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집장만한다고 난린데..
우리 집은 내가 벌어서 먹고 산다.
남편은 1년에 넉 달은 실업자가 된다.
겨울 방학이 되면서 그나마의 수입도 끊겨 버린다.
경기를 타서인지 운영을 못 해서인지 내가 하는 일도
요즘은 최악이다.. 너무 힘들다.. 머리가 아프다..
나는 결혼 6 년이 지난 지금까지 월세에 살고 있고
잊을만하면 하수구가 막히고 여름엔 비가 세고
겨울이면 어김없이 보일러가 말썽이거나
수도관이 동파되는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다.
며칠 전 눈이 왔을 땐 딸 아이가 보채는데도
슈퍼까지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었다.
딸 아이를 살살 달래서 치킨이라도 시켜 주려고 했는데
치킨집에서도 빙판땜에 거기까진 배달 못 가겠다는 고바위에 산다.
정말이지 울고만 싶었다
집주인은 수도관 얼지 않게 내복으로 감으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집집마다 감독을 하러 다녔다.
너무 너무 싫었다.
계단청소부터 분리 수거까지 참견, 한밤중에 정화조비 내라고
대문을 두드리는 집주인과 나의 이런 삶이 정말 싫다.
맘으로는 이사를 수 십번도 더 결심하지만
엄두가 안 난다.
돈이 있어야 말이지...
나는 딸 셋 중의 둘째다.
울언니도 부럽고 동생도 부럽다.
울언니는 대학내내 즐겁게 연애하다가 졸업과 함께 형부와 결혼했다.
든든한 직장에 결혼 3년 만에 집장만하고 두 딸을 키우면서
취미 생활이나 즐기며 심심하다는 행복한 비명이다.
울동생은 어릴 때부터 공부에 취미는 없고 멋내고 깔끔 떨기에만
바빴다. 점수가 가장 낮은 여상을 쳤는데도 떨어져
정원미달인 학교를 찾아가 아버지께서 뒷돈까지 쓰고
겨우겨우 여상 야간을 나왔다
거기서도 공부를 안 하고 부모님 속을 얼마나 썩혔는지 모른다.
졸업 후에도 성적이 나빠 경리로도 취직을 못하고 빈둥대고 놀기만
하다가 어떻게 해서 작은 병원 카운터에 앉았다가 결혼했다.
그 병원 의사 선생님 후배가 놀러 왔다가
울 동생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린 것이다
그 사람은 소위 최고의 신랑감이었다.
S대를 나와 P공대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에 있는 연구원이었다.
예상과 달리 그 쪽 집에서는 자기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분위기였고
오히려 우리 집에서 얼마나 반대를 했는지 모른다.
혹 동생이 살면서 무시를 당하거나 아무리 신랑감이 총명해도
3대 독자인 점이 너무나 부담이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동생은 결혼했고 아들만 둘 낳고
지금껏 너무나 유복하게 잘 산다.
그러는 나는?
울 동생과 정 반대다.
부모님 속 한 번 썩힌 적 없는 모범생이었다.
학교 다닐 때도 열심히 공부했고 아무나 못가는 대학교 아니
대학원까지 마친 딸 두었다고 우리 엄마의 자랑거리였다.
우리 엄마는 아들이 없어서인지 누구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내 이야기로 대적하곤 하셨다.
그러다 착한 사람을 만나 결혼했는데 너무나 일이 안 풀리는거다.
시댁은 과히 환상적(?)이다. 말하고 싶지도 않다.
1년 정도 사겼는데 남편의 건강이 안 좋은 줄 모르고 결혼했다.
결혼해서부터 지금껏 병치레다.
치아부터 비염, 목 디스크, 신장결석, 맹장, 대장, 편도선, 임파선,
급기야 치질까지... 뭐니뭐니해도 남편의 건강이 최우선이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돈이 깨진다.
일년에 8개월밖에 일을 못하는 직업에다가
그나마도 몸이 안 아플 때나 가능하다.
결혼해서 지금껏 돈으로 인한 고통은 말로 다 못한다.
가족 동반으로 세 자매가 모일 때도
우리 집에선 모여 본 적이 없다.
미래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두 달 전 남편이 또 입원했을 때는 많이 울었다.
언니랑 형부, 동생 내외가 병문안 왔을 때 진짜 솔직히
그 사람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매주 어디로 놀러갈까 하는 계획 뿐인 행복한 사람들..
집주인의 잔소리도, 얼어터질 보일러도, 막혀서 썩은 냄새가 나는
하수구도 없는 그들의 보금자리까지도 너무나 부러웠다.
나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욕심 안 부리고
부모님 등골 안 빼고 착하게 자립했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건지.
방금 전에 또 신문을 끊었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아줌마에도 못 찾아올 것 같다.
인터넷 요금도 절약하기로 맘 먹었기 때문이다.
정말 난 왜 이렇게 복이 없는 걸까 하는
못된 생각이 절로 든다.
얼마간을 살아도 걱정없이 살다 가고 싶다.
너무 너무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