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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극에 사시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BY 속상녀 2001-11-10

저는 미국에 있는 지*상사 주재원 가족입니다.

첨에 미국으로 발령나고 얼마나 좋아했는지..시집에서 잠시 떨어질 수 있다는게 저에게는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어요. 시집살이로 눈에 띌 정도로 살이 빠지고 정신적인 고통이 컸던 상황이었고, 급기야는 병원에까지 다니고 있었거든요.

미국에만 오면 모든일이 해결될 줄 알았답니다.

저희는 한국에 있을 때도 가난했고, (남편이 집안의 모든 짐을 다 지고 있었고, 시부모님이 경제력이 전혀 없으신데다 빚마저있어서 버는 족족 다 빚갚느라고 13평 변두리 전세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나마 미국에 와서 회사에서 월세비의 3분의 2가 넘는 가격을 지원해 주고 있었으니까 저희는 전세금 ?呼?나머지 빚도 다 청산하고 미국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알뜰하게 살아서 있는동안 한국 돌아갈 때 수도권 20평대 전세금은 마련해 돌아가자...다짐하고 있었지요.

사실 한국보다 월급도 조금 많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이곳에 오니, 주재원이라고 하면 눈빛들이 좋지가 않더이다.
어떤 분이 이야기 하는데, 주재원들은 월급 많이 받아서 쇼핑하고 아이들 고급 과외나 시키고, 남자들은 골프나 치러 다니고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현지인들은 둘다 벌면서 고생하면서 사는데, 주재원 마누라들은 집에서 놀면서 점심때 만나서 밥이나 사먹으러 다닌다고...하더군요.

네, 그런 집들도 있는거 알고, imf이전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어나 보더군요..
그러나 살아보니, 월급이 한국보다는 많이 나와도 이곳 물가를 감안하면 넉넉하게 나오다 할 수 없고, 그렇게 쇼핑이나 하고 돌아다니면서 물건 사들일 만큼의 월급도 분명히 아니었어요.

특히나 저같은 경우는 사치 하지도 않지만, 저희는 웬만한 물건은 거의 얻어다 쓰거나, 주워다가 (돌아다니다 보면 버린물건들이 있거든요) 다시 페인트 칠을 해서 쓰고 있고, 가라지 세일이나 무빙 세일을 이용하기도 하거든요.
옷하나 산 적 없고....저희는 가난했고 여기서도 여전히 가난했으니까요.

그러나
제가 그렇게 하니까 이번엔 ..
돈도 많으면서 궁상 떨며 산다고 하네요.
그만큼 월급을 받으면서 어려운 사람들 돕지도 않는다고...
(그들은 저희의 월급이 어느정도인지도 모르고, 또 저희 월급은 결단코 많다고 할 수 없는데도..)
저와 남편은 현지인들의ㅣ 모인 곳에 가서는 절대 돈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없다고도, 있다고도 하지 않아요.
그저 타국에서 외롭고, 쓸쓸하니까...같은 한국 사람들끼리 잘 지내보고 싶고, 따뜻하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교회에 가면 솔직히 이젠 눈치가 보이네요.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되는지...
전 이제 한국 사람들 만나는거 자체가 두려워요.
주재원은 죄인인가....이런 생각도 많이 하고..내가 도대체 이곳에서 어?F게 행동해야 할까...어렵고.

전 아이들 키우면서 조용히 사는 편이거든요.
저희는 차도 모두 중고를 삯고, 아이들 과외면 학원이며 시키지도 않아요.
게다가 주재원 가족은 일하는거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몇달 전 합법이 되었다고 하지만,) 일을 해야 하는 형편임에도 남편의 일에 누가 될까봐 집에서 아끼고 또 아끼면서 그렇게 살았거든요.
구역 모임이나, 교회분들 에게 따뜻한 정을 느끼고 싶었고...물론 그분들이 나쁜 분들은 아니지만 이상한 벽을 항상 느끼게 되고...

