 하기 힘든가보다.
시댁에 들어가서 살면서 천천히 납득을 시키겠다고 한다.

별별 여러가지 일들이 다 꼬였다.
남편이 바빠서 대화할 시간이 없었던 사이에.. 이렇게 베베꼬인 실타래처럼 우리 관계가 꼬여 있었다.
어제 오랜 대화를 하다가 알았다.
우리 부부는 대화방식이 틀리다는걸....
일을 풀어가는 방식이 틀리다는걸...
이제사 엄마가 왜 그렇게 결혼을 말렸나 뼈져리게 느껴졌다.

밤이 늦어서 잠을 잤다..
아침에 다시 얘기를 했다.
내가 하고 그는 들었다.
세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다.
남편이 표면적인 잘못이 있으니까 죄값이다 생각하고 들어달라고 했다.

첫번째, 남편의 바람을 잊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금방 잊혀지지는 않을테니까..
내가 혹 의심스런 질문을 하던가, 의혹을 제기하더라고 기분나빠하지 말고 잘 대답을 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빨리 감정 정리를 해 달라고 했다.

두번째, 나 요즘 너무 힘들게 살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나마 이렇게 버틸 수 있는건..
친정이 가까워서 친정부모님이 많은 의지가 된다고 했다.
내가 이제 일이라도, 아니면 뭔가 배워서 나의 시간을 갖아서..
나름대로의 생활도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 내가 알아서 시댁에 들어가자고 할테니까 당분간 시댁에 들어가자는 말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지금 들어가면 내가 죽을것 같다고 했다.
내 마음이 편하면 여러사람이 행복하다고 했다..
내 마음이 편해야 시댁에도 더 잘 할 수 있는 법이니까..

세번째, 결혼 생활이 힘들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겨나가자고 했다.
그동안 남편이 생각했던 대로 밀고 나가다가 이런 지경까지 왔으니..
이제 생각을 좀 바꿔서 생활을 해 보자고 했다.

휴.. 남편의 바람...
온 집안에 알려서 그의 짓을 공개하고, 회사에도 공개해서 망신을 주고 그렇게 해야 했을까..?
난 그냥.. 단순한 바람은 사람 사는데 얼마든지 올 수 있다는 생각에 묻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부터 남편이 어떻게 하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바람을 정리하지 못하면 일이 더 커지는것이고.. 정리가 잘 된다면 그냥 말 그대로 지나가는 바람이 되는 것일테고..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을것 같다.
올해는 정말 결혼생활이 힘들었다.
권태기인가보다...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갔으면 바랄 뿐이다.
더 이상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일은 아직 해결이 안된 상태지만..
좋아지리라 믿으면서 이 글을 쓴다.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
이 얽힌 일들이 하나 둘 해결이 될 수 있을까....?

두서없이 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두 많은 일이 겹쳐서 우리 부부가 더 힘든 모양이예요..
좋아지리라 기도 좀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