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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가 너무 미워요...


BY 홧김에... 2001-11-05

결혼한지 2년이 다 되가도록 아기가 없다가 얼마전 부터 불임클리닉에
다녀서 임신을 했어요.
병원까지 다녀서 임신하고 싶을 정도로 아기가 절실한 건 아니었지만
홧김에 병원가서 예약하고 절차를 따르다 보니 한번에 임신이 되어서
다행이긴 하죠.

기뻐해야할 임신이지만 오기로 갖었다는게 아기에게 새삼 미안해 지네요.

늦게 결혼한 동서가 허니문 베이비를 낳자, 매번 볼때마다, 갈때마다 좋은 소식 없냐고 입이 닳도록 물어보고, 넌 왜 애기를 안아보지 않냐고 하면서 자꾸 안아보라해서 안고 있으면.. 너도 부럽지? 왜 안 부럽겠냐? 부러워? 안부러워?

그런 스트레스를 받다가 너무 서러워서 엉엉 울었더랬습니다.
그랬더니 '너한텐 조심스러워서 이제 아무 말도 못하겠구나'하더군요.

마치 저에게 문제가 있기라도 한것처럼...
사실 우리에게 아기가 안생긴건 도무지 날짜를 맞출 수가 없었다는 거에요.

결혼 2년차면 아직은 신혼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초부터 지금까지 한달에 한두번 밖에 관계를 안했으니, 생리 주기가 아주 정확하지도 않은 제가 어떻게 날짜를 맞추겠어요?
병원에서 날짜 지정해 주니 바로 되더군요..

단신 아들 부실 한건 간과하고 (10년간 자취하면서 뼈만 남았다가 결혼하고 사람됐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저한테만 닥달을 하니 속이 뒤집혔죠.

이번에 아기 가졌다고 전화드리니 그러더군요.

내가 뭐라디? 맘 편하게 먹고 있으면 저절로 생긴다고 그러지 않았니?
내가 궁금해서 물어볼라 그러다가도 또 너 울까봐 못 물어본 적 많다..

맘이 편하긴...
남의 속도 모르고...

암 말 없으면 소식 없는거지, 뭐 그렇게 묻고 싶었을까?
정 궁금하면 당신 아들한테 물어 보든가...
그 일로 상처줬으면서 좋은 소식 전하는 날까지
또 그일 들춰내서 울보 취급하고....

'내가 정말 애를 갖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병원에 다녔는데,
재촉해주셔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지금은 애기가 생겨서 너무 다행이지만
그분이 자꾸만 멀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