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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반쯤 죽여놨다는데....어째야할지...


BY 웬쑤같은잠 2002-01-08

휴...
일단 한숨부터 나옵니다
저밑에 단란주점간 남친을 무릎꿇렸다는 글도 있던데 차라리 부럽습니다.
차라리 그런식으로 표시(?)나는 잘못이라면 답답하지도 않을겁니다.
제 문제는 '잠'입니다.
사람이 잠에는 장사없다는 말도 있지만 제 남친은 그런 정도를 훌쩍~
넘어서 잠때문에 망할 인간입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저는 30을 바라보는 꽉차고 넘친 노처녀입니다.
어쩌다보니 남친이 몇살 어리지요.
아, 능력있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말도 이젠 짜증납니다.
그러고 싶어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이 남자 만나서 4년넘어
서로 딴데 안보고 사랑하고, 싸우기도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차라리 동갑이거나 연상이었다면 애저녁에 결혼해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살았을겁니다.
누나, 형...줄줄이 있는 상태에서 결혼얘기는 입밖에도 못꺼내고
다행히 우리집에서 결혼독촉하는 사람없어 그냥 이렇게 지냅니다.

이제 본론을 말씀드리면,
얼마전, 만난지 1500일되는 날이었기에 오붓하게 여행갔습니다.
산골짜기 통나무집에 짐풀고 밥해먹고 고기먹고 술 몇잔 마시더니
저녁 10시도 안되어 눈이 감기나봅니다.
도착한지 4시간 만이었습니다.
밥먹고 밤새 코골고 잘려고 짐보따리 바리바리 싸가지고 여기옵니까?
음식, 식기, 세면도구 등등등 모두 내가 장만했습니다.
그사람 차가 고장나서 대구~부산까지 내려가 태워왔습니다.
비포장길 운전도 내가 했습니다.
전날 설레어서 나도 잠한숨 못잤습니다.
어이가 없어 남은 술 퍼마시고 자는 인간 코를 콱! 깨물어버리고
술김에 나도 자버렸습니다.

그 다음...제 생일때였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바닷가로 가서 민박집에 앉아 케이크자르고 두런두런
얘기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한쪽이 비어보이나 싶더니 이내 코를 곱디다.
친구들이 경악을 하더군요.
창피하고 속상했지만 '저사람 많이 피곤하다'며 좀 자면 될거라고
냅두라 했습니다.
훗...계속 정신없이 자더군요.
성인군자도 아니고 친구들과 얘기하며 술마시다보니 저도 화나데요
바닷바람 쏘이러 혼자 나갔습니다.
알고보니 저 나가고 난 후 친구들이 이 인간을 30분이상 깨웠다네요
그러면 안된다고...지금이라도 따라나가서 산책이라도 하라고...
아무것도 모르고 미친년처럼 한밤중 바닷가 산책하고 돌아오면서
차안을 보니...거기서 자고 있습디다.
친구들 등쌀에 떠밀려 나와서는 잠에 못이겨 차안에서 잔거죠.

그날 솔직히 무지 화냈습니다.
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까지 있는데 무슨 망신입니까.
다신 안그러겠다며 메모지에다 각서까지 썼습니다.
바람핀 것도 아니고 사고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고있는 우리가
유치하고 한심해서 눈물이 다 났습니다.
그후 다시 만난게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저번일도 있는데 설마했습니다.
멋진 까페에 가서 흑맥주한잔에 맛나는 식사했습니다.
오늘은 절대 잠때문에 속안썩인다고 하더군요.
휴.....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침까지 줄줄 흘려가며 자더라구요.
도착해서 깨웠더니 정신을 못차리길래 화가나서 내버려두고 저혼자
집에 가버렸습니다.
씩씩대며 옷갈아입고 샤워까지 마치고는 혹시나...아직 그러고있나
걱정되서 주차장에 가보니 세상모르고 코골고 있는겁니다.
제가 그날 안깨웠으면 이 겨울에 얼어 죽었을거에요.

사건정황은 여기까지입니다.
그거가지고 뭘그리 화내느냐는 분도 있을테지요
또 그사람 직업이 남들자는 새벽시간에 출근하는거에요.
알죠. 잠모자라고 피곤한거.
그일하기 전, 어렸을적부터 잠하나만은 징글징글하게 잤답니다.
일? 벌써 3년 넘었습니다.
아무리 잠이 문제라 하더라도 이정도 지났다면 그런 상황은 당연히
적응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또 아무리 정신없이 자더라도 깨우면 일어나야지요.
그정도의 긴장도 안하고 이 험한 세상을 어찌 헤쳐나가며, 저또한
뭘믿고 미래를 설계하겠습니까?
애도 아니고 자는거 깨우면 오만 신경질부리는 잠투정에다 나중에
기억도 못할 헛소리를 막합니다.
세상에...눈뜨고 잠꼬대하는거에요.

매일 그런 것도 아니고 한달에 한두번 만나는데다 1500일 기념일과
제 생일과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넋놓고 살길래 그런 중요한 날들을 깡그리
개뼉다구로 만드는 걸까요.
다른것도 아닌 오로지 '잠!!!!' 때문에요.

물론 여태 만나오면서 징하다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직업도 그렇고 태생도 그러려니 많이 참았습니다.
그런데 몇달전부터는 너무 심해져서 제가 노이로제가 걸렸어요.
만나서 밥먹으면서부터 전 눈치를 봅니다.
혹시나 눈꺼풀이 무거워보이나..술마시면 또 그럴텐데 말려야지...
이번엔 달래볼까? 화내볼까? 등등등 머리가 아파옵니다.
앞에 말했듯이 제가 연상이라 말한마디도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어리다면 '오빠! 너무하는거 아냐? 흥!' 같은 식으로
앙탈이라도 부려보겠지만 자칫 말잘못했다간 어리다고 깔본다는
느낌을 줄까봐 딴에는 참 조심스럽습니다.

크리스마스날 이후 너무 화가나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런식으로 안일하게 살아가는 당신이란 인간 도저히 못믿는다고...
정말! 정말! 한번만 이해해달라고 애걸복걸해도 될까말까 하는 판에
고개 푹떨구며 그래...라고 힘없이 말하네요.
이해는 합니다.
자기자신도 얼마나 한심스럽겠어요
용서고 뭐고 스스로가 한심하고 또 한심해서 힘이 다 빠졌더군요
그걸보니 또 마음약해지데요.
머리속에선 두명의 내가 고함을 지르고 있어요.

"그깟놈 뭘 믿고 인생을 같이하니? 볼거없어 당장 때려쳐!"
"그래도...사람은 착하잖아...그러고싶어 그러겠어? 한번만봐줘"

머리아픕니다.

그 일때문에 참 많이 싸우고 대화도 하고 서로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잘해보자고 다짐한 상태입니다만, 그게 말처럼 쉽나요.
저 사람 그동안 딴여자 안만나고 오매불망 저만 좋아해준것도 생각하면
그 시간에 잠한숨 더자느라 게을러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니깐요.
정말이지 유치하고 한심스럽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졌습니다.
창피해서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겠습니다.
이 나이면 학부형이 되도 됐을텐데 아직까지 결혼여부도 확실치않은
잠탱이/게으름뱅이/미련곰탱이/어린 남자와 뭘 어떻게 해야되나요.
고민고민하다가 익명이라는 것에 용기를 내어 이렇게 주절댑니다.
정말...창피하고 유치하고 한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