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22일은 제 결혼기념일 입니다.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하지만 제겐 그시간이 60년은 된듯합니다.
전 맏며느리입니다.
첨엔 그자리가 어떤건지 알지도 못하고 결혼을 했죠...후후
결혼하고 처음 알게된 사실은 시엄니가 치매라는 거였어요.
이제 환갑넘긴 노인네가 치매라니요...
알고보니 혈압약 장기복용 부작용이랍니다.
평소엔 멀쩡하다가 가끔 정신을 놓으십니다.
충격과 함께 아이가 들어섰죠...
지독한 입덧에 임신중독증까지...
결국 전 조산아를 낳았습니다.
생과 사를 오고가는 두시간동안의 수술끝에 아이는 세상에
나왔답니다.
친정아버지 퉁퉁부어있는 제발을 어루만지시며 몹시도 서럽게
우셨습니다.
그런 친정아버진 제아이가 돌을 넘긴지 한달만에 쓰러져 반신불구가
되셨습니다.
전 맏며느리 노릇을 정말 잘하고 싶었답니다.
제겐 위로 시누가 둘이나 있답니다.
시엄니가 정신이 없는 관계로 시누한테 시집살이를 하고 있죠.
친정엄니 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늘 말씀하시죠..
잘해라...
뭘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겁니까???
매주 주말이면 시댁에 가는 날입니다.
한주도 빠짐없이...
반찬에 노인네들 간식에 다 해다 나릅니다.
가면 용돈도 드려야 하죠.
시엄니 약값도 드려야 합니다.
저 막말로 제대로 된 팬티하나 없습니다.
제겐 밑에 동서가 하나 있습니다.
저보다 5개월 늦게 결혼한 동서입니다.
동서 1년내내 시댁에 안옵니다.
생신이고 명절이고 얼굴보기 힘듭니다.
제겐 시누노릇하는 시누들 암말 못합니다.
제가 한소리하면 동서 시엄니도 가만있는데 형님이 뭐라고
큰소리냐구 외려 따집니다.
한마디로 사람같지 않아 상종안합니다.
안보고 살면 그만인걸요...
울남편 저한테 참 잘합니다.
제가 쌓인거 마구 퍼부어도 다 받아줍니다.
남편 저한테 지독한 여자라 합니다.
저 지독하게 돈 모았습니다.
저도 저한테 이런면이 있는줄 몰랐답니다.
안쓰고 안입고 조카들 옷 가져다 아이 입혔읍니다.
그렇게 악착을 떠니 내집이 생기더이다...
비록 10년이 넘은 아파트지만 31평짜리 보금자리입니다.
지금 수리하고 이사온지 한달되었어요....
문득 거울을 보니 거기에 낯선 아줌마가 보이더이다.
35살 먹은 까칠한 얼굴에 부시시한 머리 다 떨어진 츄리닝을
입은 아줌마 말입니다.
꽃같던 모습은 어디가고...
남편이 사랑하던 그 맑은 피부는 어디가고...
윤기흐르던 머리칼은 어디로 간걸까요...
전 정신을 차렸답니다.
이젠 날 위해 살꺼야...
누구도 날 대신할순 없어...(무슨 드라마 대사같죠??)
자식?? 남편??
천만에 말씀...
당장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석달에 십만원(싸니까..ㅋㅋ)하는
헬스장 등록했답니다.
샘플만 얻어쓰던 화장품도 새로 장만했죠...ㅋㅋ
이젠 활기차게 살거야...
열심히 운동했답니다.
집에서 계란 맛사지도 열심히 하구...
집안도 윤기나게 쓸고닦고 했더니 이것도 운동이 되더이다.
머리도 쌈박하게 컷트를 해버렸죠...
남편이 제 변화를 알았답니다.
근데 넘 좋아하더군요.
결혼전 제 모습같다구요...
시댁은 늘 갑니다.
들어가는 돈 마찬가지로 드립니다.
하지만 이젠 적당히 합니다.
어느덧 제 목소리도 커졌다는걸 느낀답니다.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있는 절 발견할때가 많거든요.
여름, 겨울엔 시엄니 모셔옵니다.
집에 똥.오줌냄새 진동합니다.
이젠 대충합니다.
남편한테 시킵니다.
울남편 제게 적당히 하라 합니다.
이젠 그래도 된다고...
저 아이 하나 낳고 불임 되버렸읍니다.
속사정 모르는 시댁식구들 아이하나 낳으라 합니다.
전엔 넘 속상해 했는데 이젠 콧방귀만 낍니다.
낳으면 당신들이 키워줄라우????
지금 전 체중도 많이 줄고 얼굴도 많이 밝아 졌답니다.
여전히 악착은 떨고 있지만 이젠 대충 합니다...
아마 이글을 보시고 못된 며늘이라 질책하실 분들도 많으실거예요.
네.
기꺼이 듣겠어요...
절반의 불행과 절반의 행복으로 하나를 가진 전 그래도 지금이
더 행복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