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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상인가


BY 호리병 2001-12-26

우리 시어머니는 정말 똑똑하고 사랑도 많으신
아주 보기드문 훌륭하시 분이시다.
예전 나 회사다닐때 시댁에서 출근하면
직원들이 다 알았다.
도시락 반찬이 화려해서...
예쁘게 정성스럽게 싸주시고, 퇴근하고 들를때는
내 구두도 닦아놓으시고 블라우스 단추도
다시 다 달아놓으시는
너무 좋으신 시어머님,
의사신랑이라고 해도 난 정말 편하게 결혼했다.
시부모님이 좋으신 덕에.
게다가 최고 학벌에 기억력도, 암기력도
70 이신데도 대단하시다.
그런데 지금 나는 우리 시어머님이 가끔 싫다.
아니, 나 쓰라고 주신 물건도 보기싫어
다 갖다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싫을 때도 있다.
많이 갖다 버렸다.
나 회사다닌다고 아이를 어머님 아버님에게 맡겼는데
오늘 가족모임이 있어 첫째를 데리고 갔다 오는데
아이는 내내 할머니가 좋다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산다고 한다.
평소에 엄마랑 할머니랑 누가 더 좋아 하면 "할아버지"하며
대답을 회피하는 아이가 살살 꼬시며
웃으며 물어보니 진심이 나온다.
정말 할머니가 더 좋은거다.
너무 얄미워서 "가서 살어 "했더니 이게 장난이 아닌줄 알고
그때부터 신경이 쓰이는지 쉬를 하고 나서
또 돌아서면 하는 것이다.
어머님은 잠도 3시간 자가며 음식하고, 청소하고...
육아일기도 정말 정성스럽게 맡아 키울때까지 쓰셨다.
내가 읽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두꺼운책 두권에.
이제와서 나는 못된 며느리인가.
내가 무식한 것은 아닌데도 어머님 앞에서는 위축들고,
못하는게 너무 많은거 같고. 질문에 대답 못 하는 것도 많고,
게다가 오늘 아이마음까지 뺏겼다고 생각하니
몹시 기분이 나쁘고 견디기 힘들다.
아이는 어릴때는 (지금 31개월) 사랑으로 다 받아줘야 하는지,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고민이다.
(우리 아이는 설명하면 잘 알아듣고 따른다.)
어머님이 아이를 너무 애처럼 키우는 거 같아
나는 밥 먹일때 야채 안먹으려 하면
달래기도 하다가도 윽박지르고 그랬다.
아이가 나 무서워 울면서 먹은 적도 좀 있다.
그러더니 요즘 밥달라는 소리를 안하고 빵만 달라고 한다.
어머님이 키우실 적에는 배고프면 밥 밥 소리를 질렀었는데...
어머님은 아이에게 화낸적 한번도 없으시다.
나보고도 절대 무서운 얼굴 하지 말라고, 엄마도 참을성이
있어야 된다고 아이 맡기시며 그러셨다.
그런데 잘 안된다.
얼마나 내 손으로 키우고 싶었던 아이였는데...
예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처음에는 엄마 간다고 하면
막 울더니 그 다음에는 빠이빠이 하는데 더 슬펐다.
그렇게 2년을 맡기며
이제는 내맘대로 잘 키워야지 했는데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가보다.
아주 무섭게 혼낸적도 몇번 있고,
지금 울면서 잠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혼내면 오히려 더 울면서도 엄마엄마
하며 문 꽝 닫아버린 나를 더 찾는다.
게다가 신랑까지 "어머니는 내 구두도 닦아줬는데..."
하며 웃으며 농담처럼 말할 때도 얄미운 생각이 든다.
왜 아들이 너무 위해 키워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아이 마음까지 뺏긴거 같아 어머님이 너무 싫다.
어머님에 비해 내가 너무 부족한게 많다.
신랑이 내가해준 반찬이 더 맛있다고 하면
왜 그리 신이나는지.
가끔 신랑이 어머님 흉보면
맞장구는 안쳐도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오늘은 딸내미까지 뺏긴기분, 너무 싫다.
정신차려야지 하는데도 어머님 앞에서
열쇄 어디있나 찾고, 뭐 놓고오고...
시댁에 이제 가기 싫다,
멀리멀리 살아서 아이가 아예 잊은 다음에
찾아뵙고 싶다. 내가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무서운 생각 하고 있는지
신랑은 꿈에도 모르겠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됩니까.
무섭게 할때도 있어야 되는지.
우리 아이 무척 예민해서 다 기억하는데, 혼내도 되는지...
어린이집에서도 울때는 엄마는 안 찾고 아빠만 찾는다는데...
엄마는 아이에게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지.
선배님들, 조언좀 해주세요.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