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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악마가 있다. 나는 인간도 아니다....


BY 파이링 2001-11-02

육아서적이며, 육아일기며 책읽는 건 좋아해서 그런건 구하는대로 죄다 읽는다.
어떻게 애를 잘 키울까 늘 고민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나는 빵점도 못되는 마이너스....
내 안에 악마가 숨어있지 않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자행한다.
내 딸아이.....
너무나 착하고 예쁜 우리 딸아이....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구박덩이가 되어버렸다.

죄목은 너무 잘 논다는 것......

혼자일 때 우리 딸이 온 방을 뛰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놀면 당근 칭찬받았다.
그런데 이제 동생이 자는 시간 그러면 혼나게 되고, 시끄럽게 노는 거는 다 못하게 되었다.
퍼즐을 맞추고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일도 때로 혼나게 된다.
유난히 예민한 둘째놈때문이다.
우리 딸 잘못 아닌데.......

오늘도 둘째 놈을 간신히 재웠다.
이 놈도 불쌍하지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런데 우유달라고 울어대서 나한테 한대 맞고 우유를 얻어먹었다.
나는 우는 둘째 달래러 방에 들어가고 혼자 서럽게 식탁에서 우유를 먹었다.
그러다 우유가 쏟아졌다.
잠이 겨우 든 둘째 눕혀놓고 우유를 닦는데 우유, 우유 넘어졌다. 라는 말을 하는 소릴 듣고 둘째 또 깨버렸다.
또 한대 맞는다.
다시 둘째를 재우고 있는데 이번에는 응가를 하겠단다.
변기에 앉혀줘야만 하니 둘째를 간신히 눕히는데 응가 하면서 울어대서 또 깨버렸다.
나는 꼭지가 돌아버렸다.

요즘 치과치료를 받으면서 젖병을 뗐다.
두돌이니 뗄 시기를 놓친건 내 잘못인데.
젖병을 떼면서 딸아이도 잠들기 힘들다.
잠이 오면 계속 울면서 별거 아닌 걸로 짜증을 부린다.

오늘 종일 그랬다.
결국 정신이 확 나가버린 나는

욕을 해댔다....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가면서.....

아이의 팔을 거칠게 당겨서 처박다시피 화장실에 집어 넣는다.....

순간 머릿속으로 각종 육아상식에, 아컴의 아줌마들이 하는 말들이 지나간다.....

상처.... 지울수 없는 상처.....

그걸 떠올리면서도, 알면서도 멈출수가 없었다.....

내 안에 악마가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딸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후벼팔 수가 있는가..........

나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

어린이집?
돈이 없어 못 보낸다.

울 신랑?
일주일에 서너번은 열한시가 넘어야 들어온다.
오늘은 아예 못들어온단다.

벌어오는 돈?
빚갚기 바쁘다.

나는 친정 빚 갚아주고, 친정 부모님 의료비보험까지 들어주는 남편에게 미안해서 여태 화장품도 8000원짜리 떨이 하나에 샘플 왕창 얻어서 아껴 일년 넘게 쓰고 있다..
우리 애들 둘 다 옷 사줘본 기억이... 아 추석때 남편 동료가 준 상품권으로 가디건 하나 사 줬다.
그게 다다....

내 경제적인 어려움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 도움도 안되는 친정때문인지.
원래 내 성질이 이렇게 더러워서인지....

나는 인간도 아니다.....

맥주 캔 대신 콜라를 하나 땄다.

이럴 땐 끊어버린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

분유살 돈도 없어서 둘 다 모유로 키운다.

잘 나오지도 않는데. 둘째는 더 잘 안나와서 4개월이 겨우 된 놈 미음 끓여서 보충해준다.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되나.
결혼은 왜 하고, 엄마될 자격도 없이 애는 왜 낳아서 이렇게 상처만 주나..........

울다 지쳐 잠이 든 딸아이의 얼굴에 대고 아무리 미안하다고 한 들 그 상처가 지워질까.
커서 사랑을 하다가도 이 사람이 갑자기 돌변할 수도 있다고 불안해하지 않을까...

내 딸은 사는게 행복할까?

나는 딸에게 행복은 커녕 불행만 주는 건 아닐까......

나는 인간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