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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생각에 잠이 안와요


BY 잠못자는 딸 2001-11-28

남들은 친정엄마가 전화해서 김치담가 놨네, 만두 만들어 놨네,
추어탕 끓여 놨네 하고 자랑을 하는데 저는 친정엄마가 전화하시면
겁부터 납니다.
또 무슨 소리를 하실지 몰라서...
어디가 아파서 죽겠다는둥, 시집안간 노처녀 동생 꼴보기 싫어
죽겠다, 느그 아버지 어제 또 술퍼먹고 와서 내가 못살겠다 등등...
저는 우리 엄마한테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 어디 아파서 죽겠다는
말이였어요. 어렸을때 부터...
이제는 지겹습니다. 아프다고 그래도 건성으로 듣게 돼요.
이번에도 머리가 아프다, 감기가 걸려 목구멍이 아파죽겠다 해서
가봤더니 파마하고 오시고 약수뜨러 산에 갔다 오시데요.
집에서 가만히 좀 쉬시라고 했더니 직장을 옮기느라 잠시 쉬고 있는
동생 꼴 보기 싫어 나갔다 오셨다고 하네요.
동생이 아픈엄마 신경안써준다고 (동생도 이제는 지겹답니다)
지방에서 일하고 계신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펑펑우셨답니다.
아버지도 연로하신 몸으로 힘들게 일하고 계시는데....
오늘은 가서 국 끓여놓고 엄마 달래고 동생한테도 엄마좀 신경좀
써달라고 아부(?)하고... 그러고 왔지요.
시댁식구라면 친구들 앞에서 욕이라도 하며 스트레스를 풀겠지만
친정일이라 자존심이 상하고 가슴 한 구석이 미어저 오는 것 같아 누구한테도 말을 못하겠더라구오.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은 안오고 한숨만 나와서 아컴에 들어왔어요
아직까지 남의 집 전세를 못면하고 살면서도 자존심만 내세우고
체면치레만 신경쓰는 엄마가 어떤때는 정말 밉습니다.
자식들의 자존심보다는 엄마의 자존심이 우선이죠.
사위나 손주 생일 한번 제대로 챙겨 주시지 않으면서 당신쓰는
화장품은 아모레에서 나오는 최고급을 쓰신답니다.
오죽하면 동생들이 친정사는게 챙피해서 결혼 안하겠다고 까지
말을 할까요.
누군지 모른다고 제가 너무 심하게 썼나요?
정말 답답해요.
더군다나 맏딸이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친정부모님을 생각하면
어깨가 짓눌리는 것 같아요.
어떤때는 멀리 지방으로 이사가서 그 핑계로 신경좀 끊고 살고 싶은
나쁜 생각까지 한답니다.
너무 못됐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나를 낳아준 엄마인데...
내일은 죽이라도 끓여서 또 가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