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남편이 못마땅해 죽겠네요.
하는짓 하나하나가 다 눈에 거슬리고, 아주 밉고, 정나미 뚝뚝 떨어지고...이러다가 정말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를까봐 걱정이 될 정도예요.
사복으로 출근하기 때문에 면바지 입고 다니거든요.
들어와도 옷도 안갈아 입고, 침대에 그 면바지 입고 기어 들어오고...아니 그 바지 입고 또 출근할 모양이네요.
벗으라고 했더니, 안벗는다고...
아무데서나 자구...들어와서 텔레비젼 거실바닥에 누워서 보다가 매번 텔레비젼은 끄지도 않고 입던 옷 그대로 입고 그대로 자요.
깨워야 일어나서 들어가 자고..
신문지 덮고 자질 않나..꼭 노숙자 같다니까요.
하는짓이 정말 뭐라고 해야하나.....한마디로 막 굴러 먹는 사람같이 그래요.
어쩔 땐 깨워서 들어가 자라 말하기도 싫고...그래서 거실바닥에서 그냥 신문지 덮고 자다가 일어나는 날도 많아요.
이젠 저런 모습이 정떨어지고 신경질만 나고...
이도 안 닦아요.
더러워 죽겠어요.
쉬는 날은 더 가관이예요.
세수도 안하고, 면도도 안해서 덮수룩하고.
잘생기기나 했으면 말도 안해요.
키도 작고, 얼굴도 손바닥으로 콱 움켜쥐었다 놓은거 처럼 생겼거든요.
따닥따닥 눈코입이 올망졸망 붙어서 좋지도 않은 인상인데, 거기에 면도까지 안하면 눈뜨고 봐 주지도 못하겠어요.
주름살이 쭉쭉 가가지고, 머리는 쑤시고 수염은 덮수룩해서 이도 안닦고, 세수도 안하고 냄새 쿵쿵 피우고..방구만 하루종일 뿡뿡 껴대고.
발엔 무좀 있죠.
손바닥엔 습진 있죠.
사타구니에도 무좀이 걸려서 약바르죠.
온갖 추잡한 것들은 남편몸에 다 달라붙어 있는거 같아요.
내 남편이고 아이 아빠이니까 좋아하고 사랑해야 하는데, 그래서 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아이고 이쁘다...우리 신랑 최고다...'하고 말은 하는데, 속에서는 그러면 그럴 수록 점점 정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걸 어쩔 수가 없네요.
말을 하고 그러지 말아라...손 좀 씻어라...이 좀 닦아라... 어디 나갔다 들어오면 입던 옷은 갈아 입고 옷걸이에 걸어줬으면 좋겠다...부탁도 하죠.
하나마나..그때 뿐이고,
옷도 벗으면 소파에 걸쳐놔요.
우리집 소파요. 남편 옷장이예요.
잠바 바지, 남방, 티셔츠 양말까지..때론 런닝에 팬티까지 ...추리닝..다 소파 등받이에 걸려 있어요.
내가 치우다 치우다 신경질이 나서 그냥 놔두죠.
한달가요.
옷을 벗으면 옷걸이에 걸라 해도 자기는 거기에 잇는게 편하데요.
쭉 늘어놓고 골라 입을 수도 있다나요??
저럴 때는 무진장 더러운 시어머니까지 생각나면서 아주 머리가 터져버리겠어요.
시집에 가면 작은방에 시어른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정말 산더미처럼 입다가 벗은 옷이 그렇게 쌓여서 작은방 창문의 반을 가렸어요.
밑에는 옷보따리, (옷이 많아요. 남들이 버린 옷까지 입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가지고 오시니까...)그 위에 걸쳐서 있는 입었다 벗은 옷들..
틈새마다 기어다니는 벌레들, 베란다 창문을 가릴만큼 쌓여있는 중고 품들..(그것도 누가 버린거 다 가지고 들어온거죠. 안방에 텔레비젼 세대가 박스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지요.
