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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걱정되면 장가는 왜 놨누?


BY 해운대 2001-11-09

오늘은 사촌형님네 둘째아기 돌이다.
어찌 어찌하여 형님네 집(우리집 근처에 사심)에서 조촐하게 저녁겸 축하하기로 되었단다.
1주일 전부터 큰집어머님 오신다는 하셔서 울 어머니도 오시라 했다.
그런데 이틀 남겨두고 큰어머님 관광가시기로 약속되어 버려 부산으로 못 오신다는 걸 형님한테 듣고, 나도 어머님한테 전화드렸다. 큰어머님 안 오신다는데 어머님 오시랍니까? 교통편도 만만치 않으데...
울 엄니 그래도 가는 정성이다 하시며 오시겠다 하길래, 내 짧은 소견을 인정하며 그럼 그리 하시라 하고 끊었다.
그런데 어제 저녁 늦게 전화가 왔다.
버스 타고, 택시 타고 갈거 생각하니 좀 그러니, 네가 대신 아이 반지해서 인사하라고... 사촌 형님께 전화했다. 울 엄니 못 오신다고!

사촌 형님 시댁 어른신 못 오신다는 섭섭함에 그나마 울엄니 오신다고 해서리 떡도 주문하고 낮에 시장을 2번으로 왕래하며 장을 봐 놨다며 서운해 하는 목소리가 전화기로 전해진다.

에쿠...그래서 나 울엄니 한테 거짓말했다.
"어머님..제가 형님한테 전화해서 맛난거 많이 하냐고 물어보니, 어머님 오신다고 특별히 떡도 주문하고 요리에도 신경써서 준비한다고 하더이다. 거기다 대고 어머님 못 오신다고 제입으로 직접 말 못했습니다. 그러니 어머님 힘드시더라도 낮에 잠시 오셨다 가시면 안될까요?"

".....너도 직장 마치고 오면 늦을테고, 보지도 못할건데...그럼 내 낮에 잠시 다녀오마" 하셨다.

퇴근해 온 남편한테 전후사정이 이러이러 해서 내가 엄니한테 이쁜 거짓말을 해서리 어머니 오신다 하더라...
울 냄편, 눈꼬리부터 찢어지며, 얼굴색 변하며, 목소리 톤까정 매정하게 시리 바꿔 길이 어덴데 오시라 했냐며 윽박지른다.
나 참~~같은 부산아래 살면서 멀면 얼매나 멀다고...

큰어머니도 안 오시는 돌잔치에 왜 울 엄마 억지로 오게 했냐며 난리 친다. 솔직히 여기 해운대 교통편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 결혼하고 분가하기 전까지 3년동안 시댁에서 여기 해운대 직장을 출퇴근 한 사람이다. 출근이야 남편이랑 같이 하니 편했고, 퇴근은 일정하지 않아, 퇴근길은 택시 타고 나와, 버스 종점에서 버스 갈아타고 서
면가서 지하철 타고, 그리고 마을버스 타고 시댁에 다녔다.
요즘처럼 해가 빨리지는 가을,겨울이면 회사에서 나설때 부터 어두컴컴한 길을 퇴근하고 다녔다.

어머님 대 낮에 여기 오는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리 어머님 어데 조금이라도 먼곳 가는길 염려되고 그러면 뭐 하러 분가는 했으며, 뭐하러 장가는 왔누? 평생 부모 봉양이나 할 거지.

그리 윽박지를 일 하나도 아니구만.... 울 시어머님 연세 54..거동 불편한것도 아니고, 내 참!
어찌나 그 얼굴에 냉소가 감도는지 있던 정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라니....에쿠 그져 모셔다 오고, 모셔다 드리고.... 뭐 대단한 효심이라고. 거동 불편해 그러는거면 당연한 거지만...아무튼 지나친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걸 왜 모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