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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자신이 싫은 날이다...


BY 낙서쟁이 2002-01-05


정말 내가 싫은 날이다...

초경을 하던 14살 때부터 생리통이라고는 모르고 살았었다.
그러다 애 둘을 자궁 후굴로 인해 허리의 극심한 통증을 겪으며 낳은 후에는
가끔 생리통으로 요통이 온다.
그렇다고 생리통으로 인해서 진통제를 먹어본 경험은 없다.
그러니 진짜 생리통을 겪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생리증후군이다.
이 또한 역시 출산 후 애들 키우면서 피곤함에 지쳐가면서.. 예민한 성격이
감당을 못하고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다 생긴 것이 아닐까 싶은데..
늘.. 생리 하루 이틀 전에는 매우 신경질적으로 변하며 짜증을 많이 낸다.
"내가 생리전에 좀 날가로워지지?"하며 언젠가 남편에게 물어봤더니..
"그동안 말은 안했지만.. 좀 그렇지 뭐.." 했었다.

그런데 난 그 짜증을 애들에게 쏟아 붓고 있으니..
생리의 주기가 일정하다 보니.. 예정일 즈음에는 '제발 침착하자.. 그러지 말자..
온순해지자.. 애들에게 그러지 말자..'하며 수없이 최면을 건다.
애들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혼나는 것과 내 짜증받이가 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더군다나 이유없이 엄마의 날카로운 짜증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상할까 싶다.

그렇게 마음 다짐을 했건만..
오늘 또 나를 조절하지 못하고, 큰애(새해 들어 10살)에게 화를 냈다.
샤워하러 들어가 일찌감치 샤워를 끝내놓고 40여분동안 물을 계속 틀어 흘려 보내며 첨벙 거리며 놀고 있었다는 이유에서..
왜 나는 애들에게 소리 지르고 야단 치고나서 돌아서서 후회할까?
그 순간 조금 참지 못하고... 휴...

일단 화를 내고 나니, 더 큰애에게 화가나고, 나 자신에게도 화가나고..
머릿속과 마음이 뒤죽박죽이 된 기분이였다.
바람이라도 쏘일까 싶어 현관을 나서려는데, 작은애가 무조건 "엄마 가지 마.. "하며 울먹이며 잡는다..
큰 애와 마주치면 또 화를 낼 것 같아서 아예 옷을 갈아 입고 집을 나서는데...

'또 때가 되었구만...'하는 듯한 남편의 시선에 더 심란해졌다.
그거 하나 조절 못하고.. 이렇게 티를 내야 하나 싶은 마음에 나 스스로에게또 짜증이 났다.
집을 나서도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쇼핑몰 구석 테이블에 앉아 책이나 읽다 들어 왔더니..
아이들이 여전히 내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미안하고.. 심란하기만 한 마음에 말도 하기가 싫어졌다.
기분도 눈치 못 채고 계속 말을 걸어 대는 남편또한 귀찮아져서 "아무렇지도 않고 괜찮으니까. 그리고 대꾸하기도 다~ 귀찮으니까.. 제발 그냥 놔둬."라고 했더니 남편 또한 기분이 상한 것 같다.
딴에는 염려스러운 마음에 물었을 텐데..

아... 이레저레 정말 내 자신이 싫은 날이다..

윤회가 있다면, 다음생에는 정말 하찬은 미물의 벌래로라도 숫컷으로 태어나고 싶다!
모든 것으로 부터 자유스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