어떤날에 가 보면 세대가 모두 켜져서 각기 다른 방송..정신 사나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18평짜리 아파트에 커다란 냉장고가 두대, 그 안에 가득가득 채워진 석삼년도 더 지난 음식들.
싱크대위에 먹다남은 상한 음식 찌꺼지들..버리려고 해도 한번 더 끓여 먹는다고 버리지 말라고 그러고,
기름떼가 덕지덕지 붙은 그릇들을 설거지하면서 세제로 씻으려 하면, 세제 쓰지 말고 그냥 더운물에 헹구기만 하라고 그래서 세제도 못쓰고...
양념칸 바닥에 작은 바퀴들이 죽어서 따닥따닥 말라 붙어 있고...
베란다며, 작은방에 쌓인 물건들위에 덕지덕지 내려앉은 먼지들.
버리시라고 해도 못버린데요. 다 쓸 물건들이고 다 필요한 것들이래요. 손도 못대게 해요.
남편이 저럴 때마다 시어머니 얼굴까지 오버랩되면서 머리가 지끈지끈 거려요.
남편은 자기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지..닭살돋게 사랑한다, 맛있는 음식 해줘서 고맙다..그러는데요.
백마디 사랑한다는 말보다 저 노숙자 같은 버릇이나 좀 고쳤으면 좋겠어요.
사랑한다고 하면 뭐해요.
내가 그렇게 좀 하지 말라고, 사정하고 속상해 하고, 머리 터져 하는 행동을 계속 하고 있는데..
이젠 그 사랑한다는 말에도 울화가 치밀어요.
존경이 되야 부부관계도 원만한거지, 저런 존경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는데 무슨 사랑이 싹틀까요.
그냥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고, 얼굴 안보고 안부딪치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있었음 좋겠고, 나 이러다가 아주 정떨어져서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네요.
저 원래 정말 정 떨어지면 뒤도 안돌아보는 성격이거든요.
정이 잘 떨어지지는 않는데, 한번 포기가 되면, 상대방이나 제가 노력한다고 해도 마음이 돌아서지 않아서....
로션도 안바르고, 입주변엔 허옇게 버짐이 피고, 입술은 갈라지고..
눈가에 주름이 쭉쭉 가고..
첨엔 내가 발라주고 맛사지도 해 주고 했는데, 하루 이틀이죠.
아기 신경 쓰는 것도 힘든데, 이제 다 늙은 사람이 자기가 할 일은 자기가 하는거지, 저러고 싶을까요?
아침에 로션 발르라고 꼭 말해야 하고, 말 안하면 절대 안바르죠.
그러니 허옇게 버짐펴서 출근하면 사람들은 저 욕하지않겠어요?
옷도 새로 사주면 뭐해요.
꼭 찢어 오거나, 빨아도 잘 지지도 않는 잉크같은거 묻혀 오거나 ...
하여간 추잡, 추잡....세상에 추잡스러운건 다 하고..
음식먹고 나서 물로 입속 헹구고...제발 그러지좀 말라고 하면 한번 더하고....
정말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이젠 같이 살기도 싫어요.
저 사람은 저렇게 살아야 편한 사람인데, 전 그 꼴을 못보겠으니 어쩌면 좋나요.
요즘은 얼굴만 봐도 짜증나고, 남편이 말 시키면 신경질만 나네요.
막 짜증내면, 자긴 더 큰소리로 난리치고..그러면 정은 더 떨어지고,
저 사람하고 말도 하기 싫고, 하는짓이 다 추잡스러워서 얼굴 마주 대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 정말 남편 존경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리고 존경 할 수 있는 사람하고 살고 싶었는데, 저렇게 하니까 존경은 커녕, 자꾸 우스워 보이고.....남편이 우스워 보이니까 이러고 살고 있는 나도 싫고...
우울하고 심난하고 짜증나고..
남편만 보면 짜증이 팍팍 나요. 이유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