집에 와 보시고는 주재원이니까 이런 집에 산다고..(사실 결단코 좋은 집도 아닙니다. 방 두개짜리 아파트일 뿐인데..) 한동안 빈정거리셔서 남편과 제가 얼마나 상처가 되었는지 ..
저 정말 그때 한동안 많이 울었어요.시댁에 생활비도 보내야 하고 차 사는데도 할부로 샀기 때문에 다달이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고...저는 나름대로 위화감인가..하는거 느끼지 못하도록 그렇게 살았거든요... 아니, 제 생활 자체가 도저히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지출을 하고 살 형편이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한번 저희 집에서 구역 예배를 드리게 되었는데, 음식을 좀 잘 차려 내었거든요.
그랬더니, 대뜸 '돈으로 발랐네, 이렇게 돈 많으면 담부터 이집에서 계속 구역예배 하면 되겠네' 그러더군요.
저는 어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분들은 저한테 현지인들이 많은 교회보다는 주재원들이 많은 교회에 출석해야 덜 상처받는다고도 하시고, 어떤 분들은 돈많고, 전문직종을 가진 현지인들이 많은 교회에 가면 주재원에게 신경쓰지 않으니까 오히려 훨씬 편하다고 그러기도 하시는데....

이젠 사람이 두렵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물론 제가 만난 분들이 계속 그러는것만은 아니죠.
털털하게 대하지만, 한번씩 꼬집고 넘어갈 때는 자꾸 저만 돌아보게 되고,,,,,그렇다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전 위화감 느낄만한 행동은 하지도 않았거니와 절대 튀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제 주변의 주재원ㄷ분들을 봐도 사치하거나 쇼핑하러 돌아다니거나 하시는 분들 없어요.
오히려 경제가 많이 어려워 졌기 때문에 마고생이 얼마나 심한지...
월급도 모두 깍인 상태고, 아이들 사교육 시키시는 분들은 (피아노나 바이ㄹ올린...)이곳의 비싼 교욱비 때문에 걱정 많이 하시고...

골피 치는 여자들도 없고, 모두 집에서 알뜰하게 살림만 하는데...

왜 이렇게 미움을 받는지.
그리고 저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음식 좀 잘 해야 대접하면 역시 주재원이라 다르구나 돈으로 도배를 했구나 그러고, 좀 털털하게 해서 내면, 돈 많은 인간들이 더 무섭다고 그러고...

주재원이 돈이 많은가요?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 호위호식하라고 돈들여 외국으로 보내겠어요?
그만큼의 부담을 지고 나온 사람들이고 그 스트레스와 업무량 또한 현지인들은 상상을 못할 정도예요.
놀면서 돈주는 회사 없죠.
넉넉하게 돈주는 회사 있나요?
한국 회사들은 대부분 먹고 살만큼만 줍니다.


전 이곳에 와서 한국인사회에서 많은 외로움을 더 느껴요.
주재원 가족들은 주재원가족끼리 어울리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면 또 꼬집죠.
주재원부인들은 싸모님들이라 끼리끼리만 논다고....

전 첨에 이런 말이 싫어서, 그리고 전 싸모님도 아니고.....저희는 머슴 뒷바라지 해주러 온 사람들인데.. 현지분들과 어울리고,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렇지만,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고, 저희 가족에게 '여기 사는 사람들은 고생 많이 하면서 사는데, 주재원들은 여자들이 놀면서 편하게 산다'는 말을 자주들 하시네요.

남편도 저도 이젠 신경이 곤두서고, 슬프고, 한동안 더더욱 외롭고 쓸쓸하고 상처가 되어 남편과 저, 얼마나 기도를 했었는지...

남편 붙들고 '내가 죄인이냐...주재원이 죄인이냐...여기서 우리 잘못한거 뭐 있냐...나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하고 산거 없는데, 왜 사람들 만날 때마다 이런 기분이어야 하고, 사람 만나는거 이렇게 ㅅ힘들어야 하냐..'고 엉엉 운 적도 있었어요.

저도 예민한 구석이 없지않다는건 알고 있지만, 남편이나 저나 상처가 대못이 되어서 저느 밖에 나가서 누가 미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냐고 하면 주재원 가족이라고는 절대로 말 안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네요.

지, 상사 주재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왜 이래야 하는지...

오늘도ㄱ 구역 예배 마치고 돌아와 속상한 맘에 잠을 이룰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