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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맘에 들지 않아도 살림 부수는 남편.


BY 어떻게 해야 하나 2002-01-19

저의 남편.... 겉보기엔 좋은 사람입니다.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우고. 퇴근하면 집에 제깍 들어오고, 저 데리고 시장 잘 다니고, 돈 헤프게 안쓰고.
사람들은 제게 시집 잘 갔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환상이 결혼 반년만에 깨지더군요.
남편은 잘 삐집니다.
그것도 삐져서 말을 안하는 수준이면 달래기라도 해볼텐데, 자기 맘에 조금만 들지 않으면 집안 가재도구를 마구 부셔댑니다.
결혼초에 시댁 어른들이 저희집에 와서도 별 말씀도 않고, 자꾸 남편 눈치만 보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말을 잘못했다가 성질 건드려놓으면 부수고 던지고 하는 것 때문이었죠.

결혼 반년만에 갑자기 독감에 걸려서 저녁을 짓지 못했습니다.
중국집에 시켜먹어도 되건만 남편은 밥을 달라고 하대요.
전 열이 40도를 오르내리는데도 밥을 하라고 하니 어떻게 밥을 합니까?
밥 안해 소리를 두번 듣고 나서 제 귀에 들려온 소리는 식탁 부서지는 소리.
아주 처참하게 의자랑 식탁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그릇을 모두 깨고.
그때 너무 놀라서 전 기절해버렸습니다.
이튿날 깨어보니 주방은 아수라장.
그렇게 해놓고 출근을 했더군요.
자기가 그런 것이니 자기가 치울거라 생각하고 가만히 두었습니다.
그런데 퇴근해서 보더니 어지러운 상태가 그대로 있자 또 성질이 나오는 겁니다.
화장대랑 장농 서랍장이 박살이 났죠.
너무 겁이 나서 그 다음날 모두 치웠습니다.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아파도 밥은 챙깁니다.

그렇지만 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반년마다 알게 되니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정확히 일년에 두번씩 남편은 발작하는 사람처럼 가재도구를 부셔댑니다.
텔레비전, 비디오, 책장, 소파.
하여튼 집안의 가재도구는 손에 잡히는 대로 하나씩 그렇게 부서져 나갔습니다.
그래놓구서는 또 사들이고, 또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부수고.

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랜만에 회사 동료를 만났습니다.
퇴직하고 한번 만나고 이제 또 3년만입니다.
회사에 다닐때는 목욕도 같이 다닐 만큼 단짝이었는데, 사는 거리가 멀어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동료였습니다.
출근하는 남편을 잡고 '친구 만나러 간다'고 말했습니다.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저는 남편이 기분이 좋은 줄 알았습니다.
오후에 만나 놀다가 3시간만인 오후 4시 30분경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무슨 일인지 일찍 퇴근한 남편의 표정이 이상하더군요.
조금은 예감했습니다. 또 부수겠구나.
그래서 부랴 부랴 저녁을 챙겼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남편은 입에 18 18을 달았습니다.
분위기가 험악했죠.
밥을 먹고 설거지를 마친후에 안방에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같이 앉아서 비위 건드릴까봐서요.
남편이 안방으로 건너왔습니다.
입에는 줄곤 18 18을 외면서요.
제가 먼저 말했습니다.
'뭣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좋지 않느냐/'고
남편이 말했습니다.
'좋을 것도 나쁠것도 없다'
그때 제가 말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기분이 나쁠것도 없는 사람이 계속 18 18을 하니, 당신이 좀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아'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찻상과 식탁을 포함한 주방의 모든 기물이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릇, 컵, 밥솥등등.

얼마나 많이 부수어댔는지 그 소리를 듣고 있는데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는 통장을 모조리 들고 출근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통장을 제게 맡겨놓았다가(모조리 자기 명의라서 나는 아무 권리도 없어요) 기분이 나쁘면 하는 말이 '통장 내놔'입니다.
아예 자기가 관리하면 되지 돈 한푼도 내 맘대로 못쓰게 하면서 껍데기 통장만 맡겨놓는 심사라니.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성질이 조금만 삐딱하면 이상해지는 사람이라 그냥 살았는데 7년 결혼 생활이 참 외줄타기같습니다.

제게 손찌껌 하지 않는것만도 고맙다고 해야 하나요?
정말 이 남자, 어떻게 해야 하나요?